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서 울진을 거쳐 영덕까지. 바닷바람 시원한 7번 국도도 좋고 내륙의 은밀한 영덕 옥
계계곡이나 울진의 왕피천 구고동도 좋다. 언뜻 고개 들어 바라보면 파란색은 이미 여름의
것이 아니다.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새벽바람 또한 열대야로 지친 그 바람이 아니다.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빠져나가서 동해시로 접어
든다. 묵호항 시장 골목 텔레파시분식((033)532-5442)에서 손가락김밥을 두어 줄 산다. 삼
척으로 내려가면서 즐길 주전부리이다. 어묵과 단무지를 길게 썰어넣은, 어른 손가락 크기
에 굵기도 그 정도이기에 손가락김밥이라 부른다. 확실히 도회지 분식점에서 사먹는 것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김밥과는 맛이 다르다. 집 떠난 자는 늘 새로운 것에 후한 점수를 주게
마련이다. 추암해변 모래에 발가락을 깊숙이 들이밀고 우걱우걱 김밥을 먹는다. 아직 햇볕
은 따가워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다시 차에 오른다.
7번 국도변의 한재에서 신맹방, 맹방해변의 해안선을 잠시 감상하고 근덕면
부남리의 부남해수욕장 해변으로 들어간다. 근덕면소재지인 교가리에서 덕산해수욕장 방면
으로 가다가 덕산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 마읍천변 2차선도로를 타고 잠시 남쪽 방면으로
내려가야 한다. 홍가네민박집도 지나면 마을 입구에 '부남해수욕장'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자칫 놓치기 쉬운 팻말이다. 좁디 좁은 마을길은 해변으로 향하는 탓에 내리막길의 연속이
다. 마지막 공터에 차를 세우고 비탈길을 50여m쯤 내려가야 모래밭에 닿는다.
웬만한 여행 마니아나 현지 주민이 아니고서는 찾아내기 힘든 해변이다. 가운데 불쑥 솟은
암봉에는 허물어져가는 해신당이 하나 숨어 있고 해변은 암봉 양 옆으로 전개된다. 지난 여
름 많은 여행객에게 그늘을 제공했을 파란 텐트들이 아직 남아 있어 지난 여름밤의 부나비
사연을 들려준다. 내년 여름에나 다시 오마 주절거린 뒤 부남해수욕장을 빠져나간다. 공양
왕릉 입구도 지나고 금메달휴게소 식당((033)574-9595)에서 우렁된장 한 그릇을
사먹는다. 매우 늦은 점심. 청국장과 우렁된장찌개를 잘 한다는 집이건만 우렁은 아무리 세
어봐도 다섯 개를 넘지 못한다.
황영조기념공원 입구도 스치면 이내 길 건너편 해안가에 용화해수욕장과 장호항을
한눈에 바라보기 좋은 포인트가 보인다. 지난 겨울 동해의 일출을 사진에 담기 위해 찾았던
바로 그 장소. 아직도 커피 장사는 남아 있어 인스턴트 커피 한 잔 마시며 용화-장호 해변
의 곡선미를 두 눈에 부지런히 담아둔다. 많은 이들이 여기서 바라보는 풍광을 동해안 제1
의 비경으로 친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임원항도 기웃거리고 울진 땅으로 넘어가서는 죽변항도 괜히 들렀다가 울진읍내 아
래의 망양정에 올라 동해의 저녁 풍경을 감상한다. 서해의 시뻘건 낙조와는 거리가 멀
지만 그럭저럭 보라색으로 잠시나마 물드는 바다 풍경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의 맨 뒷장처
럼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오늘 우리가 보는 망양정은 본래의 터도 아닌 데다 건물 또한 근
래에 새로 지은 것이라 그윽한 맛은 별로 없다. 허나 장쾌한 조망만큼은 일찍이 송강 정철
이 〈관동별곡〉에서 "하늘 끝을 결국 보지 못해 망양정에 오른 말이/바다 밖은 하늘이요
하늘 밖은 무엇인고"라고 읊조렸던 그대로이다.
저녁식사는 일부러 원남면 아래, 기성면 사동리로 내려가서 사동횟집((054)788-6517)
을 찾는다. 정말 허름하기 짝이 없으나 회무침이라는 별미 하나로 울진땅 방문을 즐겁게 해
주는 식당이다. 주인 할머니가 후포항이나 죽변항에 가서 유명 횟집으로 팔려나가고 남은
활어며 선어를 사다가 회무침으로 내놓는데 한 접시(2인분)에 불과 1만5천원. 그냥 술안주
로도 아주 푸짐하고 밥에 비벼 먹어도 기막히다. 동행한 여행작가와 2인분 1접시를 시켰다
가 눈물나도록 맛있어서 1만원짜리로 하나 더 추가시켜 소주를 기울인다.
울진읍내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른 아침부터 영덕으로 향한다. 그 중간 평해읍 월송
정 정자에 들러 심기를 가다듬는다. 월송정은 주변의 솔숲이 인상적인 정자이다. 관동팔
경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정자로 고려 시대 때 창건됐다고 전한다. 일제 강점기 중 일본군
에 의해 철거됐다가 1980년 복원된 내력을 지녔다.
영덕으로 들어서면 고래불해수욕장의 명사20리 해변을 거닐어보고 영
해읍에서 7번 국도와 작별, 대진해수욕장에서 축산항을 거쳐 강구항
까지 이어지는 강축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 좋다. 918번 지방
도, 길이 26㎞. 국내에서 가장 운치 있는 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라고 영덕군 사
람들은 강추. 아닌 게 아니라 그 길을 따라 달리다보면 바다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종종 있으니 과속하지 말고 천천히, 차량 흐름에 방해주지 않는 정도로 진행하면
서 주변 풍광을 감상하도록 한다.
강축해안도로 중간에는 하얀 등대가 세워진 해맞이공원이 있어 그 누구든 차를 세우
지 않을 수 없다. 산불난 자리에는 새로이 심은 나무가 뿌리를 내려 강인한 생명력을 증명
하고 있으며 사이사이로 야생화가 피어나 눈인사를 건넨다. 남쪽 수평선 끄트머리에 걸쳐져
있는 육지는 포항시의 호미곶이다.
강구항 전경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 삼사해상공원에 오른다. 공원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강구항 풍경 역시 눈에만 담아두고 돌아오기에는 너무 아깝다. 하얀 등대, 까만 등대,
길다란 방파제, 어선과 갈매기떼. 바로 옆 휴게소는 '가수 태진아 동생이 하는 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하루 종일 태진아의 노래를 틀어주고 있다.
한편 영덕이나 울진 여행 중 바다가 아닌 내륙의 절경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영덕군
달산면의 옥계계곡이나 울진군 근남면의 왕피천 구고동계곡
을 찾아간다. 옥계계곡은 주왕산 줄기와 내연산 줄기의 골골에서 솟아난 물이 합수하는 지
점에 형성되어 있다. 왕피천 구고동계곡은 성류굴 인근 7번 국도변의 노음초등학교가 길잡
이 구실을 하는 곳. 약 7㎞ 정도 왕피천 물줄기를 따라 들어가야 한다. 일부 비포장구간이
있지만 왕피천휴양농원((054)783-0625)까지는 승용차도 조심스럽게 운전하면 들어갈 수 있
다.
-여행메모 (지역번호 054)-
영덕읍 우곡리의 동해별미식당(733-0292)은 대구탕과 영덕대게탕 전문집
으로 영덕군 내에서는 알아주는 맛집이다. 달산면의 옥계계곡 내에는 옥계식당민박
(732-3801)이 있다.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에 있는 용궁회타운(732-4338)은 농어-참돔 등 고
급 어종의 회를 비롯해 잡어를 가미한 모듬회 등을 내놓으며 대진항 인근에 있는 대진횟집
(732-0046)은 자연산 도다리나 산 오징어로 물회를 맛깔스럽게 차려준다.
글/유연태 〈여행작가-‘포인트 주말여행’ 저자〉
여행작가 유현태씨의 글을 참고로 하시고,
숙박은 찜질방도 무척 좋습니다. 해변가의 민박은 파도소리 때문에 잠을 설칠 수 있습니다.
찜질방은 도시 곳곳에 많으시니 이용 하시구요. 음식은 그리 좋은 편이 못되니 유념 하시구
요 포항 화석박물관에서 화석 구경하시구요, 기장, 일광도 좋구요, 해동 용궁사에도 한번
찾아 보시구요 부산 달맞이 고개에서 차 한잔에 여행의 피로도 풀고 부산 구경하시고 올라
오세요 그럼 즐거운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특히 삼척 - 울진까지의 해변도로는 무척 좋습니다.
첫댓글 아주기쁜여행하셨네여!저도휴가때한번가봐야겠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