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낙엽처럼 떠나는 것
삶의 은유에 있어 인생의 가을은 시간의 감소와 상실이지만 그것은 또한 강렬하고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의 정수가 아니겠는가. 어찌 보면 인간은 가을과 같다. 짧지만 다채롭고 가을처럼 아름답다. 산야가 초가을 정취를 머금은 9월 19일에 칠팔월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려 보은 평각정(坪角亭)을 찾았다. 아담한 산속 평각리 사는 70세 친구가 심열을 기울려 늦여름에 집 앞에 건립한 정자를 이름하여 평각정이라 불러 보았다. 평각정에 도착한 시각은 이날 오후 3시가 넘었다. 가을 고추가 붉게 물들고 남새밭고랑에 이른 밤나무 두 그루에 맺어진 알밤이 소담스럽고 가을 들꽤 밭이 탐스럽다. 주변의 가을꽃이 너무 아름답게 가을을을 반겨준다. 대추의 고장이라 주변에 대추가 하우스 속에서 풍성하고 우리들 마음도 즐거움으로 풍성했다. 미리 온 친구들도 평각정에 앉아 담소하고 부인들께서도 가을의 정취에 시골의 맑은 공기를 즐기며 길가에 흐드러진 주황색 꽃들을 감상하며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는 평화로운 가을의 오후였다.
내게 있어서 부귀란 그저 귓가에 스쳐가는 가을바람(富貴之于我 如秋風之過耳)일 뿐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더 바라겠는가. 우리에게는 천금 같은 건강을 지상과제로 세월을 보내야만 한다. 이제는 어떤 말에도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고(秋風過耳) 어떤 일에도 집착하지 않는 친구들 부부 아홉 사람이 평각정 아래 숯불을 피우고 소고기 등심과 안심 부위를 적새에 알맞게 구어 적당한 소금에 간을 맞춰 먹는 맛이 어쩌면 이렇게도 맛있는지 해는 석양으로 달리고 가을바람은 잔잔한데 주변에 풍성한 가을 정취 속에 함께하는 와인 한잔 술이 올해의 즐거움의 진수를 터트린다. 아쉽게도 진한 풍악은 생략되었으나 50년 넘게 응축된 우정의 진수는 더욱 빛을 내는 자리였다. 지난날의 강호들이 천렵으로 추상열일(秋霜烈日-추위와 무더위) 같은 고단함을 달래었다면 우리는 숯불고기안주와 와인과 동동주로 세태를 희롱하고 초가을 석양으로 지는 해를 배웅하며 진한 우정의 시간을 보냈었다. 친구가 내놓은 갖은 약초를 넣어 빛은 동동주 몇 잔이 나이를 초월한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떠나간 청춘이 야속할 따름이다. 전문의사의 처방에 술을 멀리하라는 금주령에 속 태우는 몇몇 친구의 속마음을 누가 알아줄까만 같이 한잔 진하게 하지 못한 아쉬움이 가슴에 남는다.
산중턱에 예쁘게 서있는 시골 양옥집이 산세와 어울려 그림 같다. 아랫마을은 멀리 떨어져있고 오늘은 친구들 웃음소리에 초가을을 맞이하는 평각정 모습이 부럽다. 봄에는 만화방창이고 여름에는 녹음방초요 가을에는 정안홍엽이니 겨울에는 설중송백이 아니 될 수 없잖은가. 평각리에 자리 잡은 친구는 원래 고향이 둔산동이었다. 둔산 시골에서 아치고절(雅致孤節)로 절개를 지키고 외유내강(外柔內剛)으로 강한 성품을 키우며 세한고절(歲寒孤節)로 굴하지 않았고 오상고절(傲霜孤節) 같은 우정으로 평각리에 둥지를 다시 틀고 여생을 강호들과 평각정에서 천랑기청(天朗氣淸-날씨가 화창하고 공기가 상쾌함)한 가운데 풍악을 즐기며 신선과 노니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우리는 50년 지기 친구들로 반평생을 같이했다. 지금은 부부간에 황혼의 우정으로 이런 날을 사랑한다. 잠시 집안에 평각정 친구의 섹스폰을 구경하고 같이한 섹스폰 고수의 멘토와 연주를 들으며 차 한 잔을 여유롭게 마시고 불속에 익힌 고구를 맛보고 담소하면서 평각정 사모님의 능숙한 드럼 연주를 세스폰 고수의 섹스픈 음률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을 가져봤다. 언젠가 함께하는 멋진 우리들만의 무대를 기대해 본다. 아마도 아름다운 황혼의 가락이 산속을 넘나들 것이다. 가을밤이 짙어갈 무렵 우리들 아홉 명의 숙소가 있는 말티 재에 있는 속리산 숲 체험 휴양 마을 속의 한옥인 기와집에 이부자리를 폈다. 그 옛날 10대에 우리들이 말티 재를 넘던 그 고갯길이다. 1960년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이 고갯길을 넘어 고향을 찾았다는 소개 글이 돌비석에 새겨있다.
20일 아침에 날씨는 쌀쌀했다. 아래편에 있는 식당에서 북어 국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인승 휴양지전용차량으로 숲 주변 경관을 구경했다. 단풍을 머금은 가을 산이 상쾌하다 도로변 가을 산국화 꽃이 정감이 간다. 노송이 운치를 더해주고 기와집 등 19채와 초가집 5채가 총 24채가 속리산 숲 체험을 하는 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이들을 운송하는 비호차량과 백호차량이 지그재그도로를 돌면서 상쾌한 공기와 맑은 공간 높은 가을하늘과 아름다운 숲을 또한 가을의 정취를 맛보게 한다. 이제는 가을이 이곳 속리에는 성큼 다가왔다. 내친김에 속리산 법주사 세조 길을 걸으며 법주사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 옛날 산사에서 많이 마시던 마가주를 제조하려 마가열매를 구입했다. 충대 병원에 입원한 친구가 퇴원하는 길에 평각정에 들린다고 연락이 왔다. 다시 우리들은 평각정으로 돌아왔다. 주일마다 금요일에만 생산한다는 손두부를 사다 양념간장과 평각정 위에서 둘러앉아 막걸리와 함께했다. 마침 퇴원한 친구가 도착했다. 눌린 두부도 맛있고 순부두 국물도 구수하여 내가 4그릇을 먹었다.
삶이란 그저 지나간 가을처럼 낙엽 같은 조그만 흔적만 남기고 약속처럼 떠나가는 것, 아름다운 이별도 다시 만나는 그날을 위해서이기에 우리들은 손을 흔든다. 같이 해준 친구들이여 감사합니다. 평각정 친구 부부님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만나는 12월 17일 유성 계룡 파크텔에서 즐거운 시간 기대하며 모든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특히 암투병중이신 친구에게 조속한 쾌유를 천지신명에게 기도하면서 이글을 이렇게 써봅니다.
모든 친구 분들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하며
집사람 친구들과 같이 들린 포천 신북온천에서 오늘 아침에
2019년 9월 21일 오전 10시
율 천
첫댓글 안녕 하세요
아름다운 좋은글과 수고 하신 좋은 작품 잘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