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대산 숲으로 들어
삼월 넷째 일요일이다. 새벽까지 흐린 하늘에 성근 빗방울이 듣는 날씨였다. 일찍부터 나서는 자연학교 등교를 미루고 집에서 책을 몇 줄 읽고 생활 속 남기는 글을 마무리했다. 시간이 점차 지나 날씨가 개어 야외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을 듯해 이른 점심을 먹고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 이웃 동 뜰로 나가 꽃대감 친구 꽃밭을 둘러보니 어제 보낸 복수초를 잘 심어 놓았더랬다.
아파트단지 목련은 꽃이 저물고 벚꽃은 활활 피어 절정이었다. 여좌동이나 교육단지 명소로 나가지 않고 내가 사는 동네만 둘러봐도 벚꽃 완상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반송공원 숲길도 벚꽃이 만개해 꽃구름이 일어나는 듯했다. 꽃이 피고 잎이 돋는 근교의 산을 찾아 숲을 누벼 보려고 동정동으로 나가 감계 신도시를 둘러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17번 버스를 탔다.
천주암 밑을 지날 때 벚꽃이 화사했고 조경수로 자라는 개복숭아도 분홍색 꽃을 피워 눈길을 끌었다. 차창 밖에는 진달래 축제를 홍보하는 펼침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아직 행사일까지는 보름이 남았는데 그새 진달래꽃이 모두 저물지 않을까 짐작된다. 천주산에 진달래가 피면 전국 각지 상춘객이 밀려와 혼잡함이 더한데 벌써 이번 일요일도 갓길 주차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외감 동구 앞에서 감계 신도시로 들어 신설 중학교 근처 내렸다. 나는 엊그제 비가 그친 아침나절 조롱산으로 올라 홑잎나물과 딱총나무 순을 채집해 왔더랬다. 그 새순 새잎은 조리 과정을 거쳐 나물로 무쳐져 오늘 점심은 비빔밥으로 비벼 잘 먹었다. 우리 집에서는 해마다 봄이면 파릇한 색감이 도는 홑잎나물로 비빔밥을 비벼 먹고 위와 장을 청소함은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한다.
이번에는 조롱산과 인접한 작대산 능선으로 가 볼 참이다. 청룡산이라고도 하는 작대산도 천주산만큼 진달래가 아름답다. 감계 신도시에서 작대산 정상까지 가는 등산로는 가파르고 험해 현지 주민들도 잘 가질 않는다. 나도 오래전에는 정상까지 가 본 적이 더러 있으나 근년에 뜸한 편이다. 대신 봄철이면 작대산으로 가는 산등선 어디쯤에서 산나물을 몇 줌 마련하는 정도로 그친다.
고층 아파트단지를 돌아간 산기슭 단독 주택이 몇 채 들어서 있었다. 조경수로 자라는 조팝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니 설경을 보는 듯했다. 빈 택지에서 등산로가 없는 산기슭으로 들었다. 신도시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개척 산행으로 그곳 산자락을 누벼 험한 산세이지만 지형지물은 낯이 익었다. 산행 들머리 참취가 잎을 펼쳐 나오고 있었는데 군락으로 자라지 않아 채집 양은 적었다.
경사가 급한 산비탈을 엉금엉금 기다시피 돌부리를 부여잡고 오르기도 했다. 딱따구리 한 마리가 둥지를 나와 먹잇감을 찾고 있었는데 폰 카메라에 담아보려니 곁을 좀체 내주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제도 봤던 남산제비꽃은 거기서도 가랑잎을 비집고 피어났다. 검불 속에 겨울을 넘긴 달래가 무더기로 보여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스틱으로 주변의 흙을 헤쳐 몇 가닥 캐 모았다.
가파른 산비탈을 더 올라 예전에 아마 산소였을 볕이 바른 자리가 나왔다. 산세가 높고 험해 후손이 벌초와 성묘가 힘들어 낮은 곳으로 옮겨가 묵혀둔 터지 싶다. 거기는 절로 자란 두릅나무가 있는데 우듬지에서 이제 막 새순이 트는 즈음이었다. 가지에 붙은 가시를 조심해 가면서 두릅 순을 따 모았다. 적은 양이기는 했으나 힘들게 오른 산에서 귀한 두릅 순을 채집함에 만족했다.
두릅을 채집한 산기슭에서 험한 비탈을 따라 오르면 양미재에서 작대산 가는 등산로가 나오지만 정상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산허리에서 아까 올라왔던 계곡이 아닌 산등선을 따라 숲을 빠져나갔다. 활짝 핀 진달래가 엊그제 내린 비를 맞고 꽃잎이 숲 바닥에 점점이 흩어져 있기도 했다. 소나무와 오리나무가 섞인 숲을 편백 묘목으로 교체한 산기슭을 나가니 아파트단지가 보였다. 2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