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일보 오피니언 2005-10-3 기사 )
그동안 성금이나 기탁금에 대한 기사들이 신문의 지면을 장식하거나 텔레비전의 뉴스로 방영되는 것을 보면 주로 장학금이나 천재지변을 당한 지역에 의연금으로 쓰여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사회복지가 부상하면서 기부문화가 서서히 정착단계에 들어서고 있음을 우리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정신을 꼽으라면 두레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우리민족처럼 공동체 의식을 가진 민족도 드물다.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같이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나라보다는 단일민족으로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기에 우리민족의 공동체 의식이 그런 나라들 보다는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가 발달하면서 우리 민족정신은 점점 빛이 바래가고 자기중심적인 이기적 사고가 팽배해 지면서 남을 배려할 마음조차 갖기 힘든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요즘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인간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을 엿볼 수 있다. 여러 방송사들이 모금운동과 기부형식에 대한 프로그램들을 비중 있게 만들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는 것은 기부문화가 우리들과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시사해 준다.
한국의 기부문화는 그 역사가 길지 않다. 기부문화를 이끌어낸 대표주자는 기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활동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던 시대에는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기업이 인정받고 존경받는 기업이었으나 이제는 벌어들인 수입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서 국민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기업들의 재단 설립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의 재단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나 기업이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위해서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기부문화에 대한 국민적인 유대감이 형성되어지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금의 창구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일원화하였다. 사실 모금의 창구를 일원화하면 장점도 있지만 창구의 일원화를 통해 생겨나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할 수 없는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단체나 개인을 지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공동모금회가 제안사업을 공모하여 선정되는 기준을 보면 대부분 사회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 기관에서 올린 제안서들이 채택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국비로 지원되는 시설이나 기관을 선정하여 지원하게 되면 결국은 국비로 충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는 결과를 낳게 되며 엄격하게 따져 보면 그런 지원은 이중지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민간단체나 시설들이 지역에 필요한 사안들을 제안한 것을 깊이 있게 고민하여 공정한 선정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성금을 기탁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동모금회의 세부적인 사업 내역을 모르고 있기에 그저 좋은 일 하는 곳이려니 하고 막연하게 생각고 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이런 문제는 중앙은 차치하고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를 보더라도 2005년 제안기획 선정결과를 납득하기가 어렵고, 기획사업을 공모하고 선정하는 내용을 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동모금회가 하는 일이 실망스러울 경우 성금을 내놓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은 바르게 쓰여 지는 재단으로 성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최근 1%의 나눔 운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단체는 아름다운재단이다. 아름다운재단이 사회에서 신뢰를 받는 이유는 재단이 참으로 투명하게 운영되어지며 각종 공모사업을 진행할 경우 선정된 제안사업을 보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큼 공정하게 심사하여 선정되기 때문에 재단을 신뢰하여 안심하고 성금을 쾌척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낸 성금이 가장 효율적으로 쓰여 지기를 바라고 있으며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쓰여 질 때 또 기탁하고 싶은 생각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유치환 시인의 싯귀에서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다”는 의미는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더 행복하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일생동안 벌어들인 재산을 자식들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로 환원하는 이야기는 이제 남의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진정 이 나라를 사랑하고 국가의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사람들은 개인의 재산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데 쓰여 지는 재단에 전 재산을 아낌없이 기탁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므로 국민의 성금을 관리하는 재단이나 기관들이 정치적인 힘에 흔들리지 말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나갈 때 나눔 운동과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김상도(강릉자활후견기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