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몇 년간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은 서울/경기지역 회원들 위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대전지역 운영자가 없기도 했었고, 저를 비롯해서 카페 활동을 활발히 하는 회원들이 대부분 서울과 인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약간의 특색이 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프라인 그룹이 대략 몇몇 패거리(?)로 나뉘어져 있었기 때문이죠.
잠실구장을 기준으로 한번 생각해보면....
1번선발을 중심으로 한 서울지역 회원들과 인천지역 회원들이 2층 내야에서 꽹과리 치면서 서포터스러운 응원을 했었고, 그 멤버들 대부분이 각종 번개와 정모를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장종훈 카페에서 주로 활동하는 회원들의 모임이 주로 지정석이나 1층 내야 바깥쪽에서 형성됐고, 몇몇 선수카페 운영진으로 구성된 회원님들이 1층내야 맨 아래쪽에서 응원을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작년 초반까지만 해도, 저는 단관때마다 세군데 이상을 오가며 야구를 보느라 무척 바빴습니다. 2층에서 응원 주도하다가 1층 아래쪽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회원들이랑 수다 떨고, 다시 지정석이나 내야 바깥쪽으로 넘어가 장종훈 카페 회원들이랑 맥주 마시고 수다 떨다가 다시 2층으로 올라오고...그런 형태로 야구를 봤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세 그룹(?)을 비롯해서 또 다른 많은 회원님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야구장에서도 같은 곳에 앉아서 응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최근에는 전부 1층내야 맨 아래쪽에 전부 모여서 야구를 보는 편이죠.
이 세 그룹이 지난 1년 반동안 갑자기 친해지게 된 원동력은 바로 싸이였습니다.
나 완전히 새됐어~ 하는 싸이말고 싸이월드 홈페이지 말입니다.
"야구장에서 맨날 얼굴 봤는데, 인사는 제대로 못했네요"라는 멘트로 시작되는 방명록 들이대기. 그리고 이쪽저쪽 사람들과 다 친한 회원들을 중심으로 다리놓기가 본격화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죠. 그러다 서로 일촌맺고, 친한 회원들을 중심으로 다른 회원들끼리 가지치면서 또 친해지고, 그들과도 일촌이 되고....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요새 야구장에서 같이 수다 떨어야 할 회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여기에서 작은 문제 하나가 발생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기존 회원들이 똘똘 뭉치는 현상>은 그들에게는 기쁘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사실 처음 방문하는 회원들에게는 하나의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거죠. 나는 아직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서로 "오빠" "언니"하면서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다면, 새로운 사람이 그 집단에 얼굴을 들이밀기가 사실 좀 어렵죠. 성격이 활발해서 금새 들이대고 쉽게 친해지는 회원님도 계시지만 사실 그런 분들이 많은건 아닙니다.
물론 기존회원들이 신입회원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신경을 안 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새로 오신 분 입장에서는 당연히 뻘쭘하고 어색할 수 밖에 없겠죠. 게다가 서로 친한 회원들도 사실 야구장에는 2~3주만에, 길게 잡으면 두어달 만에 만나는 셈입니다. 그래서 서로 수다떨고 회포를 풀다 보면 새로 방문한 회원님이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오랜만에 본 사람들끼리 못다한 수다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래서 친한 회원이랑 웃고 떠들다 보면 그 뒤에는 흔히 뻘쭘하게 앉아계신 신입회원님이 계시곤 하죠.
물론 저를 비롯한 운영진, 그리고 신입회원 유치에 열을 올리는 몇몇 회원들은 의도적으로 새로 오신 분들을 챙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일부러 옆에 앉아서 계속 말도 걸고, 어떻게 해서든 뒷풀이에 데려가서 술이라도 한잔 같이 하게 하려고 노력하구요. 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좀 부족하고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겁니다.
또 어차피 야구를 본다는 것은 그냥 취미생활의 하나이기 때문에, "새로운 회원과 친해지는 일"보다는 "재미있게 야구보고 나랑 친한 사람들이랑 뒷풀이가서 소주한잔 마시는 일"에 더 관심을 갖는 회원들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신입 회원님들은 더 마음이 상하고, 소외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한없이 뻘쭘해질 수 있지요.
이것은 아마 어느 동호회나 똑같이 갖고 있는 골칫거리일 겁니다.
운영자들도 야구보고 응원하고 회원들이랑 장난도 치고 수다도 떨어야 하는데, 그들 몇명이서 매번 신입회원님들만 챙길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회원들한테 "너 오늘은 걔랑 놀지 말고 무조건 이 분이랑 놀아" 하고 명령(?)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4~50명 이상 참석하는 단합대회 때는 테이블을 잡을 때 친한 회원들을 일부러 분산시키거나 기존 회원 한명이 술자리 끝날 때까지 신입회원을 챙길 수 있도록 돌아가면서 임무를 준 적도 있습니다 ^^ 그런데 사실 기존 회원도 오랜만에 카페 사람들이랑 술 한잔 하러 왔는데 편하게 놀다가고 싶겠죠. 그러다보니 잘 시행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구요.
자.....그래서 결론은 뭐냐.
신입회원님들 모두 용기를 가지시라는 겁니다.
세상 어느 집단을 가더라도 나중에 가서 그들과 친해지는 건 쉬운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려운 일도 아니죠.
생각해보세요....혹시 전학을 가거나 직장을 옮기더라도 새 동료들이랑은 서먹하고 어색합니다.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누가 나서서 나를 막 반겨주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나를 배척하거나 왕따시키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은 좀 덜 친할 뿐이죠. 그냥 앞으로 얼굴 자주 보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면 되는겁니다. 카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첫 만남의 뻘쭘함만 참아내시면 금새 잘 어울리실 수 있거든요. 그리고 기존 회원들도 그런 어색하고 뻘쭘한 과정을 다 거쳐왔습니다.
저도 카페 단관에 처음 참가할 때, 아는 회원이라고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냥 모 회원의 닉네임과 연락처 하나 적어갖고 잠실야구장으로 가서 무작정 들이댔습니다. 야구장에 늦게 도착하는 사람이 있으면 옆에 앉은 사람한테 "저 분은 누구시냐" "저 회원은 닉네임이 뭐냐"고 물어본 다음에 내 주위에 앉으면 가서 인사하면서 "안녕하세요 저 오늘 처음 온 회원인데요"하고 인사했습니다.
당연히 뻘쭘하고 쪽팔렸죠. 저도 얼굴에 철판 깐 사람이 아닌데 그게 어떻게 안 이상했겠습니까. 그래도 그냥 했습니다. 빨리 이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야구장에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말이죠. 서울에 살다보니 한화팬 친구라곤 하나도 없고, 그래서 빨리 카페 사람들이랑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여러분들도 그렇지 않으세요?
물론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입하신 분들도 많겠지만, 만일 야구장 같이 다닐 친구를 찾기 위해 가입하신 분이라면 그 정도의 뻘쭘함과 어색함은 각오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남이 나한테 와서 아는척 해주길 바라고, 나는 내성적이니까 가만히 있고 운영자랑 회원들이 전부 와서 나한테 친한척 해주는 것만 바라신다면 좀 무리잖아요 ^^
단관에 처음 왔는데 나서서 반겨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막 말걸어주고 친한척 해주는 사람이 없더라도 너무 뻘쭘해하거나 "괜히 왔구나" 하는 생각 하지 마세요.
당신을 왕따시키는게 아니라, 단지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끼리 수다 떠느라 미처 그럴 겨를이 없는 것 뿐이니까요. 또 당신을 배척하는게 아니라, 단지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야구 보느라 옆사람한테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그런거니까요.
그냥 야구 보면서 옆사람한테 말도 한번 걸어보시고,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시고, 언제 가입했는지, 닉네임은 뭔지 물어보세요. 쌀쌀맞게 대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들이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게 3시간만 뻘쭘함 참으시고 야구 끝나면 뒷풀이 가서 술한잔 같이 해보세요. 그럼 이제 게임 끝납니다.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한화팬이고,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이글스 팬이고, 내일 또 다시 야구장에 모여서 같이 야구볼 동료들입니다. 금새 그들과 어울리고 좋은 관계를 맺으실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상한 사람들도 아니고 누구 왕따시키는 집단도 아닙니다. 오히려 맨날 보는 얼굴들이 이제는 지겨워져서 제발 좀 새로운 회원님들이 나타나주시길 바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괜한 소리가 아니고 진짜에요. 다행히 요새 새로운 회원님들이 오프라인에 좀 나와주셔서 활기를 찾았거든요. 하지만 새로운분들 더 보고 싶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랑 얘기 나눠보고 싶구요.
첫댓글 오프라인에서는 그렇다쳐두 밖에서는 그냥 편하게 해주셨음 하네여~ 저는 편하게 생각하는데 계속 존댓말을 쓰시네여,,, 제가 한살더 어린데ㅎㅎ 어차피 올스타전 못 오시니까 제가 설루 함 놀러갈께여^^
저도 단관 딱한번 갔었는데 조금 뻘쭘했었던 기억이...ㅎㅎ 무엇보다 제가 회원중에 나이가 좀 많은지라...(제가 알기로는 1번선발님보다 제가 한살이 더 많거든요. ^^;)
인천 경기때나 인천에서 있었던 모임에는 몇번 나갔는데... 안면 익힌 몇분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좀 어색한게 있긴 하죠... 제 성격 탓도 있긴 하지만...ㅋㅋ... 요즘엔 그냥 야구장 가더라도 먼 발치에서 응원하시는 모습 보면서 속으로만 반가워합니다.. ㅋㅋ
저도 첨엔 뻘쭘했지만 경기장 자주가고... 이번에 엠티도 갔다오고...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자주보고 얘기하다보면 저절로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들이대보세요!! ^^ㅋ~
저도 처음 1년은 참 뻘쭘했어여..나이도 많고..하지만 악착같이 버틴 끝에 그럭저럭 적응..흠냐 흠냐..어느 집단이나 친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듯...
안그래도 가입한지 얼마 안되서 이런생각 하고 있었는데 클럽짱님이 이런글을 손수^-^;; 이제부턴 조금씩 용기를 가져야겠네요~~ㅋㅋ
저도 뻘쭘해서리 말도 잘 못하고 그랬었는데.. 한번 용기내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한 2년 만에, 카페 모임 다시 나갔던 때가 생각나네요. ^ -^ㅋ / 첫날 조금 뻘쭘 하긴 했는데; 처음엔 다 이런거지. 몇 번 나가면 괜찮을꺼다. 싶어서, 계속 나갔었죠.ㅎㅎㅎㅎㅎ
아직 오프라인 모임에 한번도 참석 한적이 없는데...언젠가 한 번은 가겠죠..그게 연속으로 이어지길...ㅋㅋ
ㅎㅎ저도작년에한번..;;1번선발님한테 김밥사가지고 가야대냐구했다가..ㅋㅋ쿠사리먹었던 기억이.. 자주들이댈줄알았는데. 이러저러한 이유로..ㅎㅎ
대전 올때 꼭 알려주세요. 들이댈테니까^^ 전에 약속했던 저녁도..물론 설탕인형님이 수첩에 기록해놨겠지만ㅋㅋ
므흣~ 야수선택님. 물론. 잊지 않고 있습니다.^ -^ㅋㅋ
그래요~ 저도 처음에 정팅에서 적응하느라 한 3개월 걸렸고... 야구장 가서도 몇몇 분들과만 있다보니 아직도 서먹한 분들 넘 많아요~ 하지만 뭐 계속 들이대야죠..ㅋㅋ
7월마지막주 이후론 천안-대전 매일매일 왔다갔다 할거같아요. 방학이긴 하지만 실습때문에랑..실습끝나고는 학교다니느라~ 대전단관때. 꼭 뵙고싶네요~~
흠...저도 용기를 좀 내볼까요...?-_-;;;
워낙 숫기가 없어서.ㅎㅎㅎ나중에 용기 함 내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