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앞에 장사없어”… 할인점으로 몰린다
▶ 4년간 식탁물가 25% 급등
▶할인체인 성장·사업 확장
▶ 달러제네럴 매장만 2만개
▶고소득, 부유층 애용 늘어
고물가로 인한 얇아진 지갑으로 저가 할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면서 호황을 누리자
저가 할인 판매체인들이 매장 확대를 통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로이터]
워싱턴 DC에서 룸메이트와 아파트를 함께 쓰고 있는 리즈 새무얼은 최근 들어 저가 할인 판매체인인 ‘알디’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새무얼이 알디를 이용하기 시작은 것은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이 너무 올라 빠듯한 생활비를 줄여 보려는 마음에서다.
새무얼은 “우리가 먹성이 좋다 보니 싼 가격이 장보기의 필수 요건이 됐다”며 “아파트에서 거리가 있어도 식료품 구입은 알디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 가격의 상승세는 가팔랐다. 지난 4년 동안 식탁 물가는 25%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물가 상승률 20%를 훨씬 앞지를 정도다.
미국 소비자들이 식료품 등 식탁 물가 상승으로 가격 인상 부담의 압박을 받자 알디와 달러 제너럴과 같은 저가 할인 판매점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 알바레즈앤마셜의 존 클리어 선임 디렉터는 “알디는 2배나 싼 저가 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의 소비 환경에 가장 완벽하게 적응한 소매업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저가 할인 판매점 수요가 늘면서 알디는 90억달러를 투입해 5년 내 미 전역에 800개 신규 매장을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알디는 “소비자들이 어느 때보다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에 가능한 최저가로 상품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알디와 달러 제너럴 등 저가 할인 판매체인들이 고물가로 생활비를 줄이려는 소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황을 누리자 이를 성장 기회로 삼고 대대적인 매장 확대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저가 할인 판매체인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고물가에 싼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하는 데 있다. 기존 슈퍼마켓보다 최대 반값으로 싸게 판매하고 있는 알디는 브랜드 90% 이상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매장 면적도 평균 1만2,000스퀘어피트로 일반 슈퍼마켓에 비해 작은 규모다. 인건비와 렌트비, 재고 비용 등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생존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달러 제너럴과 달러 트리 역시 한정판 상품과 단기 유통 제품을 중심으로 소량 저가 판매로 고물가 시대 소비자 욕구에 대처하고 있다.
저가 할인 판매체인들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늘어난 것은 매장 수 확대로 이어졌다. 시장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알디, 달러 제너럴, 달러 트리, 리들 등 주요 저가 할인 판매체인의 올해 매장 수는 지난 2019년에 비해 17%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장 등 사업 확장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곳이 알디다. 알디는 지난해 남부지역의 마켓 체인인 윈-딕시와 하비스를 잇따라 인수했다. 800개의 신규 매장 중 일부는 이곳을 리모델링해서 재개장할 계획이다. 1976년 미국에 진출한 알디의 매장은 올해 말까지 2,300개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글로벌데이터는 전망했다.
같은 독일계 할인 판매체인인 리들 역시 2017년 미국에 매장을 열고 주로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말이면 173개의 매장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달러 제너럴도 매장 확대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난해 987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한 달러 제너럴은 지난달 2만번째 매장을 개점했다. 올해 추가로 800개의 신규 매장을 더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값비싼 육류 대신 채소 소비 수요에 대응해 신선 과일과 채소류 판매를 5,400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전체 매장의 25%에 해당된다.
WP는 “저가 할인 판매체인의 매출 규모는 지난 2022년 765억달러였지만 오는 2027년 27%나 늘어날 것”이라며 “판매 상승에도 불구하고 업체간 저가 출혈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
미주 한국일보
2024-03-25 (월)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