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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들어가며 2. 제국의 위안부의 내용 3. 역사적 실증에 비춰보다 4. 박유하의 전략과 포스트 모던 5. 나가며 |
1. 들어가며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서평 및 비판문 들이 나와 있다. 지금까지의 주된 비판점들을 살펴보면, 모순적 서술, 사료의 오독, 책임의 허구화, 예외의 일반화, 근거없는 가정에서 출발한 과도한 가정 등이 지적되어 왔다.
이 서평에서는 박유하의 글쓰기 전략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문제가 많은 서술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호응을 얻게 되었는지를 포스트 모던 사조와 연관시켜 설명하고자 한다.
포스트 모던 사조가 유입된 이래 역사학계에서는 문학과 역사학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심심치 않게 논의되어 왔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는 여러 부분에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역사적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는 얼핏 보면 새로운 시각으로 가득차 있다. 기존의 민족주의 담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착한 일본군, 제국의 전쟁수행을 돕는 것으로서 긍지를 느끼는 조선인 ‘제국의 위안부’가 묘사된다. 그리하여 소녀상으로 표상되는 미성년자시절에 끌려가 성노예 피해자가 된 민족의 피해자로서의 조선인 위안부 상의 해체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박유하의 시도는 새로운 시각, 다양성, 개인, 문학과 역사의 결합에 목말라하는 포스트 모던 시대의 사조와 밀접하게 결합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지식인이 제국의 위안부를 옹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이 서평에서는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의 주장을 요약한 후, 그 내용을 역사적 실증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다음으로 이 책의 전략과 포스트 모던 사조의 관련성을 검토한다. 그리하여 이 책이 현재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제국의 위안부의 내용
박유하의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를 살펴보면, 1부는 ‘위안부란 누구인가-국가의 관리, 업자의 가담’이라는 제목아래 위안부의 전체적인 상을 그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강제연행 문제, 위안소에서의 생활 문제, 전쟁 이후의 귀환문제 등을 중심으로 위안부에 대한 상을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일본군이 강제연행을 한 적이 없고, 사기나 유인을 지시하지 않았다. 사기나 유인의 주체는 업자이며, 위안부에 대한 착취도 업자들의 범죄이다. 게다가 많은 조선인들이 이 범죄에 협력했다. 반면 일본군은 전쟁을 일으켜 이러한 ‘수요’를 만든 책임과 업자들의 사기와 유인을 묵인한 죄만이 있을 뿐이다. 한편, 위안부는 근대 일본에서 나타났던 매춘여성인 ‘가라유키상’의 후예로서, 가난 때문에 일본인 여성을 조선인 여성이 대체한 것이 본질이다. 그러므로 위안부의 불행의 근본요인은 가난, 남성우월주의적 가부장제, 국가주의 이며, 민족은 그 근본요인이 아니다. 게다가 위안부들이 대부분 소녀였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또한, 위안부들은 적국의 여성과 달리 ‘제국의 위안부’로서 군인들의 전쟁수행을 돕는 관계였다. 그렇기에 군인과 위안부들은 동지적 관계였고, 서로 사랑도 싹틀 수 있었다. 전쟁 후에는 사살당한 사람은 거의 일본인 위안부이며, 귀환에 대한 책임은 위안부를 전쟁터로 데려갔다가 방치하고 도주한 업자들에게 있다.
2부는 ‘기억의 투쟁-다시, 조선인 위안부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아래 조선인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지원단체의 활동과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여기에서는 특히 정대협의 위안부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아울러 일본의 지원단체들이 조선인 위안부를 완벽한 피해자로 보려했다고 비판한다. 반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위안부가 매춘부로만 볼 수 없다면서 강제성이 있었으며, 오히려 위안부를 ‘애국자’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부는 ‘냉전 종식과 위안부 문제’라는 제목으로 위안부 문제의 전개, 실체 및 문제 해결에 대한 박유하의 주장이 담겨있다. 여기에서는 일본에서 위안부 지원운동이 진보좌파를 중심으로 제국 일본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으며, 그러한 도구화가 문제해결을 가로막았다고 보았다. 반면, 일본정부가 추진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은 속죄금으로서, 위안부 문제가 국가범죄가 아닌 식민지배에 의한 구조적 강제성에 의한 것이므로 이는 합리적인 조치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정대협, 일본의 지원단체, 한국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비판된다. 그러면서 세계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의 대부분이 정대협의 논리에 휩쓸린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중요한 것은 ‘운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주장한다.
4부는 ‘제국과 냉전을 넘어’라는 제목으로 위안부 문제를 미군기지의 문제와 연결시킨다. 이를 통해 위안부 문제는 일본 천황제나 군국주의의 문제에서 제국주의의 문제가 된다. 그리하여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일본과의 화해라는 아시아의 연대를 통해 서양의 제국주의를 넘어설 때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전체적인 내용에서 박유하가 전개하는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일본군의 책임성 문제 1- 일본군은 위안부를 유괴하거나 강제연행하지 않았다. 일본정부와 일본군은 전쟁을 일으켜 위안부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켰으며, 업자들의 사기와 유괴를 (지시하지는 않았으나) 묵인했다. 또한, 식민지 체제로 인한 강제성(가난, 자발적 애국의 강요)으로 인해 조선인 여성이 일본인 여성을 대체하여 위안부가 되었다. 따라서 일본정부와 일본군은 당시에는 범죄로 인식되지 않았던 일이지만, 구조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2) 일본군의 책임성 문제 2- 조선인 위안부에게 제국의 일원이 되게 만드는 구조적인 강제성은 식민지 지배에서 나온다. 그런데 ‘한일합방조약’은 양국이 합의한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 그 조약에 의거하여 이루어진 조선인의 피해는 보상의 근거가 없다. 당시에는 식민지배가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상받을 수 없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도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식민지 구조 때문에 위안부가 피해자인 동시에 전쟁수행의 동지라는 역할을 행했다. 그러므로 위안부 문제해결을 통해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
3) 위안부의 실상 문제- 조선인 위안부는 대부분 소녀가 아니었으며, ‘준일본인’으로서 군인들을 위안하여 전쟁수행을 돕는 관계였다. 위안부는 다양한 면이 있는데, 노예적인 상태에 놓였으면서도 일상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국가가 부여한 역할에서 오는 위안자로서의 긍지가 있는 ‘제국의 위안부’였다.
4) 업자의 책임 문제- 조선인 위안부들을 유괴하고, 착취 및 폭행한 주체는 업자였다. 또한 위안부들을 유괴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준 것은 동네의 면장과 같은 조선인 협력자들이었다. 이는 당시에도 범죄로서 인식되었던 것이므로 이들이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