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넘게 사귀면서 내 친구 오리와 여행을 간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리는 매번 산에 가자고 했지만
신발이 없다는 핑계로 난 가지 않곤 했다.
그러다 이번 여름, 오리의 휴가에 맞추어 우리는
서해로 가기로 했다.
나는 녹색 액센트에 기름을 가득채웠고
오리는 김밥을 준비했다. 물론 엄니가 준비한것이긴 하지만.
아침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우리는 태안으로 향했다.
오리는 옆에서 계속 말을 해댔고
-사실 오리는 남자치고 말이 많다.누구마냥-
나는 앞만 보며 서해로 달렸다.
정오즈음,
우리가 도착한 곳은 만리포 해수욕장!!!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바다로 향했다.
아직 때가 이른탓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연인보다 가족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의 재롱을 보는 어른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바다를 보며 냅다 뛰어들었다.
그리고 오리의 한마디,
"야, 춥다."
"그러게..."
우리는 몇분도 안 되어 물밖으로 나왔다.
해변가를 걸으며 아이들 물놀이 구경을 했다.
"김밥이나 먹자."
가까운 파라솔로 가 음료수와 컵라면을 샀다.
김밥을 풀어 점심을 먹었다.
어느새 해가 구름을 헤치고 나와
제 허연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제 사람들이 좀 나오누만."
"피곤하지 않냐?"
"좀 그렇지?"
"이제 집에 가자."
"어."
우리는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결국
14년 친구인 오리와 나의 첫번째 여행은
이렇게 만리포 해수욕장에 물을 한번 담근 것으로 끝이 났다.
그래도 괜찮았다.
우리는 스스로 만족했고 처음으로 둘이 어디를 갔다는 점에
대해 흡족해 하고 있었다.
그렇게 2003년의 여름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