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가상인간 로지, 설교도 할 수 있나
음악을 듣고 있는 가상인간 로지. 로지 인스타그램 캡처
가상인간이 노래를 부르고 이제 기부까지 한다. 그가 상담을 하고 설교를 할 날도 올까. 최근 가상인간 모델로 활동 중인 로지(Rosy)가 음반을 발매하고 수익금을 기아대책에 기부한다고 싸이더스스튜디오가 밝혔다. 이어령 박사는 생전에 “구글의 알파고는 인공지능으로 유물적인 하나님을 만드는 것”이라며 경계했다. 기독교계는 인공지능(AI)을 우리 삶과 신앙 생활에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박정관 장신대(문화해석학) 교수는 27일 “AI가 발전한다는 것은 기술의 발전으로 어마어마한 집단지성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면서도 “바둑판, 판례 데이터베이스처럼 제한된 환경이 주어지면 AI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AI가 하나님과 교통하는 인간의 인격성까지 가지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나님이 하나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었지만 우리가 하나님의 전능성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상인간은 인격성까지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그녀'의 한 장면. 더쿱 제공
박 교수는 “영화 ‘그녀(Her·2013)’나 ‘써로게이트(Surrogates·2009)’를 보면 가상인간과 인간이 사랑을 하고 가상인간이 인간을 속이기도 하는 설정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현실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고 한다”며 “학교 실험실에서는 의심하는 것을 거리에서는 신봉하면서 대중문화계가 앞다퉈 경쟁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 AI는 어디까지 우리의 신앙 생활을 도울 수 있을까.
그는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설교 파장을 분석해 돌아가신 옥한흠 하용조 목사의 목소리로 성경통독 음원을 만들어낼 수 있고 친숙한 목소리로 성경통독하는 게 즐거울 수 있다”며 “하지만 설교 사례를 모아 옥 목사의 설교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영적, 윤리적 문제가 있다. 설교는 목회자가 현재 시점에서 하나님과 교통해 말씀을 해석하고 그의 인격을 거쳐서 성도들에게 나누는 현재의 계시”라고 했다.
영화 '써로게이트' 한 장면. 월터 디즈니 스튜디오스 모션 픽처스 제공
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손화철 한동대(과학철학) 교수는 “로지의 기부는 기획사의 전략적인 마케팅으로 보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면서 “옥 목사나 하 목사 모두 존경하는 분들이지만 성도들이 지금 살아있지 않는 목회자의 목소리로 성경통독을 하는 것은 우려할 부분이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지 특정한 개인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의의 우상숭배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기술을 이용해 좋은 설교나 상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계적으로 성경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목회자가 말을 더듬고 내용이 정교하지 않아도 한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서 말씀을 전할 때 그것이 진정한 감동을 준다. 복음은 복음 자체로 좋은 것인데 한국 교회는 계속 포장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로지 첫 싱글 'Who Am I'. 로지(Rozy) 인스타그램 캡처
전문가들은 기술의 선용을 강조한다.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이사로 활동하는 장수영 포항공대(산업경영) 교수는 “가상인간의 성상품화로 인간의 비틀어진 욕망을 채우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AI챗봇을 이용해 성도들에에 정보를 주는 것은 좋다”며 “‘모든 것이 내게 가하나 다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내가 무엇에든지 얽매이지 아니하리라(고전 6:12)는 말씀대로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장윤재 이화여대(조직신학) 교수는 “2045년이면 인공지능 기술 특이점이 오고 기술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수준으로 발전한다고 하다. 이 기술이 신앙 생활, 노동 문제 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고민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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