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중절모가 어울리는 풀꽃 시인 나태주님이 시한부라고 선고받을 만큼 심한 중병을 앓고 있을 때,
중환자실에서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몹씨 안쓰러워 썼다는 시(詩)가 있습니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病)과 함께 약(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더 감동적이었던 것이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부인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이었습니다.
** 너무 고마워요 **
남편의 병상 아래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 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 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 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 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 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