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탐방]
[9] 영국 더웬트 계곡 방적 공장
아크라이트의 방적 공장,
영국 산업혁명을 이끈 주인공이죠
16세기 영국의 작가 토머스 모어(Thomas More)는 저서를 통해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말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당시 영국에서는 양털을 원료로 하는 모직물 산업을 보호하려 했어요. 그래서 농장주들은 양을 기르기 위해 그곳에 살던 농민들을 쫓아내고, 울타리를 치는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을 펼쳤지요. 양들이 농민을 몰아낸 셈이 된 거죠. 토머스 모어는 그 상황을 빗대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표현한 것이에요.
▲ 18세기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면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만든 방적 공장인 크롬포드 밀. 노동력과 기계, 수력을 하나의 공장 안에 통합한 혁명적인 건물이에요.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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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시작된 나라예요. 모직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인클로저 운동까지 벌였던 영국에서 산업혁명을 정작 이끈 것은 모직물이 아니라 면직물 산업이었지요. 인도에서 생산된 면직물은 모직물보다 가볍고 세탁이 간편해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어요. 영국은 면직물 생산에 욕심을 냈지만, 인도처럼 값싸고 질 좋은 면을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량으로 생산해야 했죠. 이런 요구에 맞춰 영국에서는 면직물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실을 뽑는 방적기와 실로 옷감을 짜는 방직기가 잇달아 개발됐어요.
당시 영국의 이발사였던 리처드 아크라이트는 기계에 관심이 많았죠. 염색과 가발 중개업으로 모은 돈을 방적기 개발에 투자했어요. 1768년에 물의 힘으로 방추(물레에서 실을 감는 가락) 수천 개를 동시에 움직이는 방적기를 개발했고, 이듬해에는 특허도 받았답니다. 1771년에는 수력을 이용하기에 적당한 더웬트 계곡 상류 크롬포드에 방적기 50대 규모의 5층짜리 방적 공장을 세우고 점차 늘려 갔죠. 그의 공장에서는 방적기를 비롯한 여러 기계 덕분에 값싸고 품질 좋은 실이 쉴 새 없이 생산됐고, 영국의 면방직 산업을 놀랄만큼 발전시킨답니다.
▲ 18세기 후반 면직물 산업은 산업혁명을 발생시킬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요. 사진은 그 당시 만들어진 방적 공장의 모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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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아크라이트는 방적기 개발 기술을 빼내간 것이라는 혐의로 특허 무효 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 결과, 누구나 아크라이트 방적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죠. 이후 방적기가 널리 사용되며, 영국의 면직물 산업은 산업혁명을 이끈 주역이 됐죠.
18세기와 19세기에 잉글랜드 중부의 더 웬트 계곡에는 아크라이트가 세운 크롬포드 밀을 비롯해 많은 방적 공장이 모여 있었어요. 이 공장들은 산업혁명의 상징이 됐고, 이후 영국의 여러 지역을 비롯해 프랑스, 미국, 독일 등이 산업혁명을 추진할 때 공장의 모델로 인정받았지요.
유네스코는 오늘날까지도 잘 보존된 더웬트 계곡 방적 공장의 역사·기술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지난 2001년에 세계유산으로 지정했어요. 붉은 벽돌 공장의 굴뚝에서는 더는 연기가 솟아오르지 않고 쉴 새 없이 돌아가던 방적기 소리도 들리지않지만, 19세기 영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이끈 면직물 산업의 위상은 짐작해 볼 수 있답니다.
[1분 상식] '산업혁명' 이란 무엇인가요?
18세기 영국에서 면직물 산업으로 시작된 산업혁명은 교통·통신 및 관련 산업의 성장을 불러왔어요. 또 경제 호황으로 소비가 촉진돼 여러 산업이 동시에 발전했지요. 하지만 이런 급속한 발전 뒤에는 기계에 밀려 쫓겨난 실업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 앞에서 하루 12~14시간씩 고된 일을 하면서도 아주 적은 임금을 받았던 여성이나 어린이 노동자들의 희생도 있었답니다.
김양희 대교 교육개발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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