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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70대 노인, 30대 청년,10대 소녀의 만남
소녀의 싱그러움 젊음과 생명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천재 시인 이적요
스승의 문학적 재능을 질투한 세속적 젊음의 제자 서지우
시인의 언어와 문학의 세계를 동경한 열여덟 소녀 한은교 이 셋의 이야기다.
영화 은교는 18살 소녀가 여성이 되고, 노시인이 소설가가 되는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인다. 다만 서지우만이 관습과 닫힌 사고 안에서 욕망과 분노의 얼개를 당연하게
뒤집어쓰고 함정에 빠진다. 은교의 젊음과 생명의 무한한 에너지와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로
이적요는 청년으로 돌아가 시간으로부터 자유하며 상상의 이미지를 별같은 언어의 조합을
쏟아낸다. 뾰족한 연필의 슬픔에 대한 노시인의 시어와 자신의 아름다움을 그려 준 그의
천재성을 사랑한 소녀는 여성으로 자라나고 진실을 깨닫는다.
정지우 감독은 영화의 텍스트로 은교의 문학적인 감성을 잘 살리기도 하였지만 스냅같은 회화적 이미지로
소녀 은교를 그려내는데도 탁월했다. 은교를 가장 효과적으로 그려낸 부분은 영화 초입에 이적요의 집 앞 벤취에
기대어 낮잠을 자는 장면이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로 불리는 발튀스의 소녀들이 대거 출연한다.
평범한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 프랑스 태생의 폴란드계 화가 발튀스,
본명은 발타사르 클로소프스키 드 롤라(Balthazar Klossowski de Rola)이다.
순수하게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어머니의 연인 릴케와의 예술적 교감을 나누었고
발튀스란 예명도 그가 지어 준 것. 당대 유명 철학자와 예술가들 카뮈, 라캉, 바타유와도 가까웠다.
전통적인 풍경,역사,초상화를 20세기에 와서는 발튀스 자기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되살리며 금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훌륭한 화가로 앙드레 브로통, 파블로 피카소를 비롯한 다른
화가들에게도 찬사를 받았다.
거장의 그림들을 홀로 연구하여 본인의 화풍으로 체화하며 30대부터는 미소녀의 모습과 도시와 농촌의 풍경을 그렸다.
그는 특히 소녀와 고양이를 주로 다뤘는데, 연극적 구성과 미스테리한 복선, 환각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감성,
낯설고 충격적 설정은 보는 이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미성숙한 소녀들의 거울을 통해 자아를 보는 시선, 화면 속 타인과 배경에 아랑곳 안하고, 마치 성적 환타지에나
빠진 듯한 자기세계에 몰입한 소녀들의 초점없는 눈빛은 더이상 순수의 메타포가 아니다.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만으로 그를 퇴폐적인 소아성애자로 비난하는 이들도 있으나 이는 조금은 유치한 이분법적 시각이다.
그는 일본인 아내와 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린 살뜰한 가장이었고 반려동물로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특히나 많았다.
그의 그림 속 소녀는 '순수'와 '욕망'의 경계에서 존재하는 것들의 상징이며
그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서 존재하는 아이콘이다. 비쩍 골은 예수를 그렸다해서 반종교자, 혐오주의자로까지 불리었던
한스홀바인에 대한 오해도 발튀스의 그것과 유사하다. 무덤 속 그리스도'는 신의 죽음을 대하는 엄숙한 리얼리티였다.
그만큼 신심깊은 그림이 없다.
발튀스의 소녀들은 주로 의자에 걸터 앉아 책을 읽거나 나른한 표정으로 누워있거나 누드로 있으며, 고양이와 함께 한다.
거의 주로 의자에 무심한 듯 걸터 앉았으나 자세는 유혹적이고 쾌락을 경험하고 갈구하는
순수의 경계를 이미 넘은 듯 보인다. 영화 속 은교가 틈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애지중지하는 안나수이 거울. 발튀스의 소녀들도 거울을 종종 거울을 응시한다.
거울은 자아와 직접적으로 만나게 해주는 장치다.
나르시즘에 빠진 소녀는 우주의 중심이다. 하지만 소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두 인식하지 못한다.
기운생동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젊음의 기운 그 경이로운 아름다움은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누구나 욕망하는 바람.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받은 것이 아니듯, 나의 늙음 또한 나의 잘못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라는 이적요의 대사는 노인과 소외된 소수자와 약자들의 외침일 수 있다.
권력도 젊음도 지나간다.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
내 자랑할 것은 그 분 뿐... 정작 나에게 없다.
첫댓글 발튀스의 소녀들과 은교의 은교는 뉘앙스는 좀 다르지만, 스틸컷과 발튀스의 작품들 함께 보니 싱크로율이 제법 높아서 입에서 '오' '오' 하는 감탄이 자연스레, 터져요!!
저는 발튀스 그림의 주제들 좀 갸우뚱 이지만, 그 판판한 붓질은 늘 매력적이라고 생각!!
재미있게 읽고, 재미있게 보고 물러갑니다. 감사해요, 재미있는 리뷰!!
뉘앙스는 약간 달라도 소녀는 거기 있어요.다른 때 같으면 그림이 전제가 된 후 영화를 보는데, 이번엔 영화를 보며 발튀스가 명징하게 다가오는 느낌.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하나였지만 어느 한구석 물음표였거든요. 며칠 전 뉴욕 출장다녀온 친구가 그걸 알고 메트로에서 지금 전시한다며 몇장 이미지를 보냈는데 아 달려가 보고 싶네요. 정지우 감독 발튀스를 많이 훔쳐온 듯 해요^^
문득, 로리타도 생각이 나요. 80년대 초반 책을 집어던졌던 기억이 생생하고... 그래서 은교 안 봤어요. 뭔가 같은 기분일까봐난 그랬어요....여자, 남자, 예술... 이런 말들을 많이 주고받았는데... 참 나는 현실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책, 영화를 안 봤으므로 닫아버렸죠.
그림 정말 좋네요. 발튀스? 또 한 사람을 만나는군요. 우미갈에서 많은 걸 알아갑니다요!
부모님 나라 태어난 나라 옮겨 살았던 나라가 달랐고 일본인 아내도 그렇고 다문화에 노마드적 삶을 살았던 발튀스는 금세기 손꼽히는 거장이지요. 대단한 스펙만 최고인 줄 아는 이들에게도 빅엿을 먹일 만한 타고난 아티스트이기도 하구요
전 언제쯤 그림과 영화가 매치가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될까요..........ㅠ.ㅠ 언제나 감사합니다............ㅎㅎ
그냥 무엇을 바라보는 독특한 취향일 뿐이어요.
사람도 뭐 눈엔 뭐 밖에 안보이잖아 앞뒤사정 안보고 공과 사 구분못하고 말을 내뱉어 남한테 상처가 되든 말든 하는 안아무인
영화는 영화요. 그림은 그림일 뿐 굳이 경지에 오를 필요는.
역쉬 박하님!!! 짱~ ^-^)b
영화를 아직? 안 본 관계로 본문은 우선 패~~수 하였지만,,
저렇게 싱크로율 높은 그림들 어떻게 다 짚어내셨는징... ^^
은교 막내리기 전에 언능 보고 와서,
박하님 리뷰 제대로 읽어봐야겠어요. +_+ㅎ
사실 전 그걸 의도한게 아녔는데 그냥 발튀스의 그림속 소녀를 이해하는데 좋다라고만 생각했어요.쥐님이 싱크로율을 말하셔서 보니 그제서야 그렇기도 하네요. 종로 놀러오세요 본지 오래
헉! 지금 나의 모친께서 제 뒤 식탁에서 <은교>를 보시다가 제가 콩라디오를 틀어놓으니 시끄러우셨는지 소리내 읽고 계십니다. 깜짝 놀랐어요. 우리집에 <은교>가 있었다니... 누가 언제 사다놨을까? 분명 애들이 할머니 보시라고 사다 드린 것 같은데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샀을 확률이 높아요. 작가 이름만 보고...ㅋ 마치 금서마냥 야그를 했네요. 그건 아니구요. 그것보다 더한 것도 보시고 애덜한테는 보게 하지 말라는 책도 있었어요. 이큐84라고 하던가? 엄마가 보시고 권해주는 책도 읽지 않는 딸입니다. 오려주는 신문기사에서 생활의 팁만 보는..... 근디 오늘은 은교가 거슬리네요...
책읽으시고 권해주시는 어머니...좋으시네요, 책과 함께 곱게 나이들어가심도 보기 좋으실 것 같습니다.
자랑이신거 같은데요 ㅎㅎ 부럽습니다 ^^
아..묘한 순수함을 간직한 은교는 참으로 고왔고 아름다웠습니다..딱 떨쳐낼수 없었던 은교 눈망울의 투영을
박하님이 명쾌히 짚어 주신것같네요..^^
발튀스 작가의 그림과 함께 보자니..은교의 포스팅의 한부분에 매치된것같이 보이는 제 모자른
감수성에 정리가 되가는 느낌이네요..^^
제가 은교의 눈망울까지 짚어드렸던가요 ㅎㅎ 감사합니다
뒤에 써주신 말은 무슨 말씀인지 제가 잘 이해를 못하겠어요
박하님의 리뷰는 언제나 민트향 가득한 박하캔디..
요즘 옥세자님과 열애중인 박하를 볼때마다 떠올리곤한답니당^^
마음사리던 이 영화는 발튀스의 흔적을 쫓으려는 명분이 생겼으니 곧 보게 되겠지요
과연 감독은 발튀스를 염두에 두었을까 궁금하기도하고..이리저리 스치는 생각중에 독일 표현주의 작품들이 머릿 속을 맴도네요..작가이름이 가물가물..박하님은 벌써 다 아실 듯...^^
우아미셸님 본지 오래 잘지내시죠 아픈 목은 나으셨는지, 옥탑방에 제이름 나온다는 얘기들었어요
그 드라마 현실적이지 싶어요, 현실엔 매너좋고 돈많고 여자한테 잘하는 모든게 완벽한 남자는 없다 고로 몇백년전에서 타임리프타고 날라온 왕세자로 그 캐릭터를 설정한 건 다른 허황된 드라마보다 낫다는 거, 저도 요즘 가물가물이 일상화됬어요~~
박하님은 미술의 세계에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사고의 체계를 뚫으신 것같다는 느낌이 어느날 번득~~
나도 무슨말인지 표현이 어렵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발튀스보러 영화보러가고 싶군요~ 글 오랜만 감사히 읽고 갑니다~~
은교를 보고 발튀스를 이해하게 됬어요 예술은 일맥상통하는 바가 분명 있겠다 하는 생각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