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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울 작가 여섯 번째 민조시집 '청보리밭' @아시아뉴스전북=이두현 기자
[아시아뉴스전북=이두현 기자] 김여울 시인이 여섯 번째 민조시집 ‘청보리밭’(도서출판 마음)을 펴냈다.
민조시는 짧은 형식 안에 많은 것을 담아내야 한다. 한 음절, 한 낱말을 덜어내고 보태는 과정에서 시인의 생각은 더욱 정제된다.
김여울 시인은 이러한 민조시의 형식미를 바탕으로 자연과 고향, 지나온 세월, 인간사의 굴곡을 짧고 압축된 언어로 풀어냈다.
이번 시집은 한마디로 ‘채우기와 비우기의 순환’으로 읽힌다. 시인은 삶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얻은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비워진 자리에서 삶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본다. 짧은 시편마다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깊은 성찰이 배어 있다. 특히 꽃과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아 시집 전체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표제시 「청보리밭」에는 지나온 삶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퍼런/ 언덕 위의/ 파도의 물결/ 징하게 그립다”(청보리밭)
교직에서 은퇴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 묵정밭을 일구며 살아온 시인은 푸르게 일렁이는 청보리밭을 바라보며 젊은 날의 시간을 떠올린다. 텅 빈 땅을 일구어 알곡을 채워온 삶이었다면, 이제는 채운 것을 내려놓고 비워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청보리밭은 그래서 단순한 자연의 풍경을 넘어, 지나온 삶과 그리움이 포개진 공간으로 다가온다.
「누에」에서도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비단실/ 뽑아내어/ 사랑을 받던/ 그 시절 그립다”(누에)
누에가 실을 뽑아 비단을 만들어내듯 자신의 삶에서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며 살아온 시인은 이제 그 시절을 뒤돌아본다. 「타임머신 ①」에서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과거로/ 가노라면/ 아직도 거기/ 내 유년 있을까”(타임머신 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향한 질문이지만, 그 속에는 유년의 기억과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삶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늪」에서는 인간이 스스로의 부주의로 삶의 수렁에 빠지는 모습을 돌아본다.
“알고도/ 부주의로/ 헛발을 디뎌/ 자멸을 하는 곳”(늪)
「매듭」에서는 복잡하게 얽힌 인간사를 노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인간사/ 복잡다단/ 골치 아픈 것/ 옹이 될 줄이야”(매듭)
젊은 날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는 쉽게 풀리지 않는 ‘옹이’가 되어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짧은 네 행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경험과 회한이 배어 있다.
『청보리밭』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는 시집이 아니다. 채워온 삶을 돌아보고 하나씩 비워가며, 그 빈자리에서 다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시집이다. 푸른 청보리밭처럼 싱그러운 기억에서부터 세월의 옹이와 지나간 날들에 대한 그리움까지, 시인은 민조시 한 편 한 편에 자신의 삶을 눌러 담았다.
김 시인은 민조시의 매력을 “함축미와 긴장미”라고 말한다.
그는 “주제어를 3, 4, 5, 6자 4행 18자로 맞춰서 표현하는 일은 낱말을 고르고 고르며 두뇌를 일깨우게 하는 듯하여 참으로 매력이 크다”며 “간단명료하게 음절을 어떻게 맞출지 그야말로 생각을 다방면으로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징하게 그리운’ 청보리밭은 결국 우리가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은 우리 자신의 젊은 날이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풍경인지도 모른다.
김여울 작가는 1979년 아동문학 평론에 동화 당선 이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전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아동문예》 동시, 《월간문학》 민조시 당선, 《자유문학》 시조 2회 추천 완료 등 여러 장르에서 필력을 펼쳐온 전천후 작가이다. 전북아동문학상, 현대아동문학상, 전북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박종화문학상, 전북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금까지 54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두현 기자 dhlee3003@naver.com
- 출처
<아시아뉴스전북>, 2026년 9월 11일, 문화면
첫댓글 김여울 선생님^^
민조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