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미두점(防微杜漸)
미미할 때 막고 점차적인 것을 막아라는 뜻으로, 조금 낌새가 보일 때 미리 해결하라는 말이다.
防 : 막을 방(阝/4)
微 : 작을 미(彳/10)
杜 : 막을 두(木/3)
漸 : 점점 점(氵/11)
(유의어)
방미(防微)
방미두점(防微杜漸)은 어떤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막아 후환을 두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사자성어로 후한서 정홍전에 기재돼 있다.
서기 88년 동한(東漢)의 장제(章帝)가 죽자, 그의 열네 살 된 아들 화제가 왕위를 계승했다. 하지만 국사를 맡기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래서 그의 할머니인 두태후가 집정을 하면서 외척인 두태후의 남동생과 오빠 두헌이 조정의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
권력을 가진 두헌은 지방의 호족들을 규합하고 사조직을 조직하기에 이른다. 두씨 일가가 정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시 정홍이란 인물이 이러한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정홍은 두씨 형제의 음모를 사전에 제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소문을 화제에게 올린다. 화제는 이 의견을 받아들여 외삼촌인 두씨 형제를 파면했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문제가 생기려고 할 때 조처를 취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을, 미루다가 일을 어렵게 만들거나 마침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긴 둑이 모두 다 터져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개미구멍만한 데서 물이 새기 시작해 점점 커져 둑이 터지는 것이다.
필자(허권수)는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를 등한히 하다가 최근 죽음 바로 직전까지 갔다 왔다. 지난 3주간의 연재 원고는 병상에 누워서 써 보낸 것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매일 규칙적으로 한두 시간 운동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정신자세로 살아왔다. 이상한 음모를 꾸미거나 허욕을 내지도 않고, 남을 질투하거나 시기하지도 않고, 내 노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해 왔다.
신체검사에서도 계속 정상이라 건강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2009년 신체검사를 하니 '1㎝ 이하의 담석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판정담당 의사에게 '수술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고 물었더니,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다음에 증상이 있으면 오십시오'라고 했다.
그 뒤 2012년 1월 7일 북경에서 밤에 길을 가다가 가슴과 배가 당겨 거의 객사할 것 같은 위기를 느꼈다. 북경에서 제일 최신시설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바로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했었는데, 중국 병원에서 '이상 없습니다'고 하는 말만 믿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지금 와서 보니 담석 때문이었던 것이다.
2018년 12월 신체검사에서 담당의사가 '담낭이 흐릿하게 나오니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 받아 보시지오'라고 했다.
'2020년 신체검사 때 큰 병원에서 한 번 받아 봐야지'라고 하다가 코로나 때문에 병원 가기가 싫어 미루고 있었다. 그동안 배도 가끔 당기고 좀 이상했지만, 나이 먹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지난 6월 4일 오후에 배가 당기면서 견딜 수가 없어 큰 병원 응급실에 가서 입원했다. '급성담낭염이 이미 심하여 염증에서 이미 암으로도 발전할 수도 있고, 패혈증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고 했다. 무시무시한 진단결과가 나왔다.
입원할 때만 해도 담석만 제거하면 될 줄 알았는데, 생명도 앗아갈 수 있다고 하니, 후회가 막심했다. 조금만 더 일찍 병원에 갔더라면 간단하게 복강경으로 시술을 받을 수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생명 자체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최종 판정은 단순염증이라, 병원에서 수술 잘 받고 퇴원했다.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미리 대비하지 않은 자신의 생활습관 때문이니 누구를 탓할 수가 없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필자의 경우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조금 낌새가 보일 때 미리 대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겠다.
▶️ 防(막을 방)은 ❶형성문자로 埅(방)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方(방)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方(방; 한 계단 높아져서 좌우로 죽 계속되는 둑, 물을 막다, 막는 일)과 좌부변(阝=阜; 언덕)部 흙을 쌓아 놓아 막아 놓았다는 뜻이 합(合)하여 막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防자는 '막다'나 '방어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防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方(모 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方자는 밭을 갈거나 흙을 쌓는 용도로 사용하던 농기구를 그린 것이다. 그러니 防자는 둑을 쌓아 언덕을 만들어 무언가를 막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防(방)은 ①막다, 방어하다 ②맞서다, 필적(匹敵)하다(능력이나 세력이 엇비슷하여 서로 맞서다) ③헤살놓다, 훼방하다 ④둑, 방죽(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 ⑤요새(要塞), 관방(關防) ⑥방(=房)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막을 옹(壅), 지킬 수(守), 막을 거(拒), 막을 저(抵), 막을 저(沮), 막을 장(障), 막을 두(杜), 거리낄 애(碍), 금할 금(禁), 막을 어(禦), 막을 고(錮), 가로막을 알(閼),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칠 격(擊), 칠 공(攻)이다. 용례로는 남 또는 적의 침노하는 것을 막아냄을 방어(防禦),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음을 방지(防止), 전염병의 발생을 미리 막음을 방역(防疫), 적의 공격을 막아서 지킴을 방위(防衛), 재앙을 막아서 없앰을 방제(防除), 간첩을 방어함을 방첩(防諜), 침입이나 피해를 미리 막아서 지키는 설비나 수단을 방비(防備), 추위를 막음을 방한(防寒), 탄알을 막음을 방탄(防彈), 재해를 막음을 방재(防災), 미리 대처하여 막는 것을 예방(豫防), 공격과 방어를 공방(攻防), 외적에 대한 국가의 방비를 국방(國防), 화재를 예방하고 불 난 것을 끔을 소방(消防), 수해 예방을 위해 토석으로 쌓은 둑을 제방(堤防), 적을 막을 계책을 일컫는 말을 방적지책(防敵之策), 여러 사람의 입을 막기 어렵다는 뜻으로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을 이르는 말을 중구난방(衆口難防) 등에 쓰인다.
▶️ 微(작을 미)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보일 듯 말듯 할 만큼이란 뜻을 나타내는 글자 (미)로 이루어졌다. 몰래 간다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微자는 '작다'나 '정교하다', '꼼꼼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微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머리칼을 빗어 넘기는 여자를 그린 것으로 '가늘다'라는 뜻이 있다. 微자는 이렇게 '가늘다'라는 뜻을 가진 (미)자에 彳자가 결합해 '좁은 길'이나 '오솔길'을 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작다’나 '정교하다'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微(미)는 ①작다, 자질구레하다 ②정교하다, 정묘하다, 자세하고 꼼꼼하다 ③적다, 많지 않다 ④없다 ⑤어렴풋하다, 또렷하지 아니하다 ⑥어둡다, 밝지 아니하다 ⑦쇠하다, 쇠미하다(쇠잔하고 미약하다) ⑧아니다 ⑨숨다, 숨기다 ⑩엿보다, 몰래 살피다 ⑪다치다, 상처를 입다 ⑫천하다, 비천하다 ⑬조금 ⑭몰래, 은밀히, 비밀히 ⑮없다고 하면 ⑯처음, 시초(始初) ⑰발, 대발 ⑱종기(腫氣), 다리가 부어오르는 병 ⑲소수의 이름(=0.000001)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현상이나 내용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야릇하고 묘함을 미묘(微妙),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작음을 미세(微細), 소리를 내지 않고 빙긋이 웃는 것 또는 그 웃음을 미소(微笑), 뚜렷하지 않고 매우 희미함을 미미(微微), 힘이 없고 여림을 미약(微弱), 살살 부는 바람을 미풍(微風), 썩 작음을 미소(微小), 보잘것없는 낮은 벼슬자리를 미관(微官), 약간 일어나는 몸의 열을 미열(微熱), 하찮고 천함을 미천(微賤), 조금 움직임을 미동(微動), 조금 찬 듯함을 미랭(微冷), 자그마하고 변변찮은 물건을 미물(微物), 지위가 높은 사람이 무엇을 살피러 다닐 적에 남의 눈을 피하려고 입는 수수한 차림을 미복(微服), 물건값 따위가 약간 오름을 미등(微騰), 조금 나는 땀을 미한(微汗), 아주 적은 분량을 미량(微量), 앞일에 대한 다소 막연한 예상이나 짐작이 들게 하는 어떤 현상이나 상태를 기미(幾微), 아주 작고 가벼움을 경미(輕微), 또렷하지 못하고 흐릿함을 희미(稀微), 가난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함을 한미(寒微), 무슨 사단이 커지기 전에 막음을 방미(防微), 도리나 기예가 깊어서 썩 미묘함을 현미(玄微), 지극히 적음을 극미(極微), 지체가 낮고 천함을 비미(卑微), 털끝 만큼 썩 가늚을 홀미(忽微), 남이 알아보지 못하게 미복으로 넌지시 다님을 이르는 말을 미복잠행(微服潛行),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거님을 이르는 말을 미음완보(微吟緩步), 밝히어 말을 하지 아니하고 슬쩍 그 눈치만 보임을 이르는 말을 미시기의(微示其意), 꽃을 집어 들고 웃음을 띠다란 뜻으로 말로 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염화미소(拈華微笑), 완곡하게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말을 담언미중(談言微中), 사물을 샅샅이 밝히어 살펴본다는 말을 무미불촉(無微不燭), 썩 작은 것까지라도 다 환하게 알 수 있다는 말을 무미불측(無微不測) 등에 쓰인다.
▶️ 杜(막을 두)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土(토)로 이루어졌다. 나무의 이름이다. 또 음(音)이 遮(차; 가로막다)와 통하므로 그 뜻을 빌어 막다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래서 杜(두)는 ①막다, 닫다 ②팥배나무(장미과의 낙엽 활엽 교목)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막을 옹(壅), 막을 거(拒), 막을 저(抵), 막을 저(沮), 막을 방(防), 막을 장(障), 거리낄 애(碍), 금할 금(禁), 막을 어(禦), 막을 고(錮), 가로막을 알(閼)이다. 용례로는 밖으로 나다니지 않으려고 집이나 방의 문을 닫아 막음을 두문(杜門), 막히고 끊어짐을 두절(杜絶), 폐단을 막음 또는 폐단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함을 두폐(杜弊), 톨스토이를 한자식으로 쓰는 말을 두옹(杜翁), 양하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을 두약(杜若), 노간주나무를 두송(杜松), 중국 남부 지방에서 나는 교목의 한 가지를 두중(杜仲), 팥배나무를 두정(杜楟), 두충과에 딸린 큰키나무를 두충(杜冲), 저술에 전거나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문자를 쓰거나 오류가 많음을 두찬(杜撰), 집 안에만 들어 앉아 있고 나다니지 아니함을 두문불출(杜門不出), 사사로운 것을 막고 공적인 것을 강화함을 두사강공(杜私強公), 애시당초 싹이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뜻으로 곧 좋지 못한 일의 조짐이 보였을 때 즉시 그 해로운 것을 제거해야 더 큰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두점방맹(杜漸防萌), 어떤 일이 번지기 전에 미리 막음을 방미두점(防微杜漸) 등에 쓰인다.
▶️ 漸(점점 점/적실 점)은 ❶형성문자로 渐(점)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斬(참)으로 이루어졌다. 본디 강 이름으로 음(音)을 빌어 조금씩 나아간다는 뜻으로 쓰며, 전(轉)하여 겨우의 뜻으로 되었다. ❷형성문자로 漸자는 '점차적'이나 '차츰', '천천히 나아가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漸자는 水(물 수)자와 斬(벨 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斬자는 '베다'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참, 점'으로의 발음 역할만을 하고 있다. 漸자는 본래 중국 저장성(浙江省)에 있는 첸탕강(錢塘江)의 옛 강 이름에서 유래한 글자이다. 첸탕강은 저장성에서 가장 큰 강을 말하는데, 이전에는 젠슈이(漸水)라고 불렸다. 그러나 강의 유속이 느렸었는지 후에 '차츰'이나 '점점', '천천히 나아가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漸(점)은 점괘(漸卦)의 뜻으로 ①점점 ②차츰 ③번지다 ④천천히 나아가다 ⑤스미다 ⑥흐르다 ⑦자라다 ⑧적시다 ⑨젖다(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다) ⑩험하다 ⑪차례(次例)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조금씩 더하거나 덜하여지는 모양을 점점(漸漸), 차례대로 차차를 점차(漸次), 점점 증가함을 점증(漸增), 순서대로 차차 나아감을 점진(漸進), 시세가 점점 오름을 점등(漸騰), 차차 줄어듦을 점감(漸減), 물 따위가 점점 스며듦을 점지(漸漬), 점점 더하여 감을 점가(漸加), 차차 높아짐 또는 점차 고조됨을 점고(漸高), 점점 가까워짐을 점근(漸近), 일정한 시기나 장소에 점점 이르러 미침을 점급(漸及), 점점 떨어짐을 점락(漸落), 점점 새로워짐을 점신(漸新), 점점 깊이 깨달음을 점오(漸悟), 차차 자리를 옮아감을 점이(漸移), 점점 뒤로 물러남 또는 차차 쇠퇴하여 감을 점퇴(漸退), 차츰 심하여 짐을 점극(漸劇), 점점 멸말하여 감을 점멸(漸滅), 천천히 사경함을 점사(漸寫), 점점 쇠잔해 감을 점쇠(漸衰), 차차 번져서 물듦 또는 점점 전염됨을 점염(漸染), 점점 험해짐을 점험(漸險), 병이 차차 나아감을 점유(漸癒), 몸이 점점 수척하고 쇠약해지는 증상을 노점(癆漸), 임금의 병세가 점점 더하여 감을 대점(大漸), 세력을 차츰차츰 동쪽으로 옮김을 동점(東漸), 차근차근 쌓음을 적점(積漸), 점점 서쪽으로 옮김을 서점(西漸), 가면 갈수록 경치가 더해진다는 뜻으로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지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점입가경(漸入佳境), 일의 폐단이 더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폐단이 커지기 전에 막음을 이르는 말을 점불가장(漸不可長), 어떤 일이 번지기 전에 미리 막음을 이르는 말을 방미두점(防微杜漸), 점점 높이 날아 하늘위까지 날 수 있는 큰기러기의 날개라는 뜻으로 점차 높은 자리에 오르는 유위한 재능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홍점지익(鴻漸之翼), 난초와 구릿대, 즉 향초를 오줌에 담근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이 나쁜 것에 물듦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난지점수(蘭芷漸滫), 애시당초 싹이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뜻으로 좋지 못한 일의 조짐이 보였을 때 즉시 그 해로운 것을 제거해야 더 큰 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일컫는 말을 두점방맹(杜漸防萌)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