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개 이상의 다양한 업종, 규모의 중소기업체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경제지표를 꼭히 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실물 경제의 현실을 더 신속하게, 정확히 느낄 수 있습니다. 수년 간 현업에서 느끼는 우리나라 경제 현실이 가슴 답답하게 합니다. 어렵게 탄생한 새 정부가 노력하고 야당, 국민이 협심하여 빨리 이 지난한 경제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업체를 다니며 기술성, 사업성, 경영자를 평가하고 원포인트 레슨을 하기도 하지만 대표자들의 취미활동 여부, 취미의 트렌드 같은 것들도 일과 상관없이 재미있게 보게 됩니다. 취미활동을 하지 않는 대표들도 적지 않지만 가장 많은 취미활동의 표현은 사장실에 있는 골프채, 퍼팅 연습기, 상패, 홀인원기념패 등으로 바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요즘은 골프채가 줄고 취미활동의 폭이 상당히 넓어졌음을 느낍니다. 대표적인 것이 색소폰입니다. 적지 않은 대표자의 사무실에 색소폰이 있어 부가적으로 물어보면 사업보다 더 열심히 설명, 아니 자랑을 합니다. 드럼 세트도 추가하여 갖춘 사장실도 있습니다. 사장실에서 집기류보다 악기류가 차지하는 공간이 더 넓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사장실 옆에 음악실을 별도로 차려 놓기도 하더군요. 관상어를 기르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한 분은 최소 팔뚝 이상 되는 큰 희귀 관상어를 대충 세어 봐도 100마리는 족히 넘을 만큼 키우고 있었습니다. 사장실 3면을 빙 둘러가며 수족관이 설치되어 있는데 관상어 가격만도 억 단위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취미활동 하시는 분 중 가장 부러운 분은 영주 어느 업체 사장님이었는데 사무실에 들어서니 오디오 세트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마란츠9 진공관 앰프가 보였습니다. 학창시절 선배 댁에 가서 보고 수십 년 만에 보는 것이니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그때도 고급이긴 하였지만 진공관 앰프가 적지 않던 시절이었지요. 하지만 요즘은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향수를 자극하나 고가인 제품이 되어버렸지요. 진공관 앰프는 악기 고유의 음색을 왜곡 없이 깨끗하게, 부드러운 음질로 들을 수 있으며, 밤에는 진공관에서 나오는 빛과 열기가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매니아층이 꽤나 두텁습니다. 그래서 제 눈길을 확 사로잡았던 것이지요.
그저께 그와 쌍벽을 이루는 매킨토시 MC275를 보았습니다. 아내가 넘어지면서 책상 모서리에 부딪쳐 갈비뼈 근처에 통증이 심하였기에 들른 집 근처 병원, 아내가 치료 받으러 들어가고 기다리는 동안 쉬기 위해 휴게실에 들어서는 순간 제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아니, 제 주의력 모두를 앗아갔습니다. 병원장의 취미가 이쪽 계통이라서 두었겠지만, 틀지도 못할 곳에 진열(?)해서 초심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죄는 어찌 하려는지? 휴게실에서 책을 보면서도 눈길은, 주의는 계속 앰프 쪽으로 향했습니다. 진공관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억누르느라 책 내용은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명품은 이래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 소장의 유혹에 빠져들게 하나봅니다. 이런 집착, 미망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취미활동의 대상이 다양해지고 생활에, 시간에 여유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참 많은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취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취미인 독서, 낚시, 테니스, 탁구, 배트민튼, 등산 외, 패러글라이딩, 스킨스쿠버다이빙, 라이딩, 오토캠핑, 암벽등반, 마라톤, 오지여행, 식도락, 난타, 각종 악기 연주, 풍물놀이, POP, 사진 찍기, 드론 등 다양한 취미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왔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쳤던 테니스, 탁구는 멀어진지가 10년여 되었습니다만 최근 사진 찍기가 제 새로운 취미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난타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내는 배울 때도 좋지만 특히 열심히 연습하여 지인 행사에 공연을 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합니다. 저는 새로운 취미인 사진 찍기가 참 좋습니다. 특기가 아니기에 더 좋습니다. 작품을 만들 욕심을 버렸기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오랜 삶 속에서 욕심 내려놓기, 틀에 맞추지 말기 따위가 삶을 풍성하게 하고 행복감을 자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취미활동을 하는 이들을 보면 적지 않은 이들이 어느 정도 궤도에 들면 외형에 집착하는 것 보게 됩니다. 틀에 사로잡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장비나 도구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모습 또한 수시로 보게 됩니다. 마라톤 동호인들은 뛰다가 마주치면 지나가며 일별한 상대방의 옷에서 경력을 가늠한다고 합니다. 라이딩 하다가 마주치면 상대방과의 인사보다 그가 탄 자전거 종류를 먼저 보는 이도 있다 합니다. 헬멧, 라이딩복을 먼저 본다고도 합니다. 취미 동아리에 가면 누가 어느 정도의 장비, 도구를 갖추었나가 관심사가 된다고도 합니다. 그게 실력의 바로미터는 아닌데도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그러한 특성이 강하답니다. 그래서 동아리 모임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혼자 다닙니다. 가끔 아내가 원하는 장면, 장소가 있으면 함께 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시간을 내 임의로 쓸 수 있어서 좋고 내 관심 분야 중심으로 동선을 잡고 내 입맛에 맞게 메뉴를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장면에서 내가 본 만큼의 사진이 찍히지 않았을 때의 실망감도 꽤 크기에 한 번씩은 동아리에 따라 나섭니다. 구도, 노출에 대한 디테일을 배울 수 있고 장소 헌팅에도 깨우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제 중심의 생각, 행동인가요? 조우한 진공관 앰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위의, 취미활동에 깊이 빠져들면 보이는 매니아로써의 자기표현이 아닌가 싶기도합니다.
어찌되었건 오는 토요일, 합천 오도산 일출 찍으러 가는데 동참하기로 하였습니다. 40여년 인연을 이어온 선후배님들과 함께 하는 시간만으로도 좋을 터인데 사진 찍는 근본적인 마음자세, 기초기술까지 다시 익히고 명장면을 보개 될 터이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도 즐겁지만 일주일 뒤를 생각하면 마냥 행복한 주말입니다.
지난 주말, 새벽에 경산의 반곡지, 반야월 연꽃단지를 돌아보았습니다.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1054176928
그날 오후, 안동 군자마을을 돌아보고 림코 앙상블을 즐겼습니다. 마냥 행복했습니다.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1054228668
ps)다행히 아내는 갈비뼈는 다치지 않았고 근육이 심하게 찍힌 상태라, 진통제를 맞았고 운동을 하면서 풀되 통증이 심하면 먹으라며 해준 처방에 진통제가 있어 심한 통증은 없을 것이고, 요가 수업은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스런 일입니다. 질병도 조심해야 하지만 이렇게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다치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해야겠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더욱...
전철의 레일처럼(모셔온 글)==================================
황홀한 행복을 오래 누리는 방법은
전철의 레일처럼 나무들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통하는 마음이라 하여
정신없이 다가서지는 마십시오.
거리 없이 섞이지는 마십시오.
우주와 우주 사이에는 존경과 설레임만
가득하여도 천국입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은
돋는 해를 잠깐 바라보고 사라지지만
우리의 내일은 또 눈떠 맞는 행복입니다.
사람은 가장 명예로운 자연임에도
구속을 배우고 곧잘 강요합니다.
동서남북의 네 방향은
거리가 적으나 많으나 항시 같듯
우리의 마음도 멀든 가깝든 내 마음만은
사철 푸른 오래도록 같은 빛이어야 합니다.
진실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미닭이 품는 알처럼
마음의 부화를 먼저 깨쳐야 합니다.
사람의 손이 타는
연약한 동물은 다치거나 쉽게 생명을 잃듯
사람 역시 사람으로 인해 쉽게 다칠 수 있습니다.
거리의 필요성을 깨우치지 못하고
다만 눈앞에 보이는 것들로는
아쉬움의 이별은 몸서리치게 줄달음하여 옵니다.
서로가 오래 바라보면서
기쁨 충만한 신뢰감에 스스로 가슴 흠씬 젖어
작은 부분을 크게 지켜내는 행복을 만들고
언제고 그런 마음이 봄처럼 따뜻하게
머물 수 있다면
당신의 수줍도록 작게 열린 쪽문으로
달빛 스미듯 곱게 들어오는
나뭇잎 사각이는 한 걸음 있을 것이며
그럴 때 사람의 조물주인 신은
되려 당신에게 있는 좋은 마음 하나
그렇게 닮고 싶어 할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겁니다"
-----프랑수아 를로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