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 권도형 다시 미국 송환 가능성 급부상
▶ “한국 송환 적법성 검토”
▶미국 정부 입김 작용설
▶ 재벌 처조카 신현성 등 공모여부 수사 영향 주목
권도형씨가 지난 23일 몬테네그로 경찰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로이터]
전 세계적으로 400억 달러의 피해를 가져온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다시 미국으로 송환돼 범죄 수사와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몬테네그로 법원의 권씨에 대한 한국 송환 결정에 대해 현지 대법원이 지난 22일 송환 보류 결정을 내리고 대검찰창의 적법성 판단 요청에 대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지 지난 23일로 정확히 1년을 맞았다. 권씨는 지난해 3월23일 현지 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것이 발각돼 11개월간의 해외 도주극에 마침표를 찍었다. 권씨가 검거된 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그가 범죄인 인도를 원하는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권씨는 이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외곽에 있는 스푸즈 교도소에서 위조 여권 사건으로 선고받은 징역 4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경찰청 조사를 거쳐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돼 다시 수감됐다. 그는 이곳에서 한국 송환과 관련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게 됐다.
앞서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항소법원이 정규 범죄인 인도 절차가 아닌 약식으로 절차를 진행하도록 허가한 것은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 국가만이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을 때는 약식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복수의 국가가 요청했을 때는 정규 절차를 따랐어야 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또한 범죄인 인도국 결정권이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임에도 법원이 이 권한을 넘어서 스스로 결정했다며 대법원에 적법성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따라서 권씨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될지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달렸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기존 결정이 번복돼 권씨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인도될 가능성도 있다.
애초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달 21일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경제범죄 형량이 한국보다 높은 미국에서 더 강한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한 권씨 측은 즉시 항소했다. 항소법원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 순서가 미국보다 더 빨랐다는 권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했다. 고등법원은 이에 지난 7일 기존 결정을 뒤집고 권씨의 한국 송환을 다시 결정했고, 항소법원은 지난 20일 이를 확정했다.
대법의 이의제기 배경에 권씨의 송환 입장을 재확인해온 미국측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3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이처럼 상황이 바뀌면서 만약 권도형의 신병 인도가 다시 미국으로 결정될 경우 한국에서 궐석 재판을 받고 있는 신현성(39)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와 한국으로 송환돼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한창준(37)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어떻게 될 지도 주목되고 있다.
특히 권도형씨와 함께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신현성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는 유신정권의 실세였던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자로,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이 고모부이며 홍석현 회장의 장남인 홍정도 중앙일보 부회장과 사촌간이다. 화려한 가족 인맥과 함께 신현성씨가 초호화 변호인들을 꾸려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배경이 한국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주 한국일보
2024-03-25 (월)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