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 한가위 추모 성찬례 설교
마태 25:34-40. 요엘 2:21-24, 26
우리 민족의 명절, 추석입니다. 추석 명절은 본래 두 가지 의미를 기억하며 지킨다고 합니다. 하나는 한 해의 수확에 감사드리는 일이요, 두 번째는 이 모든 일들을 조상의 덕으로 돌리는 것인데요. 오늘 독서로 들은 요엘서가 바로 늘 풍성함으로 채워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바치는 노래입니다. 빈궁하고 어려운 시절에 가장 큰 기쁨은 배불리 먹는 것이 분명하니,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며 때론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귀하게 되더라도 때론 풍년으로 근심 걱정이 없다 하더라도 이날만큼은 감사와 기쁨의 만족함을 누리게 됩니다. 딱 오늘만큼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 모두에게 있었던 그날입니다.
오늘 요엘서 말미에 ‘내 백성은 언제까지나 당당할 것’이라 했습니다. 기쁨의 수확과 지금 처지에 있는 그대로 감사하되, 바르고 당당하게 감사할 줄 아는 올바른 감사로 더욱 넘쳐나기를 소망해 봅니다.
우리 명절의 본래 의미인 한 해의 수확의 기쁨을 조상들 덕분이라고 감사했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야훼 하느님께로 감사함을 돌렸습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세우시고, 보호하시고 이끌어 가신 이스라엘이 수많은 곤고함과 민족적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나마 먹고살 수 있었던 것도 하느님의 베푸심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 구약의 예언자들은 우리가 딛고 서 있으며 부쳐 먹는 이 땅도 하느님의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하느님의 소유를 인간이 함부로 점령하거나 사고팔거나 하지 못해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도록 안식년 규정을 두었고, 모두가 배려하며 사는 것이 하느님 백성의 길이라고 가르치고 그렇게 살도록 외쳤습니다.
이스라엘에 추수절 축제가 있듯이 우리에게 한가위가 있고, 그것은 조상들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우리 모두 땀 흘려 수고했음을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날이 오늘일 것입니다.
우리 제사 풍습에 음복이라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조상들에게 첫 곡식을 바치고 난 후 그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께 음식을 드리고 그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서로 나눔의 모습입니다.
조상님께 감사함만을 강조하면 인간의 수고를 낮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해 소홀히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나누고 특별히 형편이 여의찮은 이웃에게 그날만큼은 넉넉함으로 나누어 먹는 것이 명절과 조상 제사의 의미였다는 말입니다.
그리스도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 드려지는 감사의 제사가 눈에 드러나는 전례와 형식으로만 그친다면, 그 은총을 서로 나누는 데 소홀하게 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나, 한 빵을 나누며 한 몸을 이루”는데 매우 서툴게 됩니다. 누가 뭐래도 그리스도교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의 종교인데도 말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은총에 감사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주변의 형제와 이웃에게도 시선을 돌립니다. 풍성한 날임에도 아직도 부족하고 어려운 이들이 있다면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인지상정입니다. 나에게 베푸신 것에 감사한 만큼 나도 베풀며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사람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입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감사의 성찬례를 바칩니다. 이 공간이 더욱 차고 넘쳐 더 넘쳐 감사와 찬양이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물려 주신 조상께 감사하고, 우리와 그 생명을 나누었으나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 생명이 우리 자녀에게로 계속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 가운데 살아왔지만,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한 가족이 된 여기에 모인 모든 분께도 늘 축복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한 빵을 나누었으니,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가 기억할 분들을 호명하며 기도할 것입니다. 이 짧은 기도 안에 주님께서 함께하시어 돌아가신 분을 위한 기도가 결국은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를 위한 기도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돌아가신 분들과의 관계가 절대로 끊어지지 않고, 성령의 은총 안에 늘 상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함께 기도를 바칩니다.
오늘 수확의 감사가 내일의 희망으로 이어져 하느님의 풍성하심을 늘 누리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아울러 이렇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도록 피를 이어주시고 생명을 이어내려 주신 조상님께도 감사하는 날입니다. 하느님과 그리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첫댓글 아멘. 우리 조상들과 상통하여 함께 하느님께 감사기도 드리게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