남국정사는 Auckland 서쪽 Kumeu 라는 전원도시에 1992년 설립된 뉴질랜드 최초의 대한불교 조계종 절이다.
2만여 평의 푸른 초원 위 수선화농장에 자리한 절은 소박하면서도 목가적인 정취가 가득하다.
넓은 앞마당의 오렌지, 자몽 나무..
주렁주렁 열린 과실들이 툭. 툭. 푸른 풀밭으로 떨어진다.
아무도 가져 가지 않아 그대로 새들의 밥이 되거나 거름이 되고 있다.
나무 의자와 테이블이 너른 터에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다.
어린이 법회 공부하는 테이블로도 쓰이고
점심공양 시 비가 오지 않을 때 식탁으로 쓰이기도 한다.
커피 한잔 마시며 고즈녁히 앉아 있으면 참 행복해지는 장소이다
자목련이 고목처럼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큰 꽃송이가 툭. 떨어지면.. 그만 아련해진다..
감나무도 파란 풋감들이 빼곡히 열렸다.
지금 계절이 여름이니 가을이 오면 빨갛게 익으며 한국생각이 절로 나게 하리라..
서양배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제법 큰 나무가 배를 가득 달고 웅장하게 서 있다.
키가 큰 자두나무에서 까치발을 하고 자두를 따서 먹었다.
참으로 그렇게 싱그러운 자두의 향미는 처음 접하여 보았다.
뒷 뜰의 연꽃이 한 달 사이 많이 컸다.
연꽃도 피었다. 연꽃잎 차를 마시는 듯 곁에만 있어도 향기가 깊었다.
(에궁.. 중요한 사진인데 잘 못 찍었다.. 정말 아름다웠는데.. ^^;)
뒷 뜰의 장독대들.. 통도사의 서운암 만은 못해도 가히 한국적이다.
수선화 농장의 게라지를 법당으로 쓰고 있다.
법당은 자그마하지만 모든 것이 정갈하고 여법하게 자리하고 있다.
부처님이 편안하여 보인다.
한국보다 걱정거리가 적으신 듯...
한국과일과 남국의 과일이 조화를 이루는..
예불이 끝나면 후식으로 모두 나누어 먹는다.
절인심은 한국이나 NZ나 모두 후덕하다. *^^*
NZ에 와서 좋아하는 떡을 못먹으면 어찌하나.. 했는데..
불자들이 공양 올리는 떡을 실컷 먹고 또 싸주기까지 한다. *^^*
주지 동진스님은 한국에 가시고 비어있는 다도 테이블과 페치카..
주지스님이 다도로 명성이 높아 NZ에서도 무슨 행사만 있으면 다도코너 요청이 들어온다 한다.
다도실 컴퓨터 책상에 계신 불상이다.
느낌이 좋은 불상이다. 왠지 우리나라 불상같지 않다. 가사며, 표정이며.. 이국적이다..
어린이 법회 준비며 각종 보시금 접수며 하루도 쉴 날 없는 컴퓨터 옆에서 은은히 미소짓고 있는 부처님,,
뒷 뜰을 한참 가로질러 가면 큰 연못이 나온다.
그 연못 한가운데 조성된 석불암..
가까이 가려면 하얀 쪽배를 타야 한다.
연못에 피고 있는 연꽃들..
노란 연꽃은 날렵하니 제비 같고..
도도하기가 물정 모르는 어린 소녀와도 같다..
음.. 그럼 빨간 연꽃은 타락한 젊은 여인의 입술처럼 고혹적인가...
순수의 결정... 하얀 연꽃은 첫사랑인양 순결하다.
NZ에 와서 사랑하게 된 나무이다.
아직 정확한 나무 명을 몰라 애칭으로 '나침반 나무'라 부른다.
플라타너스같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곧게 자라는데 맨 꼭대기는 마치 나침반의 바늘 같다.
우리 집 마당에도 한 그루 심으려고 찾아 다니는데 모두 말린다.. ^^;
NZ는 나무를 심을 때는 본인 마음대로지만 그 나무를 자르거나 파낼 때는 엄격한 제재를 받는다.
나무 한그루 꽃 한뿌리 모두 보호를 하는 나라라 자연훼손에 대한 규정이 참으로 엄격히 적용된다.
특히 보호수일 경우 그 나무가 집을 덮어 햇빛 한 점 안들어와도 마음대로 자르거나 훼손하지 못한다.
건설회사는 막대한 벌금을 물고라도 도로건설이나 주택건설을 위하여 잘라내지만
개인의 경우는 수속이며 벌금의 규모가 어마어마하여 손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 나무나 심으면 나중에 큰 화를 불러 일으킨다는 조언을 허술히 들을 일만도 아니다. *^^*
이런 문제로 주택의 재산 상의 손실 및 거주 시 불편함이 막대하여 스트레스를 못이기고 자살하는 뉴질랜더도 있다 한다.
나무뿐 아니라 집 자체의 문제로 습기가 차서 썩는 경우에도 문제가 크다고 한다.
워낙 습한 나라라 간단한 조치로는 해결이 안되며 집의 가치는 사정없이 떨어지고..
아예 재건축을 하게 되면 건축자재 및 인건비의 부담이 너무 커서 자포자기하게 된다 한다.
신문 일면에 그로 인한 자살소식이 연이어 실리며-
앞으로도 이런 죽음이 더 많이 예고된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착잡해진다.
수많은 스트레스에 단련된 우리나라 같으면 이쯤은 이겨낼 터인데.. 하는 생각도 피식 든다.
전에 어머니께서 그러셨다. 너무 편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구..
일본인들은 이질같은 설사병으로도 목숨을 잃는다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는 좀 더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腸이 이질은 물론 장티푸스도 이겨낼 수 있는 내성을 갖게 되었다며...
너무 편한 환경은 사람을 약하게 만든다 하셨다.
살아가면서 기로에 서서 힘들 때 -더 단단해지기 위한 연습을 한다- 생각하라 하셨다.
길이 멀고 낯설어 절에 자주 가지 못하여 집에 모신 작은 불단이다.
매일 아침 차를 올리고 삼배를 한 후 하루를 시작한다.
혼자 예불을 드리려니 참으로 서툴고 어색하기만 하다.
이렇게 타국에 나와 사니 가장 그리운 것이 한국 절이구 큰스님 법문이다.
산소나 물처럼.. 가까이 있을 때는 귀한 줄 모르다가. ^^;
깨어있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禪이란 예리한 칼날 위를 걷듯
온전하게 깨어있는 일이 아닐 것인가..
우리가 어떤 종교를 따르고자 한다면-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진심으로 그것을 실천하여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입니다.
일단 종교를 받아 들이면 진지하고 성실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그 때 그것은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만일 종교적인 신념이 단지 하나의 관습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큰 쓸모가 없습니다.
-달라이 라마
첫댓글 tree님! 이 아침 이런 가슴 벅찬 광경을 보여주시네요 _()()()_
레파토리가 바닥이 나서 '오므라이스 드실래요?'했더니 그게 뭔지 모르는 아버지는 '주는대로 먹지 뭐'하셨습니다. 언니들은 소화가 안된다고 짜장면도 시켜드리지 말라고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싱싱한 야채에 케찹이 듬뿍 들고, 계란도 부쳐서 덮었는걸요,엄마는 마음에 드는데 아버지는 영 아니신 것 같습니다^^ 설거지 미루고 염화실에 달려왔는데 싱그러운 자몽, 자두...음 디저트로 눈요기 했습니다. 푸른 풀밭을 산책하며 서가도 구경하고...연꽃도 보고, 커피 한 잔도 마시고...문득, 나, 좀 잘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내성을 갖고 좀더 단단하게...'! 트리님의 아기부처님이 예쁩니다.
ㅋㅋ~~먹고 싶어요~~~~~흐흐~
뉴질랜드,..저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헤~~ ^^* 정말 아름다운 사진 보여 주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_
앞의 글에서 부모님이 아프신 내용을 보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드실터인데 씩씩하고 밝아 참 이쁩니다.. *^^* 그래도 지치지 않게 늘 충전하시기를.. 제 부모님두 아프셔도 살아만 계셨음.. 참 좋겠습니다..... 음.. 아기부처님은 오클랜드 하윅의 대만절 불광사에서 인연이 되었지요. 다음 글은 NZ의 불광사를 올려야겠네요. 중국절이라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답니다.. *^^* 13:55
동진스님께서 국내에 들어오셨다는 나무님 글을 보고 인사 통화했습니다. 내일 뉴질랜드 들어가신다네요. 덕분에 새해 인사 드렸으니 감사... 역시 인터넷이 무진법계라는 큰스님 말씀을 실감합니다. ^^ 동진스님이 국내에 연차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를 하셨지요. 칠곡 망월사 연지도 참 아름답답니다. 뉴질랜드 절 이야기를 듣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고요한 도량입니다. 쪽배 타고 건너가는 석불암 부처님.. ^^
잘 보았습니다._()_
봄을 재촉하는 비가내리더니... NZ이야기가 맑고 향기롭게 피어났군요^^* 셀프 NZ이야기~~~ 불광사편이 벌써 기다려집니다._()()()_
너무 예쁘네요^^ 감사 합니다
아담한 도량이 참예쁘다는,,
저는 열 두시간 동안 비행기 타고 돌아와서 컴퓨터 앞에 앉으니 몸이 절로 울렁 울렁 움직이는 듯 합니다.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로 가게 되어서 비행기만 왕복으로 25시간을 탔네요. tree님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오늘 낮의 풍경들이 다시 선해집니다. 고맙습니다.
관심있게 읽어 주어 감사드립니다. 조금씩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에궁.. 셀프 NZ 이야기..불광사편.. 부끄러우네요.. ^^; 처음엔 그저 용감했는데.. ^^; 정말 인터넷이 무진법계이네요. 미타님.. 호주보다 NZ가 더 정적이지요. 수경심님.. 호주는 거의 한국만큼 역동적이랍니다. 공부만 하던 '염화실'에서 좋은 도반들과 정담까지 나누니 행복합니다. 아주 많이...
몇 년 전 어느 비구니스님으로부터 말로만 들었던 '남국정사' ...지인들과 다녀 오자고 마음만 먹었던 절집을 이렇게 사진으로 봅니다. 말로 듣고 상상했던 절보다 훨씬 풍성합니다 나무님의 그 신심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고, 새 염화실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고맙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