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하 원장|출처: 하이닥
진료실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마주하다 보면, 병명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테니스나 골프를 친 적이 없는데 왜 엘보 질환인가요?"라는 질문이 대표적입니다.
테니스엘보와 골프엘보는 질환명 때문에 특정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 이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대다수는 무거운 프라이팬을 다루는 주부, 하루 종일 키보드를 두드리는 직장인, 혹은 무거운 물건을 반복해서 나르는 육체 노동자들입니다.
초기에는 가벼운 뻐근함으로 시작되어 파스 한 장으로 버티기 일쑤지만,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세수를 하거나 문고리를 돌리는 단순한 일상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바깥쪽이냐 안쪽이냐, 통증 위치로 감별하는 '상과염'의 실체
테니스엘보와 골프엘보는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들이 팔꿈치 뼈에 달라붙는 부위인 '힘줄(건)'에 미세한 파열과 염증이 생기는 퇴행성 질환입니다. 두 질환을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바로 '통증의 위치'입니다. 의학적 명칭으로 '외측상과염'이라 불리는 테니스엘보는 팔꿈치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뼈 부위에 통증이 집중됩니다. 주로 손목을 손등 쪽으로 위로 젖히는 동작을 할 때 힘줄에 부하가 걸리며 찌릿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반면 '내측상과염'인 골프엘보는 팔꿈치 안쪽 뼈에 통증이 나타나며, 물건을 강하게 움켜쥐거나 손목을 손바닥 쪽으로 굽힐 때 통증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은 '반복적인 미세 손상(Micro-trauma)'입니다. 우리 몸의 힘줄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는데, 지속적인 가사 노동이나 타이핑 등으로 손목과 팔꿈치를 쉴 새 없이 사용하게 되면 회복 속도보다 손상 속도가 빨라져 결국 힘줄의 구조적인 변성과 파열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제어하는 정밀 주사 치료
비수술적 치료의 첫 번째 핵심은 반복적인 과부하로 인해 손상된 힘줄 부위의 염증을 빠르게 제어하는 것입니다. 통증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단계에서는 초음파 장비를 활용한 정밀 주사치료가 효과적입니다. 실시간으로 힘줄의 파열 정도와 염증 위치를 확인하며 약물을 직접 주입하여 부종을 가라앉히고 통증의 고리를 끊어냅니다. 이는 단순히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원인 부위에 직접 작용하여 힘줄의 추가 손상을 막는 토대를 마련해 줍니다.
힘줄 재생을 돕는 충격파와 관절 정렬을 위한 도수 중재
급성 염증을 조절한 후에는 약해진 힘줄 조직을 다시 튼튼하게 재생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체외충격파(ESWT) 치료는 손상된 힘줄 조직에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하여 미세 혈류량을 늘리고 조직 재생을 촉진합니다. 이는 굳고 변성된 힘줄 조직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여기에 숙련된 전문의의 진단 아래 팔꿈치와 손목 관절의 정렬을 바로잡는 도수 중재를 병행하면 특정 부위에만 쏠리던 과도한 부하를 분산시켜 힘줄의 추가적인 마모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뻐근함으로 시작될 수 있는 '엘보', 방치할 경우 회복 속도보다 손상 속도가 빨라져 결국 힘줄의 구조적인 변성과 파열로 이어질 수 있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정확한 단계별 진단이 팔꿈치 건강의 골든타임을 결정합니다
골프/테니스엘보는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힘줄의 손상 범위나 만성화 정도에 따라 치료 방향이 엄연히 다릅니다.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하는 무분별한 스트레칭은 오히려 손상된 힘줄을 더 자극하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통증의 원인 부위를 정확히 타격하는 정밀한 시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재활 관리의 조화입니다.
팔꿈치 질환은 초기에 대처할수록 예후가 좋으며 만성으로 진행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정밀 중재술을 통해 통증의 사슬을 끊고 올바른 손목 사용 습관을 병행한다면 얼마든지 예전처럼 건강하고 활기찬 일상을 영유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 칼럼은 하이닥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원하 아차산튼튼정형외과의원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