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구름의 초인종을 눌렀다.
뜨거운 손과 발을 배달하고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바로 그 계절로
단 하나의 답장이 도착할 것이다.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조선일보/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2017.06.12. -
늙은 집배원은 매일매일, 참으로 오랜 시간을, 이 세상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배달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말한다.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고. 초인종이 울리고, 정기적인 식사, 같은 목소리의 통화, 중독된 고백, 비슷한 슬픔, 잔인한 단 하나의 답장… 그렇게 나는 배달되었다, 고로 존재한다, 이 늙은 계절에. 나는 이미 쓰였고 나는 그것을 따라 산다, 그리고 죽을 것이다.
성경도 기록하고 있다, 단 한 권의 책은 이미 쓰였으며, 모든 말들은 다 발설되었다고. 모든 것은 예정되었고, 예정된 단 하나의 답장을 향해 간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일이다. 끝이 있어 다행한 일이다.
〈정끝별 시인·이화여대 교수〉
IV. Sarabande · Johann Sebastian Bach · Tristan Schul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