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추기]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한국오가논
2021년 설립 “여성건강 위한 회사”
눈치보지 않고 휴가 사용 장려
유연한 근무환경·임직원 웰빙 지원
수직적 호칭 파괴...대표님 대신 ‘소은님’
여성 리더·직원 비율 업계 평균보다 ↑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국오가논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오가논 임직원들. ⓒ여성신문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마다 전 임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주는 회사가 있다. 각지에 있는 공용 사무실로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다. 주 2회 재택근무도 할 수 있다. 고위험 임산부는 출산 전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임직원 본인과 주변인의 ‘돌봄’을 위한 10일간의 유급휴가도 별도로 제공한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한국오가논’이다. 2021년 6월 설립 이래로 여성 건강, 바이오시밀러, 만성질환 분야에 주력하며 60개 이상의 의약품과 제품을 140여 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여성건강을 위한 회사”를 지향하며 다채로운 관련 인식·환경 개선 활동을 펼쳐 온 기업이다.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확산에도 힘써 왔다. 여성 리더·직원 비율이 업계 평균보다 높은 비결이기도 하다.
한국오가논이 글로벌 신뢰경영 평가 기관 ‘GPTW(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주관하는 2024년 제22회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돼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오가논 제공
지난 9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국오가논 서울사무소 내부 전경. ⓒ여성신문
지난 9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국오가논 서울사무소 내부 전경. ⓒ여성신문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국오가논 서울사무소를 찾았다. 한국오가논은 2021년 한국MSD에서 분사한 이래로 공유오피스인 ‘위워크’ 광화문점 4층에 둥지를 틀었다. 창밖에 펼쳐진 경복궁과 도심의 탁 트인 풍경이 근사했다.
이 사무실엔 칸막이가 없다. 지정 좌석도 없다. 짐은 사물함에 보관하고, 일정이나 동선 등에 맞춰 각자 원하는 자리에서 일한다. 임직원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한국오가논이 별도의 사옥을 마련하지 않고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오가논 임직원은 지정좌석 없이 일정이나 동선 등에 맞춰 각자 원하는 자리에서 일한다. 한 직원이 서서 일하는 책상(스탠딩 데스크)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여성신문
직급도 없다. “아, 소은님 오셨어요?” 김소은 대표가 들어서자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한 30대 직원이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한국오가논 직원들은 직책, 경력,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OO님’으로 부른다. 임직원이 다 함께 회사를 창립했다는 의미에서 모든 구성원을 ‘파운더(founder)’라 칭한다.
임직원 평균연령이 40대 초반인 젊은 조직이다. 40대 직원이 전체의 약 50%, 20~30대는 약 30%에 달한다. 여성 리더십도 탄탄한 편이다. 2021년부터 조직을 이끈 김 대표를 포함해 여성 임직원 비율이 51%에 달한다. C-레벨 여성 비율도 50%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여성 근로자의 근속연수는 평균 10년에 달한다.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필요한 사내 문화 프로그램을 만든다. 조직문화 TF(태스크포스팀)인 OCC(Organon Culture Creator)가 주축이다. 다양한 소통 채널도 갖췄다. 회사 소식을 직원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공유하는 ‘타운홀’과 ‘팟캐스트’, 점심을 함께하며 경제·재무·육아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는 ‘런치앤런(lunch and learn)’, 점심을 함께하며 커리어 관리 조언을 나누는 ‘멘토링’ 프로그램 등이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국오가논 서울사무소 내부 전경. ⓒ여성신문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에도 힘써 왔다. 내근직 직원들은 ‘코어 타임’(오전 10시~오후 4시) 외에는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조율할 수 있다. 일주일 중 이틀은 집에서 일해도 된다. 지역별 거점 공유 오피스 중 자신에게 편리한 장소에서 일할 수도 있다. 매주 금요일엔 업무시간을 한 시간 줄여 조기 퇴근하는 ‘패밀리 데이’도 운영한다.
창립 이래 3년째 3·8 ‘세계 여성의 날’마다 유급휴가를 제공한다. 임직원들이 미뤄둔 병원 진료를 보거나 운동을 하고, 엄마·아내·친구 등 주위 여성의 건강을 챙기는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에서다.
‘돌봄’을 위한 10일의 추가 유급휴가 ‘리브잇’(Live-it) 제도도 눈길을 끈다. 임직원들은 난임 치료 등 자신의 건강 돌봄 외에도 육아, 노부모 돌봄, 사회봉사 등을 위해 자유롭게 제도를 활용한다. 모든 휴가 신청서엔 사유 기재란을 없앴다.
임신했다고, 육아휴직 썼다고 퇴사 압력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요즘도 많다. 한국오가논에선 체감하기 어렵다. 그간 출산휴가·육아휴직 종료 이후 한 명의 퇴사자도 나오지 않았다. 고위험 임산부는 출산 전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산전 육아휴직도 자유로이 쓸 수 있다. 출산 전후 휴가 또는 육아휴직 사용 기간이 6개월을 넘길 경우, 기간제 대체 인력을 채용해 휴직자의 복직을 돕고 있다.
매년 정기 건강검진, 자기 설계복리후생제도를 통해 연 일정 금액 등을 지원한다. 온/오프라인 전문 상담가를 선택해 직장 생활, 일상, 정서적 웰빙, 건강, 자녀 양육, 경제적 고충 등 주제별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신청부터 상담까지 비밀이 보장된다. 스트레스와 불안을 다스리고 숙면을 돕는 명상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임직원의 커리어 확장·성장을 위한 여러 기회도 제공한다. 다른 부서와 국가에서 일종의 인턴십을 경험하는 ‘긱(Gig) 프로그램 제도’, 사내 채용 플랫폼을 통한 해외 근무 경험 기회 제공 등이다.
여성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난 6월엔 1990년대생 여성 직원들을 위한 ‘영 피메일 리더스’(Young Female Leaders) 워크숍을 열었다. 여성 리더로서 자존감을 높이며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본인의 강점을 활용하는 법, 의견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 등을 공유했다.
한국오가논은 지난 6월 1990년대생 여성 직원들을 위한 ‘영 피메일 리더스’(Young Female Leaders) 워크숍을 열었다. ⓒ한국오가논 제공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국오가논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단호 전무와 권희진 이사. ⓒ여성신문
앞서 2021년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2023년 글로벌 신뢰경영 평가 기관인 미국 ‘GPTW’(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주관하고 GPTW코리아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인증을 획득하고 ‘대한민국 여성 워킹맘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과 ‘대한민국 밀레니얼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됐다. 올해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글로벌 ESG 인권경영 인증’에 선정됐으며, 개인 부문에선 △김소은 대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 △이혜령 영업부 이혜령 부장이 ‘대한민국 자랑스런 워킹맘’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소은 대표는 “한국오가논은 임직원 스스로 자신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며 회사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업문화를 추구해 왔다”며 “사회적으로도 저출생·고령화 상황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일터에서의 양성평등과 워라밸 및 가족 친화적 지원 등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앞으로도 한국오가논은 일하기 좋은 기업은 물론 더 나아가 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