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起死回生)
옛날
강원도(江原道)
어느 곳에
장한영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다.
대대로
선비 집안이었는데,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해서
겨우
집안살림을
꾸려가면서도
성심껏
아들 공부를
뒷 바라지 하였다.
한영이가
고생(苦生)하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열심히 글을 읽으니
학문(學問)이
점점(點點) 깊어져 갔다.
세월(歲月)이 흘러
한영이는
나이 열여섯,
어엿한
총각(總角)이 되었다.
그런 그의 귀에
한양(漢陽)에
과거(科擧)
시험(試驗)이 있다는
소식(消息)이 들려왔다.
한영이는
자신(自身)의
공부(工夫)를
시험(試驗)할 겸
꼭 과거(科擧)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말을 못하고
고민(苦悶)할 뿐이었다.
그런 그한테
어머니가 물었다.
“얘야,
요즘 왜 이리
기력(氣力)이 없고
낯빛이 어둡단 말이냐?
무슨 걱정이 있니?”
그러자 한영이가
마음을 다 잡고서 말했다.
“어머니,
머지않아 한양에
과거 시험이 있답니다.
이번 과거에
응시(應試)를 해서
제 실력(實力)을
확인해 보고 싶어요.”
“예서
한양길이 얼만데
아직 어린 몸으로
어떻게 한양을 간단 말이냐.
네가 가면
나는 또 어떻게 하고?”
“어머니,
저도 어머니를 두고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뭔가 새로운 길을
찾을 때가 됐습니다.
여기 이대로
죽 치고 있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그러자 어머니가
결심한 듯 말했다.
“그래,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내가 그간
조금씩 모아둔
돈이 있으니
길을 떠나거라.”
“예, 어머니~!!!”
한영이는
봇짐에 짚신을 싸
짊어진 채
걸어서
과거 길을 나섰다.
그가
몇날 며칠 만에
어떤 고을을 지나는데
여러 아이들이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가서 보니~
동네 아이들이
눈먼 판수를
놀리고 있었다.
나무막대기 끝에
개똥을 찍어서는
판수 코에다
들이대면서 깔깔댔다.
“이놈들아,
구려 죽겠다.
구려 죽겠어~!!!”
그럴수록 애들은
더 재미있어하면서
장난을 쳐댔다.
그러더니
아예
판수의
지팡이를 빼앗아
도망가면서
잡아 보라고 소리쳤다.
“에끼! 이놈들~!!! ”
보다 못한
한영이가 쫓아가서
아이들을 혼내고는
지팡이를 찾아다가
판수에게 돌려주었다.
“어디 가는 뉘신데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신단 말이오?”
“나는 강원도에 사는
장한영이라는 사람입니다.
한양에
과거를 보러
가는 길이지요.”
“저랑 함께 가십시다.
날도 저물었으니
우리 집에 묵어가구려.”
한영이는
가난한 봉사에게
신세(身世)를 지고
싶지 않았으나
마지못해,
그 뒤를 따랐다.
막상
그 집에 도착해보니
뜻밖에도
규모(規模)가
큰 기와집이었다.
알고 보니
그 판수는
물려받은
재산(財産)이 많아
부자(富者)로 살고있었다.
한영이가
그집에서 하룻밤을
잘 묵고 나서
아침에
길을 떠나려 하자
판수가 말했다.
“과거를
보러 가신 다고요?”
“이번 과거에
틀림없이
장원급제를 하겠소.
하지만,
죽을 수 있는 고비가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이니
조심을 하세요”
그 말에 한영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보세요, 판수님.
죽을 수가 있다면
사는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살 방도를
알려주세요.”
“앞의 고비 두 번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마음만
똑바로 먹으면
넘길 수 있어요.
하지만
마지막 한 번이
아주 어렵군요.”
그러더니 판수는
작은 쌈지를
하나 내밀었다.
“세 번째
죽을 고비에
이르거든
이 쌈지를
보이시구려.
그럼 뭔가
길이 생길 겁니다.”
한영이는
쌈지를 받아든 다음
마음을
다잡아 먹고
길을 나섰다.
•••
하루 종일
부지런히 걸어서
어떤 주막에
유숙(留宿)하게 되었다.
그날밤
한영이가 방에
홀로 앉아
글을 읽고 있는데
뜻 하지 않게
주인 여자가
술상을 들고서 들어왔다.
보니
좋은 술과
음식(飮食)이 가득했다.
“아니,
이게 웬 일입니까?
시키지도 않았는데요?”
“그냥 제가
드리는 겁니다.
손님을
보는 순간(瞬間)
그만 반하고
말았지 뭐예요.”
여자는
한영이한테
술을 따라서 권하더니
곁으로
다가와 앉으며
분길 같은 손으로
한영이
손을 부여 잡았다.
예쁜 여자한테
손을 잡히기는
처음인지라
한영이는
몸과 마음이
다 어질어질한
지경이 되었다.
그때 문득
판수의 말이 떠올랐다.
한영이는
깜짝 놀라서
손을 뿌리치면서
말했다.
“이러지 마세요.
보아하니
혼인(婚姻)을
하신 분 같은데...
남편이 알면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난 아무생각이 없으니
그냥 술상을
가지고 나가세요~!!!
”한영이
정색을 하고서
차갑게 말을하니
여인은 무안해져서
그냥 상을 들고
나가려 하였다.
바로 그때,
어떤 남자 하나가
방으로 뛰어들어오더니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놓으며
한영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니,
당신은 또 뉘십니까?”
“저는 이 여자의
남편(男便)입니다.
이 여자가
젊은 손님들을
유혹하는
낌새를 채고
오늘
길을 떠난 척하고서
몰래 지켜 보고 있었지요.
여차하면
둘 다 죽이려 했는데
선비님이
이렇게 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 말을
듣는 한영이
등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까딱하면
칼날에 목이
잘릴 뻔한 순간이었다.
주막(酒幕) 주인은
한영이를
잘 대접 하고는,
여비(旅費)까지
보태어서 보내 주었다.
•••
마음을
잘 먹은 덕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거꾸로 복을
받은 셈이었다.
‘이제 두
고비가 남은 건가?’
•••
한영이는 다시
몇날 며칠을 걸어서
한양에 당도했다.
그는 한 객사를
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