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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별 아오시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샤르별에 도착할 때까지 44개에 이르는 우주정거장을 거쳐가야 했다. 우주정거장은 휴식의 목적으로 들르지 않고 미리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방문하는 별이었다. 우주정거장에서는 샤르별의 인류들이 무언가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우주를 여행하는 UFO가 방문해서 임무를 교대하는 요원들을 태우거나 내려놓고 떠나기도 했다. UFO의 선장인 초시는 우주정거장 별에 들릴 때마다 여러 가지 임무들을 수행한 후 떠나가곤 했다.
우주정거장의 별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았다. 그리고 우주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과제가 우주정거장의 별에 산적해 있다고 했다.
우주정거장 별들을 제외하고도 아니와 내가 단둘이서 방문하는 별들은 많았다. UFO의 분체를 타고 단둘이만 우주 밀월여행을 즐기면서 방문하는 신비한 세계들이었다.
우주를 여행하면서 방문한 별들 중에서 생명의 별보다 아름다운 별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었지만, 생명의 별이 아니라도 마음을 황홀하게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별들도 얼마든지 찾아가 만나볼 수 있었다.
그중에는 녹수정이나 청수정으로 이루어진 별이 있는가 하면, 진귀한 보석류로 이루어진 별들도 떠 있었다. 어떤 별은 온통 석회암으로만 이루어져 쉬지 않고 바위들이 자라고 있는 별들도 있었다. 석회암이 자란다는 뜻은 수분과 공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또 어떤 별은 쉬지 않고 화산이 폭발하며 시뻘건 용암이 분출하여 온천지를 뒤덮고 있는 별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보석별 중에서 별 전체가 수정으로만 이루어진 수정별은 보석별 중에 보석별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별이었다.
땅에 깔린 암반이나 높게 솟은 산들이 온통 수정뿐인 수정별에는 녹색의 수정과 코발트색의 수정이 온 천지에서 반짝이며 햇빛에 반사되는 모습이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노을이 지는 시간에 수정별의 지평선에서 펼쳐지는 빛의 환상들은 우주의 신비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아름다운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수정별의 대기는 그 성분이 지구와 달라서 노을의 모습도 연녹색을 띠었는데, 연녹색의 노을에 빛나는 수정별의 모습이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수정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면서, 그 아름다움은 영원히 아름다운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아름다움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수정별은 우주에서 발견한 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지만, 그 아름다운 별에는 어쩐 일인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아름다운 별에 물이 흐르고 풀들이 돋아나며 생명체들이 태어나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아름다움의 가치는 훨씬 돋보였을 것이다.
수정별에서는 정신세계를 맑게 해주는 우주기운이 발생한다고 아니가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수정별에서 발생한 우주기운은 무한하게 우주공간에 방출되어 흘러 다니는데, 정신수련을 하면서 그 기운을 호흡하면 우주의 영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다.
우주에는 수정별이 아닌 다른 종류의 보석별들도 찬란한 모습으로 떠 있었는데, 보석별에서 분출되는 기운도 인간의 정신세계를 아름답게 가꾸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우주는 결국 이러한 아름다운 보석별들이 떠서 반짝이고 있기 때문에 우주의 공간에 신비한 힘을 발휘하는 우주기운들이 넘치도록 증폭되고 있으며, 우주기운의 그러한 작용으로 인간의 정신세계와 영감을 살찌게 하는 자양분이 되어 준다고 했다.
말하자면 지상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대기 중의 공기로만 호흡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주공간에서 흐르는 각종 우주 에너지를 호흡하며 살아간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어떤 별은 얼음으로만 형성된 얼음별이 있고, 어떤 별은 구름으로만 뒤덮인 구름별도 있었다.
구름별은 땅과 하늘을 온통 구름으로 뒤덮고 있는 세상이었다.
뭉게뭉게 피어난 구름들이 색동으로 물을 들여놓은 듯, 형형색색 무지개 색을 띄우며 장엄한 우주의 이벤트를 연출하고 있는 그러한 세상이었다.
구름별을 뒤덮고 있는 구름바다는 쉬지 않고 움직이며 변화무쌍한 현상들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구름의 거대한 소용돌이와 구름에서 발생하는 번개 같은 현상들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 현상들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 세상이기도 했다.
구름성분 속에는 무슨 전기를 일으키는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기라도 하는지, 구름들이 움직일 때 무수한 불꽃들이 일어나 구름의 표면에서 반짝거리는 현상들도 목격되었다.
구름별은 단순히 자연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변화에 지나지 않겠지만, 구름별의 조화는 마치 숨어 있는 마술사의 우주 쇼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렇게 우주의 마술을 연출하는 구름별은 우주의 성좌들 속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현상이기도 했다. 땅과 하늘을 구름으로 뒤덮은 채장엄한 우주 쇼를 연출하는 모습은 신비롭지만, 구름 속에 가려져 땅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별의 운명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어떻든 우주공간에서 가끔씩 발견되는 구름별은 우주여행의 무료함을 달래는 좋은 위안거리가 틀림없었다.
우주에는 별 전체가 물로 채워져 있는 물별도 있었다.
물별은 우주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우리가수 있었다. 불렀다. 아오시란 이름은 '물의 세계' 란 뜻의 외계인들 호칭이었다.
우주여행을 하는 우주항로 도중에 그 물별 하나를 만날
우리가 방문했던 그 물별의 이름을 아오시별이라
초시가 직접 우리를 물별로 안내했다.
물별에 도착해서 얻은 첫 느낌은 과연 '물 천지구나!' 하는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오시별은 19번째 우주정거장의 길목에 위치해 있었다.
아오시별의 상공에 도착했을 때 사방을 둘러보아도 물뿐이고, 육지의 그림자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수면 위에는 수초들이 풀밭처럼 자라서 넓은 초원처럼 보이기도 했고, 수초의 줄기들이 나무줄기처럼 자라나 수면을 뒤덮으며 수초수풀의 섬처럼 보이기도 했다.
수초들은 지상의 식물들처럼 꽃을 피우기도 하고 열매들을 맺기도 했는데, 육지가 없는 물뿐인 세계에도 자연의 조화를 멈추지 않게 하는 우주의 섭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수초의 꽃에서도 찾아다니는 벌과 나비 같은 생명체들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수초의 열매를 쪼아 먹는 아름다운 새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온 세상이 물뿐인 아오시별에는 땅에서 뛰어다니며 살아가는 동물들은 구경할 수 없었지만, 수면을 헤엄치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동물들은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었다. 새들이 수초 사이에 집을 짓고 알을 까며 새끼들을 번식시키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여느 자연세계의 생태계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렇게 수중 식물과 수중 생명체들의 독특한 생태환경이 연출되고 있는 아오시성의 거대한 천연 호수 위에는, 지나가는 통통배 한 척이나 인간의 그림자 하나 느낄 수 없다는 현상이 무한한 적막감을 느끼게 했다.
사람의 그림자가 없으니 한없이 공허하고 쓸쓸해 보이는 이 아오시별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태풍이 불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의 날마다 폭우와 태풍이 몰아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온 세상 전체가 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도 이곳에는 가뭄의 피해가 없었지만, 물바다의 세계인 아오시별에 그렇게 날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한동안 잠잠하는가 싶으면 어느새 바다의 저편으로부터 태풍에 실린 파도가 집채처럼 밀려오기도 했고, 맑았던 하늘이 금세 어두컴컴해지며 굵은 빗줄기를 사납게 하늘에서 쏟아붓기도 했다.
어두컴컴한 하늘에서는 쉬지 않고 천둥 번개가 발생하고, 죄 없는 해초나 수상 동물들을 향해 벼락이 떨어지기도 했다. 우주의 광분이 이곳에 다 몰려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른 데서 마음껏 분을 풀지 못한 우주의 진노를 아오시별에 모두 쏟아붓는 듯 했다.
그러한 우주의 분노에도, 아오시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전혀 놀라거나 기겁을 하는 장면도 없이, 태연하게 평소처럼 행동하며 살아갔다.
사나운 날씨가 한동안 소란을 떨다가도, 잠시 후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온 천지가 고요해졌다. 수초의 꽃잎 뒤에 숨었던 벌과 나비는 다시 생기를 찾아 날기 시작하고, 수초의 가지 뒤에 숨어서 자연의 분노를 피하던 새들은 다시 힘차게 날면서 즐거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바람이 멎고 날이 개이면 하늘에서 작렬하는 태양이 내리쪼이기 시작하고, 바닷물이 증발하는 수증기는 안개처럼 자욱하게 하늘로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우리가 타고 온 UFO 분체는 그 물별의 바닷속을 향해 깊숙이 잠수해 들어갔다. UFO 분체는 잠수하기 쉽도록 미사일 탄환처럼 타원형으로 변형되어 수중탐사를 시작했다.
초시에게 설명을 들었던 대로 아오시별의 수심은 깊은 곳이 수만 미터에 달했다. 한마디로 깊은 수심으로 땅을 덮고 독특한 수중생태계를 연출하는 아오시별의 진면목을 깊은 수심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깊은 물속에는 천태만상의 조화가 펼쳐진 수중 생명세계의 모습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UFO의 강렬한 불빛으로 어두운 바닷속을 환하게 비추자 아름다운 색깔을 가진 물고기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고 있었는데, 고래처럼 큰 동물들도 보이고 열대어처럼 작은 물고기들도 수없이 발견할 수 있었다.
UFO에서 발산하는 밝은 빛이 신기한지 한가롭게 떼 지어 다니던 물고기들이 수없이 빛 앞에 몰려드는 장면들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 장면은 마치 수중 생명체들의 거대한 군중이 불청객의 이방인들을 구경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빛 앞에 몰려 든 수중 생명체들의 군중은 정말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UFO가 수중에서 움직일 때마다 수중생명체들의 군중도 함께 움직였다.
그렇게 평화의 환영을 벌이는 다른 생명체들과는 달리, 유달리 우리가탄 UFO를 향해 심술을 부리는 거대한 괴물 물고기들도 있었다.
그중에 한 괴물 물고기가 UFO로 가까이 다가와 툭툭 건드리며 유난히 난폭한 시위를 계속했다. 쇠뭉치처럼 느껴지는 단단한 지느러미로 UFO 몸체를 쿵쿵 두드리기도 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큰 입으로 UFO를 물어뜯으려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이 물고기는 이중 삼중으로 돋아 있는 날카로운 이빨들을 귀신의 뿔처럼 길게 기르고 있었는데 이빨의 숫자만 대충 수백 개는 넘어 보였다. 초대형의 아귀 같은 넓은 입을 벌리고 시뻘건 입속에서 무서운 이빨을 드러내는 장면은 소름 끼칠 정도로 두렵게 느껴졌다.
그 괴물 물고기의 몸에는 비늘이 돋아 있지 않고 울퉁불퉁하고 바위처럼 생긴 몸통에 수많은 조개들이 달라붙어 기생을 하고 있었다.
마치 물고기의 몸통이 아니라 조개들이 달라붙어 있는 바위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모습 같기도 했다.
이 험상궂게 생긴 물고기는 우리의 UFO가 자신의 영토에 침입한 것이 불쾌하다는 듯, 우리의 뒤를 계속 미행하면서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괴롭히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다른 물고기들은 괴물 물고기의 횡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UFO 주변을 신비한 듯 맴돌면서 귀여운 눈망울들을 반짝거렸다. UFO 주변을 맴도는 물고기들의 숫자와 종류는 헤아릴 수 없었고, 그중에는 거북이처럼 생긴 동물도 다가와 UFO의 몸체에 달라붙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기심에 심취한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물고기들의 관심을 받으며 우리는 계속 바닷속을 항해했는데, 괴물 물고기는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횡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초시는 UFO 선체를 급속으로 회전시키며 귀찮게 구는 괴물물고기를 떼어 버리려 했다. 그러나 애꿎은 작은 물고기들만 혼비백산줄행랑치고 괴물 물고기는 끄떡없이 더 사납게 대들며 단단한 꼬리지느러미로 몽둥이를 휘두르듯 UFO 선체를 두드렸다. 좀처럼 물러날 기세가 아니었다.
그러한 괴물 물고기의 성난 시위를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던 초시가 그 힘이 얼마나 센지 확인해 보기 위해, UFO 선체에서 강한 전류를 발생시켰다. 그러자 괴물 물고기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 버린 듯, 흰 배를 뒤로 뒤집으며 기절하고 말았다. 함께 따라다니던 작은 물고기들마저 기절해서 물 위로 새까맣게 떠오르는 장면들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아오시별의 상공에는 탐사위성이 작동되고 있어 물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자세히 점검할 수 있었다. 기절한 물고기들이 물 위로 떠오르자 웬 잔치가 벌어졌냐는 듯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몰려들어 먹이다툼을 벌이는 모습도 큰 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새들의 입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기절했던 물고기들은 한참 후에 다시 되살아나 물속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난폭한 괴물 물고기 때문에 평화롭게 헤엄치던 다른 물고기들만 피해를 당한 셈이었다. 한동안 기절했던 괴물 물고기도 잠시 후에 깨어났는데 전기충격의 후유증이 큰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며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 괴물 물고기의 이름은 넛으라고 했고, 넛으는 이 물별 아오시의 왕이었다. 넛으는 우리에게 행패를 부렸던 대로 다른 물고기들에게도 난폭한 성질과 폭군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넛으라는 이름은 '폭군'이란 의미가 붙은 외계인들의 언어라고 했다. 아오시별의 물속에는 넛으보다 몸체도 크고 힘도 센 수중 동물들이 얼마든지 생육하고 있었지만, 넛으의 난폭한 행동을 다른 생명체들이 당할 힘이 없어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아오시별의 물속에는 샤르별에서 오래전부터 설치해 둔 수중탐사장비가 작동되고 있었는데, 탐사된 내용은 쉬지 않고 샤르별로 전송되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샤르별에서는 아오시별의 수중이나 물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용들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아오시별의 물속에는 넛으 다음의 2인자 폭군도 살고 있었다. 니니디란 이름을 가진 거대한 크기의 물뱀을 그렇게 불렀다. 넛으를 추방시킨 후 한동안 평화로운 수중산책을 즐기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길이 100미터도 넘게 보이는 니니디 물뱀이 나타나 기분을 망쳐 놓고 마는 것이었다.
손바닥만한 비늘이 온몸을 덮고 있고, 배에는 아가미의 주름 같은 갈기들이 꿈틀거리며 험상궂은 모습으로 UFO를 위협해 오는 물뱀의 횡포도 대단했다.
마치 물속에 살고 있는 용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괴수 물고기는 입속에서 1미터도 넘는 붉은 혓바닥을 계속 날름거리며, 독처럼 생긴 노란 액체를 UFO에 쏘아붙이기도 했다. 문어가 먹물을 뿜어내듯 니니디 입에서 뿜어내는 노란 액체는 물속을 노랗게 물들였다. 마치 UFO를 살아 있는 생명체로 잘못 알고, 자신의 무서운 독으로 독살시키려는 의도 같았다.
그러한 물뱀의 횡포가 심화되자 초시는 UFO에서 조금 전처럼 강한 전류를 발생시켜 보았다. 그러나 거대한 물뱀은 넛으 물고기와는 달리 강한 전류에도 끄떡없이 더 사납게 굴어댔다. 오히려 강한 전기의 공격으로 물뱀의 심기만 더 건드려 놓은 셈이었다.
약이 더 세게 오른 물뱀은 긴 몸으로 타원형의 UFO를 감아서 압사시키려는 시도도 가해보고 여러 가지 괴력으로 UFO를 굴복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물뱀의 괴력이 아무리 크다 해도 UFO를 굴복시킬 만한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물뱀의 횡포를 지켜보는 초시나 아니는 아무 두려움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재미있다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그렇게 온갖 힘을 써보아도 별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출 것 같던 물뱀이 이번에는 또 다른 물뱀 하나를 더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나타나 대항하려 했다. 데려온 물뱀은 먼저 것보다 몸집이 배는 더 커 보였는데, 처음 물뱀이 수놈이고 데려온 물뱀이 암놈이라고 했다.
이 암수의 물뱀이 합세해서 우리를 귀찮게 굴어대기 시작했는데 그 힘은 처음보다 더 굉장했다. 두 물뱀은 UFO를 마치 축구공처럼 가지고 놀며 물속으로 멀리 밀쳤다가 암초와 충돌하게 만들기도 했다.
자기들 힘으로 UFO를 어쩔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암초와 부딪치게 해서 UFO를 파손시키려는 의도 같기도 했다. 험상궂은 외모와는 달리 지능이 발달된 동물 같았다.
그러한 물뱀 괴물의 횡포를 마냥 지켜만 볼 수 없는 초시는 이번에 UFO의 몸체를 뜨겁게 달구더니 강한 열을 발산시켰다.
그러자 강한 전기의 힘에도 끄떡없던 물뱀이 뜨거운 열에는 견딜 수 없는지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며 멀리 달아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애꿎은 다른 물고기들만 뜨거운 물에 익혀지듯 초주검이 되어 물 위로 허옇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 위에 떠오른 물고기들을 날아가던 물새들이 내려앉아 큰 잔치라도 벌어진 것처럼 포식을 즐기느라 야단법석이었다.
물고기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물새들에게는 때아닌 잔치판을 벌여준 셈이었다.
수면 위에서 일어난 장면은 아오시별의 상공에 띄워져 있는 정찰위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정찰위성에서 전송시켜 주는 내용이 포스머스 화면에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물속에 있는 UFO의 선실에서 도 물 밖에서 어떤 내용들이 펼쳐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오시별의 물속에는 사람처럼 생긴 물고기가 떼 지어 살고 있었다. 머리 부분은 물고기인데 다리부분은 사람하고 똑같이 생긴 슫이서 고기였다. '슫이서'란 뜻은 '인어' 라는 뜻이기도 했다.
슫이서 인어의 두 다리는 쭉 뻗은 미녀의 것처럼 늘씬했으며, 허리 부분까지는 영락없는 인간의 신체구조를 닮아 있었다. 두 다리 사이에 나 있는 생식기들도 남녀의 성이 뚜렷했으며, 아랫부분만 보아서는 인간의 하체와 조금도 다르게 느낄 수 없었다.
인간을 닮은 슫이서 인어들이 떼 지어 다니면서 물속을 이색적인 세상으로 가꾸어 가는 모습이 경이롭지 않을 수 없었다.
슫이서 인어들은 다른 물고기들과는 달리 UFO에 대해서 아무 관심도 보여 주지 않았는데, 그점이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섭섭하게 만들고 있었다. 일부러 슫이서 인어들을 따라다니며 관심을 끌어보려고 했지만, 그것들은 오히려 귀찮다는 듯 떼 지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방향이 다른 곳에서 다시 뭉치곤 했다.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고독한 물별에서 모처럼 인간의 정서를 느껴보려던 시도가 불발로 그치고 만 셈이었다.
슫이서 인어들의 무관심한 행동이 왠지 야속하게 느껴졌다.
슫이서 인어들의 행방을 놓친 UFO는 다시 수중탐사를 계속했다. 물속에는 거대한 산맥을 닮은 대륙붕들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육중한 모습으로 큰 산맥을 연상시키며 깊은 수심에 가라앉아 있는 대륙붕의 모습은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이 가득해 보였다.
수중의 해저에 가라앉은 대륙붕 산에는 풀이나 나무 대신 많은 종류의 수중 생명체들이 다양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고, 꽃과 열매들 대신 조개류나 갑각류 같은 생명체들이 신비의 해저 생태계를 연출하고 있었다.
UFO를 잠수함처럼 타고 깊은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대륙붕의 산과 바위의 계곡들을 누비고 다니다가, 이번에는 실로 놀라운 장면들을 목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석조로 이루어진 건축물 형태의 유적들이 높은 대륙붕 부근의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낮은 석조 건물들은 높이 5미터, 높은 석조 건물들은 높이 30미터 정도에 이르는데, 다양한 생김새의 이러한 건물들이 대륙붕 높은 곳의 여기저기 물속에 지어져 있었다.
수중 석조 건물들은 대부분 커다란 돌들을 깎아서 지어져 있었고, 어떤 건물은 본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은 파손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마치 유령도시를 보는 듯 을씨년스런 기분이 들기도 했다.
수중 석조 건물의 출입구 같은 부분에는 기호처럼 생긴 문자들이 새겨져 있기도 했다. 석조 건물의 벽에는 좀 더 많은 기호들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거나 그림 같은 도형이 그려진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수중 석조문화의 정체에 대하여 초시는 다음과 같이 놀라운 설명을 들려주었다.
"과거에 이 아오시별에서 살아가던 인류들이 남겨 놓은 유적이란다. 즉 아오시별의 문명세계가 마지막 종말을 고했던 처참한 모습의 흔적이지...."
나는 너무나 뜻밖의 설명을 듣고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초시님의 말씀을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온 세상이 물뿐인 이 세계에서 정말로 인류들이 살았던 시대가 있었나요? 만약 그랬다면 그 인류들은 물속에서 태어나고 물속에서 생활하며 살아갔나요?"
“샤르앙아 그게 아니란다. 지금은 온 세상이 물뿐인 이 아오시별도 과거에는 물에 뜬 육지들이 있었고, 그 육지에는 지상의 식물과 동물들 그리고 소수의 인류들도 나름대로의 문명을 창조하며 살아가고 있었단다."
“그런데 지금은 온 세상이 물로 가득하고 육지라고는 흔적도 없이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하늘에서 쏟아진 홍수 때문이었나요? 아니면 땅에 있던 얼음이 녹아서 일어난 현상인가요?"
"우주의 재앙이었지.. 그 우주의 대재앙이 아오시별의 마지막 종말을 불러오고 말았단다."
"우주의 대재앙이라면 어떤 현상을 말씀하시지요?"
"우주에서 날아온 얼음별 혜성과 아오시 별이 충돌하여 엄청난 수량이 증가하게 되었고, 물에 떠 있던 육지들은 형체도 없이 수장되고 말았었지."
"얼마나 큰 얼음별이 이 아오시별과 충돌했기에 이처럼 온 천지를 물바다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얼음별과의 충돌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충돌 세례를 받았다고 추정하고 있단다. 은하계의 성단 중에는 얼음바다로만 이루어진 얼음성좌만 떠 있는 세상이 존재하며, 그러한 얼음성좌에서 이탈한 소행성들이 우주의 공간을 떠돌다가 다른 별들과 충돌하여 이렇게 물바다를 연출하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하고 있단다."
“그러한 증거는 어떻게 확보하고 있지요?"
"우주를 연구하는 우주 학자들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서 밝혀낸 사실들이란다. 지금도 가끔씩 얼음혜성이 아오시별과 충돌하는 장면들을 아오시별 상공에 설치되어 있는 탐사위성을 통해 발견하는 사례도 있지. 그 장면은 마치 엄청난 천재지변이 발생하는 현상과 동일하단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얼음폭탄으로 아오시별의 바다가 거세게 출렁거리는 모습은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단다. 모험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우주가 연출하는 일대 장관이라고 묘사할 수도 있겠지.”
“그러한 얼음벼락 때문에 아오시 별에서 살아가던 자연세상은 수장되고 인류들의 삶마저 처참하게 수몰되었다는 설명이군요?"
“그러한 해석을 낳게 하지.”
"수몰되기 전 아오시별에 살았던 인류는 어느 정도 되었을까요?"
“별로 많지는 않았을 거야. 아오시별은 본래 육지가 크지 않았고 섬처럼 작은 육지들이 외로운 모습으로 물 위에 떠 있었는데, 그 작은 육지에서 많은 인류들이 살았으리라고는 추정할 수 없지. 식물이나 동물들의 종류도 지구나 샤르별에 비해서 단순했을 것이고, 그 대신 수중 생태계는 우주에서 가장 발달되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수중 생태계는 살아남고 육지의 생태계는 모두 수몰되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게 추측할 수 있지."
"아오시별의 인류들은 처음부터 육지에서 태어나지 말고 물속에서 태어나 살았더라면 끔찍한 비극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드 "네요."
“허허, 그런 생각이 드니? 하지만 모든 걸 우주의 섭리로 받아들여라. 이곳 수중세상은 그 나름대로 우주의 섭리를 잘 펼쳐나가고 있으니까.”
"얼음혜성이 아오시별에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이유가 있나요?"
"얼음혜성이 자주 지나가는 길목의 궤도에 아오시별이 위치하고 있어서 그러한 수난을 겪게 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얼음혜성들이 지나가는 길목이라면 이 아오시별은 앞으로 더욱 얼음혜성들의 공격을 받아야 되고 바닷물은 점점 많게 불어나겠군요?""그렇다고 예측할 수 있지."
"우주의 장난이 심한 것 같아요. 그렇게 엄청난 우주의 재앙을 예비해 두고 아오시별에 인류의 문명이 나타나게 한 것은 조물주의 실수란 생각이 들어요."
“인간의 생각은 그렇지만 우주의 섭리를 누가 이해하겠니? 지구나 우리 샤르별에서 살아가는 인류세계도 불합리한 우주섭리는 쉬지 않고 작용하고 있으니까."
"하늘의 뜻은 인간의 판단과 다르다는 말씀이군요?"
“인간의 소아적 판단으로는 악이지만 우주의 대아적 판단으로는 선일 때가 많은 것이 우주의 섭리이기도 하단다. 그러나 태초부터 아오시별이 우주의 얼음폭탄을 맞으며 존재했던 것은 아니란다. 수십억 년 동안은 지구와 똑같이 안정된 환경 속에서 풍요로운 생태계를 번식시켜 왔으나, 이런 끔찍한 재앙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만 년 전부터 발생한 일이란다."
"수만 년 전부터 갑자기 이 아오시별에 얼음폭탄의 재앙이 발생하기 시작한 원인이 무엇일까요?"
"얼음바다의 성좌에 균열이 발생하고 균열된 얼음조각들이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가기 때문이지. 아오시별은 재수 없게 그 길목에 위치한 거야."
“그러면 우주에서 떨어진 얼음혜성이 녹아서 만들어진 물속에서도 물고기 같은 생명체들이 바로 살아갈 수 있나요?"
"땅의 물에서는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어도 얼음혜성으로 만들어진 우주의 순수한 물에서는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부적격하단다."
"얼음이 녹으면 똑같은 물이 되는 거 아닌가요?"
"땅의 물과 우주의 물은 성분이 다르단다."
"어떻게 다르지요?"
"우주의 물은 원시상태의 물이고 땅의 물은 진화된 물이란다. 땅의 물은 그 인자 속에 진화된 내용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고 땅이 가지고 있는 성분이 녹아서 혼합되어 있단다. 그래서 우주의 원시상태 물과 땅의 진화된 물은 성분분석을 통해 그 차이점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지.”
“그러면 아오시별의 물속에 우주의 얼음물이 어느 정도 섞여 있는지 측정할 수 있나요?"
"측정이 가능하단다. 즉 얼음혜성에서 만들어진 물의 성분과 아오시별에 본래부터 존재했던 물 성분을 측정하여 그 혼합된 비율까지도 계산이 가능하단다."
"아오시별의 물은 이미 우주에서 쏟아진 얼음혜성의 물과 혼합되어 있는데 어떻게 구분이 가능하지요?"
"아오시별 해저 지하에 심층수가 저장되어 있단다. 그 심층수에는 얼음별의 물이 섞이지 않는 순수한 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지. 그 심층수를 찾아내서 성분을 분석하면 어느 정도 많은 얼음혜성이 아오시별에 충돌하고 쏟아졌는지 계산이 가능하지."
“어떻든 너무 슬픈 역사를 간직한 아오시별이군요. 얼음별 세례를 맞고 물속에 잠기어 죽어 가던 아오시별의 외로운 인류들과 생명체들이 너무 가엾다는 생각이 드네요.”
“영문도 모르게 당했을 비참한 운명은 억울한 마음으로도 다 표현할 수 없었겠지."
초시의 설명을 듣고 나니 슬프고 경악했을 아오시별의 마지막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에 떠올랐다. 온 세상이 물바다로 변해 버린 참혹한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인류들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도 했다.
흔히들 지구의 종말이니 우주의 종말이니 하고 지구 인류들 사이에서도 많은 말들이 오고 가지만, 아오시별에서는 실제로 그 종말의 현상이 수만 년 전에 발생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말세는 인류들의 죄악이 극에 달하여 하늘이 내리는 재앙 때문이라고 종교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아오시별의 종말은 그렇게 설명할 내용이 아닌 것 같았다.
아오시별의 멸망은 인류들의 잘못도 아니요 그 땅에서 발생한 자연의 재해도 아닌,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의 장난 때문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수만 년 전에 아오시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인류들이 느닷없이 하늘에서 내려온 재앙으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 유적지들의 슬픈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물고기 떼들만 수장된 유적지의 주변을 맴돌며 한가로운 삶에 열중하고 있었다.
물속의 여행을 마치고 수면 위로 떠오르니 또다시 사방에서 폭풍이 일어나고 폭우들이 쏟아지며 천둥 번개가 요란했다. 성난 파도의 소리는 온 천지를 집어삼킬 듯 더욱 광란하고 사방에서 천둥과 벼락 치는 소리들이 무서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들려오기도 했다.
그 공포스러운 자연의 광란은 자연의 광란이 아니라, 억울하게 마지막 운명을 마감한 슬픈 영혼들의 억울한 하소연 같았다. 아오시별의 물바다 위에 떠도는 영혼들이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원성인 것 같았다.
아오시별을 이륙하여 무변광대한 우주로 돌아오니 우주는 다시 평화가 가득한 세계였다. 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아오시별과 같은 슬픈 역사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기를 소망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3 <4차원 문명세계를 향한 UFO 여행기>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미스터리 소설한프로. 보는것 처럼 또거운 여름에 시원합니다~~
네 소설처럼 영화처럼 우주에는 신비한 현상들이 많습니다 ^^
체험하신 내용도 영화 같구요 ^^
남은 여름도 시원하게 지내셔요~ ^^
감사합니다 ~
대단합니다, 과연 우주에는 우리가 알지 못한 수많은 존재들과 현상들이 현존하고 있네요,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우주의 힘에 의해서 질서를 지켜가며 공존해 있는 거겠죠, 언젠가 저도 우주를 여행하며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네 맞습니다
우주 프로그램 알고리즘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미래에 우주여행 하실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신비로운 여행
잘봤습니다.^^
넵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