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가 있었군요.. 정모... 원주에서 네티즌들이 40여명씩 모인다니 대단하네요..
예전에 천리안 강원동호회 있을때 원주에서 최고로 많이 모였을때가 40여명이였는데
그만큼 모이니까 대단하던데...눈에 선합니다.. 님들 모여서 정담을 나누는 광경이...
오늘 우연히 지난 신문을 읽다가 뭔가 느끼게 하는게 있어서 퍼왔습니다.
보신분들도 계시겠죠?
원주투데이나 나왔던 내용인데...
읽어 보면서. 난 무얼 그리 손에 움켜지고 놓질 못하는지... 부끄럽기도하고..
이제 좀 놓고 살아봐야겠습니다...
훗..사실.. 꽉 움켜 진것은 없지만..
시인 고 진 하 ■강원도 영월 출생 ■「세계의 문학」 시인으로 데뷔 ■시집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등 ■명상에세이 「영혼을 살아 있게 하는 50가지 방법」 ■김달진 문학상 수상 ■현재 기독교문화포럼 대표
얼마 전, 어느 신부님의 초청을 받아 안성에 있는 실버타운을 다녀왔다. 나는 실버타운 내에 있는 성당에서 주일 미사강론을 하도록 초청을 받았다. 실버타운은 미리내 성지의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었다. 풍치 좋은 실버타운 뜰 앞에는 불교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범종이 운치를 더했고, 성당 앞에는 한국 아낙네의 모습으로 조각된 성모상과 지게를 지고 있는 소년 예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모와 소년 예수의 은은한 미소는 마음에 평화를 안겨 주었다.
실버타운으로 들어서자, 신부님은 안 계시고, 한 노인이 나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여든 가까이 돼 보이는 노인은 아직 젊디젊은 나를 상전처럼 공손하고 깍듯하게 대접해 주었다. 죄송하다 못해 황송하기까지 했다.
이틀을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노인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며 친절하게 안내하고, 내가 궁금해하는 이것저것들을 귀찮아하는 기색도 없이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그 노인은 그곳에 온지 한 달쯤 된다고 했다. 미사 시간이 끝나고 노인의 부인을 만났는데, 심한 풍병을 앓는 듯 노인의 부축이 아니면 거의 움직이지를 못했다. 얼굴에는 표정도 없고, 나를 소개해 주어도 인사조차 못했다.
노인은 당신 부인의 간병이 하루의 주요 일과이며, 나 같은 손님이 오면 시중 드는 일이 당신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나는 노인이 은퇴하시기 전에 무슨 일을 했을까 궁금하여 물어 보았으나, 노인은 나의 그 물음엔 침묵을 지켰다. 너무 곱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공손하여, 젊으셨을 때 남을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으셨는가 여쭈었지만, 노인은 입 끝에 잔잔한 미소를 흘릴 뿐, 그 대목에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밤새 많은 눈이 내려 있었다.
아침 미사를 마친 뒤, 나는 노인과 함께 눈꽃이 활짝 핀 미리내 성지를 산책했다. 성지를 산책하고 돌아오는데, 실버타운 건물 정면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붓글씨체의 세 글자가 또렷이 보였다. “놓아라.”
나는 뭉클,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노인에게 물었던 물음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깨달았다. 놓아라! 그래, 이미 다 놓아 버린 노인에게 그 과거가 무엇이었는지 알려 한 나는 얼마나 우둔한 인간이란 말인가. 점심때가 되어 함께 식사를 하는데, 노인이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목사님, 저는 이제 얼마를 살지 모릅니다. 삶에 대한 애착이 다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사는 동안 제 아내 간병이나 하고, 손님들 찾아오시면 이렇게 시중 드는 일이나 하렵니다.”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눈을 보니, 어린아이처럼 해맑아 보였다. 이제 모든 것을 놓아 버린 노인, 놓아 버렸기에 자유로워진 노인, 기력이 남아 있는 한 늙음의 뜰을 시중 드는 일로 채우겠다는 노인! 이틀 동안 노인의 극진한 시중을 받고 헤어질 시간, 내가 노인에게 정말로 고맙고 유익했다고, 어른께서 베풀어준 그 시중, 나도 남에게 돌리겠다고 속으로 되뇌이며 공손히 인사를 하는데, 곁에 있던 신부님이 내가 궁금해했던, 노인의 은퇴하기 전의 신분을 덜컥, 뱉어냈다.
이젠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나는 기어코 알고야 말았다. 그 노인은 한국은행 총재를 지내신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