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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승산(鐵繩山) 산행기
철승산(鐵繩山)보다는 천년고찰 마곡사(麻谷寺)의 네임벨류가 훨씬 무겁다.
그러나 "철승"이라고 하는 이름에 담긴 의미만은 무겁고 질긴 쇠줄(철승;鐵繩)을 일컫는다.
특수공구가 아니라면 절단이 어려운 와이어 로프인게다.명칭만으로는 쇠줄(鐵繩)이 삼(麻)보다
훨씬 무겁고 질기다.그러나 철승산의 존재는 늘 마곡사의 위명(威名)에 기대어 설명하는 쪽이
더 알기쉽다.이름으로 따진다면 덕장(마곡)이 용맹스러운 부하(철승)를 거느리고
있다 하겠다.태화산을 주산으로하여 갈라진 지능선상의 철승산,해가 뜨는 동쪽의 깊은
골짜기를 남북으로 흐르는 마곡천을 낀 산자락에 천년고찰 마곡사를 품고 있다.
마곡사는 조계종의 대전 충남지역의 70여 사찰을 관장하는 대본산이며,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봄 경치가 뛰어나다.
백제 의자왕 3년(서기 643년)때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 명종 2년(서기1172년)에
보조국사가 중건하였다. 절의 이름은 신라보철화상이 법문을 열 때 모인 대중(大衆)이
삼밭의 삼대(麻)같이 많다하여 마곡사라 이름 지은 것이라 한다.
가람의 배치는 태극도형으로 사찰을 감싸고 흐르는 태화천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오층석탑(보물 제799호) 및 대광보전과 대웅보전 등 부처님의 공간(極樂世界)을
상징하며 하천 남쪽으로는 영산전및 매화당 수선사 등을 배치하여 스님들의 수행공간으로
배치하였고,이를 극락교로 연결하여 스님들의 수행 목적을 일깨우고 있다.
주위에 영은암,대원암,은적암,백련암,청련암북가섭암 등의 부속암자가 산재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지역의 행정구역 명칭도 절골(사곡면;寺谷面)로 이름지은 것은 아닐까.
공주시외터미널 앞에서 시내버스(770번)를 타고 철승산 들머리로 삼은 가교2리 마을 입구로
이동을 한다.춤다리(무교)를 뒤로하고 마을로 향하는 차도를 따른다.
무교(舞橋;춤다리)란 이름이 꽤 어색하고 진부하게 느껴지며 작위적이기까지 여겨진다.
"춤다리"라고 하는 이름이 향토색에 가깝고 아름다워 보이며 애교스럽기까지 하고
우리문화에 더욱 살갑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그런데 그 다리 이름을 애써 한자식 표기로
"무교(舞橋)"라고 이름 붙이고 뒷짐을 쥔 모습이 추레하기만 하다.
마을 초입 오른 편에 느티나무 보호수가 마을의 수문장인양 듬직하다.
나이는 250살이며, 키는 16m에 달하고 몸통의 둘레는 무려 400cm에 달하는
이 마을의 신목(神木)이다."온천길"이라고 이름이 붙어있는 차도를 따르면
곧바로 마곡온천개발지구와 월성사로 향하는 갈랫길이 나오는데 이 삼거리에서
좌측의 월성사 방향의 길을 따른다.
"춤바위 가든"앞을 지나면 포장길은 차츰 비탈길로 변하며, 10여 분 이동을 하면
"남가섭암"이라고 쓰여있는 갈색의 커다란 장방형의 입간판을 만난다.
남가섭암 쪽으로 발길을 이으면 언덕으로 이어지며 이내 고갯마루에 닿게 되는데,
"가섭암"라고 쓰여있는 빗돌이 언덕배기에 또 서 있으며 숲으로 드는 산길은
빗돌 오른쪽 뒷편에서 입산객을 조용히 기다린다.
오산에서 공주행 버스(8시15분)를 타고 공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710번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가교2리에서 내린 뒤 이곳까지 걸린 시간은 얼추 3시간은 들인 것같다.
외로운 여인들을 잠 못들게 한다는 밤꽃 향이 온통 사방에 짙게 흩어져 있는
향기는 공주의 향기를 대표한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벌과 나비들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분주할 때인데 벌 나비들의 자취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낯짝보기가 쉽지않다.왜 그럴까? 혹시 그들은 이 밤꽃 향을 싫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여튼 궁금하긴하다.온 지역 이곳저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밤꽃에서 벌나비의
자취가 빈번하지 않다면 이상하지 않은가,산새들의 노래소리만이 숲의 님프인양
이따금 숲의 정적을 깨뜨린다.숲길은 예상했던 것보다 꽤 잘 나 있다.
부드럽고 아늑하고 호젖하다.부드럽게 깔린 가랑잎과 솔가리 그리고 울창한 교목의
녹음아래 드리워진 그늘속에 바람이 머물며 내려놓은 시원함이 그대로 녹아있다.
해발 410.2m의 깃대봉은 정수리에 작은 묘 1기가 자리잡고 있으며 주변은 참나무들이
우후죽순 자리하고 있어서 시원한 조망은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나 삼각점의 위치가 묘한 곳에 머리를 담대하게 묻고 있다.
묘지 바로 앞의 상석(床石)이 자리하고 있어야 할 곳이다.삼각점이 선점한 곳인지
묘지가 미리 자리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보는 색다른 모습이라 눈길을 끈다.
간단히 마른 목을 적시고 발길을 잇는다.
희뿌연 연막을 뿌려놓은 듯하며 조금은 찌푸린 표정의 잿빛 그늘을 보이던 하늘도
은빛 햇살을 여지없이 쏟아낸다.무더운 날씨라고 하지만 습기가 적으니 다행이다.
게으른 몸짓이나마 일렁이는 명주바람의 시원함이 겨드랑이를 파고든다.
멧덩이들도 대개 완만하고 수긋하다.된비알을 내놓고 을러대지도 않으며, 벼랑길로
몰아세우며 시험에 빠뜨리지도 않는 수더분한 산길로 산객을 인도한다.
산길은 곧바로 임도로 내려선다.사거리 고개,물란이고개다.
좌측의 산길은 산아래 첫동네 물란이 마을로 하산하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온천지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가교2리 공사현장이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맞은 편 숲으로 자락을 끌며 나아간다.로프가 기다랗게
매여있는 오르막 산길을 올려치고 밤꽃 향기 그윽한 숲을 빠져 나오면
또 다른 오르막 산길을 내놓는다.사각정자를 세워놓은 멧부리,철승산의 정상 활인봉이다.
높이는 해발 423m다.사각정자 주변으로는 끌밋한 노송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으며,마곡사로 곧바로 하산할 수 있는 산길이 우측으로 나 있고
나발봉으로의 산길이 좌측으로 나 있는 삼거리 역할도 하고 있는 멧부리다.
사각정자는 보기보다는 좀 낡았다.마루바닥이 썩어내려 보수가 필요하다.
나발봉에서 바라 본 광덕산과 ?암자.
점심을 해결하고 활인봉을 내려서면 샘골고개 삼거리를 만나는데 광주에서 왔다는
산꾼 서넛과 조우하며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다.이곳에 오는데 얼마의 시간을
들였느냐고 물으니 2시간 가량이 들었다고,그렇다면 1시간 40분이 걸린 우리 랑 별 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수원방면의 수도권에서 온 사람이나 비교적 먼 광주에서 온 사람이나
얼추 비슷한 시간대를 들인 끝에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전국이 일일 생활권역에
속한다 하겠다. 사람들 사이의 모든 일중의 일, 인사(人事)란, 상대의 안부를 묻거나
공경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예를 표하는 일이며,서로 알지 못하던 사람끼리
서로 통성명을 하여 자기를 소개하는 일이다.
개인의 의식, 신분, 능력 등에 관한 일, 또는 개인의 일신상에 관련되는 일과 국가나
기업 경영 등에서 인사 관리에 관한 모든 일을 말한다.
산길에서는 이렇게 인사도 서로 친절하게 주고받는데, 위치와 환경이 바뀌면 180도
상황은 부정적으로 돌변한다.언제부터 어디에서 부터 잘못된 행태인지 알 수 없는
고질병이지 싶다.일반 개인들간의 인사가 이렇게 장소와 상황에 따라 변화가 다양하게
부정적으로 전개된다면 사회질서의 발전과정에서 유연성을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만사(萬事)는 인사(人事)에 있다고 했다.경직된 어깨와 허리의 자세를 유연하게 유지하려는
스트레칭이 필요하다.자기 입맛을 고집해서 단맛과 얼큰함 그리고 짭쪼름함만
고집스레 찾는다면 고혈압,당뇨에 고지혈증까지 덤터기를 쓰고, 결국에는 병원과 약국의
도움없이는 하루도 연명이 안되는 신세를 못 벗어난다.
샘골고개 삼거리에서 우측의 내리막 산길도 마곡사로 하산할 수 있는 산길이다.
샘골고개를 지나면 끌밋한 노송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산길을 우아하고 품위있게
꾸며 나간다.아름다운 숲길이다."백범 명상길"이라고 이름을 붙인 숲길답다.
군데군데 쉼터역할을 하는 벤치도 가지런하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끌밋한 노송
들의 푸르름이 반갑기 그지없다.긴 오르막 산길은 또 다른 사각의 정자가 세워져 있는
멧부리로 산객을 이끈다. 해발 414m의 나발봉이다.나발은 옛날 관악기의 일종인 나팔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만,나사 모양으로 틀어서 돌아간 형상을 한 부처의 머리털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어쨋든 이곳 나발봉에서의 계속되는 산길은, 준비한 등산지도를
살펴보면 사각정자에서 우측으로 내려서게 표시되고 있다.그 쪽을 둘러 살펴보니
산길은 없으며 맞은 쪽으로 나 있는 산길은 종래의 산길 모습 그대로 잘 나 있다.
설왕설래 끝에 맞은 쪽 산길을 따르기로 한다.여전히 산길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울창하게 우거진 끌밋한 노송들이다.
시나브로 고도를 낮추어 나가는 산길이다.진땀을 내놓아야 하며 헐떡임을 부추기는
된비알의 오르막과 급경사의 내리막은 막을 내린 상황이다.
이 무렵일게다.갑자기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귀청을 찢는다.맑은 하늘에 웬 천둥?
그렇지만 하늘 빛은 이미 어느 틈에 잿빛으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일기예보를 집을 나서기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점검을 했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여지껏 일기상황은 비를 예측하기에는 비교적 맑았기에 비 올 확률을 잊고 있었던게다.
공주지역의 날씨는 비 올 확률은 20%에 그것도 오후 6시 이후에 집중되었었다.
하여간 천둥소리가 뜸해지자 후둑후둑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당연히 발걸음은 재우치게 되고 마음은 바빠지게 마련이다.
삼거리 갈랫길에서 우측의 숲길을 따르면 토굴암을 경유하는 산길이고 좌측으로
꼬리를 늘여가는 산길은 마곡사 솔바람길이라고 명명되어있는 백범명상길이다.
팔각정을 지나면 곧바로 계류가 나오는데 계곡 우측으로 산책로를 따르면
까만 지붕의 성냥갑 모양의 불교문화연수원 건물 앞으로 연결이 되며 영은교를 건너면
우측 산기슭으로 최근에 신축한 한옥 서너 채가 보이는데 템플스테이다.
템풀스테이 앞을 지나면 우측으로 마곡천을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건너가면
마곡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대웅보전 앞 마당으로 들어서니 대웅보전의 본존불 앞에서
불경을 외며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의 염불소리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온다.
대웅보존 앞마당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극락보전 앞 마당이다.
극락보전에서는 불기 2558년 제 6교구 하안거 포살법회가 열리고 있다.
앞 마당 한복판에는 오층석탑이 세워져 있으며 마당을 나서는 좌측으로는 법종각이
자리하고 있다.큰 마당을 뒤로하려니 우측에 포장을 치고 백중기도 접수를 받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백중기도(百中祈禱)란,음력 7월 보름날 명일(名日)의 하나로
여름 동안 안거(安居)를 마치고 대중앞에서 자기의 허물을 말하여 참회를 구하며 절에서
재(齎)를 올리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이 날 음력 7월 보름에는 우란분(盂蘭盆)이라고 하는
불사(佛事)도 행하여 지는데,우란분은 심한 고통을 의미하는 범어이며, 아귀도(餓鬼道)에
떨어져 괴로워하는 망령을 위안하는 행사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악도(三惡道)라는 것이 있다.살아서 지은 죄과로 인하여 죽은 뒤에
간다는 지옥도와 축생도(畜生道) 그리고 아귀도가 그것이다.
아귀도는 아귀(굶주린 귀신)들이 모여사는 세계로,음식을 보면 불로 변하여
늘 굶주리고 항상 매를 맞는 고통으로 가득한 곳을 말한다.
오색연등으로 터널을 꾸며놓은 극락교를 건너가면 곧바로 천왕문을 거쳐야 하고
해탈문을 거푸 벗어나야 한다.해탈문을 나섰다고 곧바로 이승의 세속이 아니다.
이승의 세계인 속세를 가볍게 업수이 여길 곳은 더욱 아니다.
삼악도보다 몇 배의 고통과 아픔이 쌓여있는 도처에서 날카롭고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호시탐탐 실족하는 대상자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10여 분을 걸어가면 "태화산 마곡사(泰華山 麻谷寺)"라고 씌어있는 현판을 달고있는
일주문을 나선다.마곡사 극락보전에서 포살집회를 방금 마치고 산문을 나서는 비구승들도
삼삼오오 짝을 이루고 산문을 나선다. 산문을 나서면 곧바로 음식점과 주점들이 줄을 잇는다.
숙박업소 간판도 빠질리 없다.세속의 느끼함이 밤꽃향기와 뒤섞여 밀려온다.
철승산의 깃대봉과 활인봉 그리고 나발봉의 전 구간에서 철승산의 이름은 철저하게
사라졌고 무시되어 있다.태화산이 그 빈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거다.
풍수설에 근거한 운수 기운이 매였다고 하는 주산(主山)인 태화산에게 명함등재권마져
박탈된 모습이다.등산지도나 전국정밀지도상에서나 찾아 볼 수있는 이름으로
전락한 철승산의 이름은 산꾼들의 관심에서도 시나브로 잊혀질 위기를 맞으리라.
마곡사 시설지구의 먹거리식당가,평일이라선지 썰렁하다.
귀가버스시간을 감안하면 공주로 이동하여 식당을 들어서야 맞지싶다.
늙은 사내들(청아,달거,신바람,나)은 아직도 기력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오늘 산행이 좀 무른 감은 있다.길게 잡아도 산행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하니,
닳고 묵은 짠밥의 늙은 네 사내들에게는 성이 찰리 없을게다.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버스가 출발한다.이곳 시설지구에서 출출함과 갈증을 해결하자니
버스시간이 촉박하고 간단하게 갈증만 잠시 해결하고 공주에 도착해서 본선을 치루자니
좁쌀스럽고 궁상스럽기만 하다. 하루 온 종일 여전한 것이 하나 있다.
외로운 여인들을 잠못들게 하는 밤꽃향기가 그것인데,
기력이 아직 남아도는 늙은 사내들의 콧끝을 애꿎게 지분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