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주제인 드라마입니다.
'노조'가 아직 여러 의미에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행이 진행되고 있는 그 곳에서 송곳이라는 드라마의 등장은 티비계의 하나의 혁명이라고 보고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민들 전체가 보았으면 좋겠어요.
첫 화를 보고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제뿐 아니라, 드라마의 재미도 쏠쏠합니다. 주연인 지현우씨의 연기와 독백구성도 극의 기본인 진지함을 잘 표현하며, 참혹한 현실을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만 장식하지 않고 가볍고 용기있는 분위기로 연출해 낸 것 같은 게 좋네요. 인물 구성도 흥미롭습니다. 현 시대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장을 그대로 축소시켜 보여줍니다.
드라마 내용도 현실적이긴 하지만, 진짜 백미는 드라마를 보면서 현실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왜 헬조선이 되었는지?
사회 구조적인 이유, 정치적이고 정책적인 이유, 자본주의의 확대와 신분상승이 사라진 계급화된 사회,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차 무심해져가는 사회의 분위기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사소한 심리 하나 하나,
그 모두가 모여 헬조선을 열심히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계속 유추됩니다.
드라마는 그런 부분들을 섬세하게 다룹니다. 세상은,
정의만을 추구하는 자,
그런 정의를 구현하려면 매우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자,
생계수단 유지를 위해 아무 말 없이 밟히는 약자들,
하지만 더 많은 다수의 억압받으면서도 그 원인의 대상에겐 아무 저항도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을 위해주지만 계층사회에서는 더 약해보이는 이에게 자신의 불화를 돌리는 사람들. 같은 처지의 사람이 받는 불행에 눈감는 사람들.
억압하는 자들,
그를 추종하는 것이 약간은 망설여지지만 결국엔 똑같이 자신의 권력을 즐기기 시작하는 사람들,
억압과 권력을 이용해 약한 자를 밟는 것 자체를 즐기는 본능적으로 사악한 사람들.
로 구성되며
이런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사람들을 위한 바람직한 사회로의 발전이 어떻게 진전될 수 있으며
누가 누구를 먼저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 변화된 사람들이 동참해서 어떻게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갈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모두가 깨어있는 의식을 가지고 정의를 실천할 용기를 갖고, 그런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 그때야 비로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로 가까워집니다. 중요한 건 지금 너와 내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그 소수의 결정이 전파되어 큰 결정이 되고 이윽고 사회분위기가 되며 하나의 제도가 된다는 것, 그 벅찬 현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정의'만을 생각하는 것이 이상적인 함정일 수도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치밀한 계산을 통해야 원하는 정의를 이룰 수 있는지를 다루면서, 현실감을 더합니다.
모두가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정면으로 맞서길 기원합니다.
첫댓글 비정규직테마. 사회의식있는드라마. 추천합니다ㅎㅎ
송곳처럼 찌르면서도 송곳처럼 지지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거울 같은 극상황이 아프지만 몰입도가 높은 고품질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