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죽을 각오가 돼 있고 저희 뒤에는 국민들이 죽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야당은 무엇이 두려워서 그렇게 합의하고 협의하려 하는 겁니까?”
(출처 :
http://www.ytn.co.kr/_ln/0101_201408210929564846 세월호유가족대책위 관계자들 발언이다. 이들은 “전쟁 중에 적(敵)과 동침을 했다”며 “야당은 빠지라”며 반발 중이다.
대통령과 정부를 적(敵)으로 간주하고, 자신들이 세운 협상대표도 인정하지 않은 채 유가족들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는 주장은 의회민주주의(議會民主主義)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국회(國會)가 합의를 해봐야 장외(場外)의 세력이 이를 무력화(無力化) 시키면 대의민주주의는 무너져 버린다. 이런 무(無)정치가 일상화될 것이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혼돈과 무질서가 지배할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트러스트(trust), 신뢰는 사라져 버린다.
현재 세월호특별법 쟁점은 앞으로 구성될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搜査權)·기소권(起訴權)을 달라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각 단계 협상을 무위(無爲)로 만들어 버렸다. 특히 19일 재합의안은 새누리당이 자신들의 특검추천위원 몫 2명을 ‘야당과 유가족 동의’ 방식으로 양보하는 내용인데도 이를 수용하긴 커녕 특검 이전의 원점으로 되돌렸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주는 것은 사법체계(司法體系)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違憲的)이고 초법적(超法的) 발상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재단(裁斷)할 수 없다는 ‘자력구제 금지’라는 형사법 대원칙에 어긋난다. 국가와 제도, 즉 법질서는 피해자들에 의한 사적(私的) 소송, 사적(私的) 재판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조사위(委) 수사권·기소권 부여’는 사적소송, 사적재판의 허용이고 법치주의 부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인에게 수사권을 준다면 결국 인민재판(人民裁判)으로 흘러가게 될 것(심재륜 전 고검장)”이라고 주장한다. 검찰 기소독점주의와도 충돌한다.
법치주의에 한번 예외를 인정한 후에는 같은 논리로 피해자 또는 피해자 집단이 수사·기소권을 요구할 것이다. 결국 예외가 원칙을 흐리게 된다. ‘조사위(委) 수사권·기소권 부여’는 애당초 정치적 협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이며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세월호특별법 논란은 기로에선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written by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