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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7일
오늘은 동래문화원에 서예하러 가는날이다.
지난주만 해도 거의 들지 않았던 단풍이 일주일만에 대포산(마안산)의 동래문화원 가는 길에 빨갛게 물들려 놓았다.
구름이 끼어서 제색깔을 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올때는 동백이 있는 다른길로 내려왔다.
한창 동백꽃이 피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조물주가 빨갛고 노랗게 화려한 색깔로 덧칠해 놓은 듯한 숲길 !
가을을 진하게 만날 수 있었는데..
추워지고 바람이 불면 떨어져 버리겠지.
그래서 사라져 가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인가,
황홀한 숲길은 걸으면서 귀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나태주 -
방랑 시인 김삿갓
낙화암에서 비탈길을 북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강물이 눈앞에 굽어 보이는 곳에 절벽을 배경으로 한 , 고란사 (皐蘭寺 )라는 절이 있다 . 백제 때에 창건된 절로서 , 원래는 <高蘭寺 >라고 불렀는데 , 절 뒤에 절벽 바위 틈에 <고란초 (皐蘭草 )>가 있다고 해서 절의 이름이 숫제 <皐蘭寺 >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
고란초는 난초의 일종이나 잎이 적은 기이한 난초이다. 포자 (胞子 )가 1년에 하나밖에 생겨나지 않아 , 번식하기가 매우 어려운 음화 (陰花 ) 식물이라는 것이다 . 양지도 음지도 아닌 바위 틈의 습지에서만 자라는데 ,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고란사 뒤의 절벽에서만 있다는 것이다 .
김삿갓은 고란사 주지 스님으로부터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그렇다면 고란초는 삼천궁녀의 원한이 식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
하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고란사에서 백마강을 굽어보면, 강 기슭에 조룡대 (釣龍臺 )라는 바위 하나가 물 위에 솟아나와 있다 . 그 바위에는 백제가 망하던 때의 슬픈 전설이 얽혀 있다 .
백제를 치러 당나라에서 온 소정방(蘇定方 )이 금강을 건너오는데 , 때마침 모진 바람이 불어 강물이 세차게 출렁이는 까닭에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 그리하여 강가에 있는 노인에게 ‘풍랑이 왜 이다지도 심하냐 ’고 물었더니 , 그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
"백제의 선왕이신 무왕 (武王 )께서 나라를 구하시고자 물 속에서 용으로 변해 조화를 부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
"무왕은 생전에 어떤 물건을 좋아했느냐 ?"
"무왕께서는 생전에 당신이 타고 다니시던 백마를 가장 사랑하셨습니다 ."
그리하여 소정방은 백마 한 필을 구해다가 한 칼로 백마의 목을 벤 후, 그 머리를 미끼로 삼아 조룡대 바위에 걸터앉아 낚시를 하여 커다란 용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 그러자 풍랑이 잦아들었고 , 소정방은 강을 무사히 건너가 백제를 멸망시킬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바위를 조룡대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금강의 무명지류 (無名支流 )에 지나지 않았던 그 강을 그때부터는 백마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
꿈꾸는 백마강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에 울어나 보자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는데
구곡간장 울울이 찢어지는 듯
누구라 알리요 백마강 탄식을
깨어진 달빛만 옛날 같구나
김삿갓은 어디선가 구슬프게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가 번쩍 티였다. 그리하여 노랫소리가 들린 곳을 유심히 살펴보니 , 조룡대 옆에 떠 있는 나룻배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 김삿갓은 나룻배 사공을 향해 소리쳤다 .
"노형 , 노랫소리가 기가 막히는구료 ! 그나저나 내가 배가 몹시 고픈데 , 이 근처에 주막이 없을까요 ? "
그러자 뱃사공은 나룻배를 가까이 갖다 대며 말했다.
"어서 타시지요 . 이 배를 타고 낙화암 절벽 밑을 감돌아가면 ‘구두레 ’라는 나룻터가 나오지요 . 거기에 가면 퇴물 기생이 열고 있는 몽중몽 (夢中夢 )이라는 주막이 있다오 ."
"주막이름이 몽중몽이라 ... 그것 참 , 이름부터가 멋있는 주막이구려 . 그렇다면 나를 구두레 나룻터까지 데려다 주시오 ."
김삿갓은 백마강 물 위에 둥실 떠서 낙화암을 돌아다보니 고란사는 물안개 속에 잠겨 아스라히 보였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홍양호 (洪良浩 )의 주중망 고란사 (舟中望 皐蘭寺 )라는 시가 읊조려졌다 .
비는 나룻배에 부슬부슬 내리고
백제의 왕기는 연기 속에 사라졌네
슬프다 천 년 동안 질탕하게 놀던 곳
희미한 등불 아래 중은 졸고 있네.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와 함께, 자욱한 물안개를 뚫고 나룻배가 구두레 나루터에 도착하자 , 김삿갓은 몽중몽이라는 술집을 찾아 나섰다 .
퇴물 기생이 운영한다는 몽중몽이라는 술집은 노인산(老人山 ) 기슭에 있었다 . 뜰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고 , 주위에는 복숭아 나무도 몇 그루 있어서 , 제법 운치가 있는 술집이었다 .
40 가까이 되어 보이는 주모는 성품이 서글서글 하여서 김삿갓에게 술을 따라 주며 익살까지 부렸다 .
"옛날부터 ‘못난 색시가 달밤에 삿갓을 쓰고 다닌다 ’는 속담이 있는데 , 손님은 멀쩡한 양반이 어째서 삿갓을 쓰고 다니신다오 ?"
그러자 김삿갓은 술을 마셔가며 주모를 이렇게 나무라 주었다.
"이 사람아 ! 이 삿갓은 내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물건이네 . 그러니 남의 삿갓을 함부로 깔보지 말게 ."
"아따 ! 다 해진 삿갓이 소중하기는 뭐가 소중하다고 그러시오 ?"
"모르는 소리 그만 하게 ! 이 삿갓은 오늘처럼 비가 올 때에는 도롱이 구실도 하고 , 해가 쨍쨍 내리쬘 때는 차양 노릇도 해주지 . 어디 그 뿐인 줄 아는가 ? 길에서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눈을 가리는 가리개 구실도 해주는 , 내게는 친구와 같은 존재라네 ."
그러자 주모는 손을 휘휘 내젓으며,
"그만 했으면 됐어요 . 삿갓 자랑은 그만 하시고 , 어서 술이나 드세요 ."
"기왕 말이 나왔으니 자네가 아무리 듣기 싫어해도 이 삿갓이 소중한 이유를 하나만 더 말해야겠네 ."
"그처럼 소중한 이유가 무엇인지 , 그러면 하나만 더 들어 보기로 하지요 ."
"내가 이 삿갓을 쓰고 다니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 주모가 알게 되면 섭섭할걸 ?"
주모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시다면 그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들어 볼까요 ?"
"내가 오늘처럼 돈이 떨어져 공짜술을 마시고 도망갈 때에는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삿갓이란 말일세 . 무전취식 (無錢取食 )을 한 뒤에 삿갓을 깊숙이 눌러쓰고 도망을 가면 , 얼굴이 가려져서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단 말일세 ! 안 그렇겠나 ? 하하하 ."
김삿갓이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 바람에 방안에는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다. 주모는 웃으면서 김삿갓의 농담을 능숙하게 받아 넘긴다 .
"제가 사람 하나만은 제법 잘 알아본답니다 . 손님은 삿갓이나 쓰고 다니면서 무전취식 할 분으로 보이지 않네요 . 그런 느낌이 손님의 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걸요 ."
"사람 , 모르는 소리 그만 하게 . 유전강산 (有錢江山 )에 다호걸 (多豪傑 )이요 , 무전천지 (無錢天地 )에 무영웅 (無英雄 )이라고 , 무전취식을 하는 종자가 따로 있는 줄 아는가 ?"
"손님이 정말로 돈이 없으시다면 제가 얼마든지 대접할 테니 안심하고 드세요 . 호호호 ..."
"그거 참 고마운 말일세 그려 ... 그건 그렇고 , 자네 집 옥호가 몽중몽이던데 , 그 이름은 누가 지어 준 이름인가 ?"
김삿갓은 이곳에 오기 전부터 궁금했던 일을 기어코 물어보았다.
"몽중몽이라는 이름은 제가 직접 지은 이름이랍니다 ."
주모는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허어 ... 몽중몽이라는 이름을 자네가 직접 지은 이름이라고 ? 그렇다면 자네는 책을 많이 읽은 모양이네 그려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夢中夢이라는 말은 夢中占夢이라는 말의 준말이 아닌가 ? 이 말의 본뜻은 꿈속에서 꿈을 점쳐 보는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는 말이라네 . 夢中占夢이라는 말에는 아주 흥미로운 유래가 있지 ."
김삿갓이 그렇게 말을 하자 주모는 술상 앞으로 바싹 다가서며 매우 흥미로운 듯 말했다.
"저는 그런 유래가 있는 말인 줄 모르고 내 멋대로 몽중몽이라고 지은 것입니다 . 옛날에 어떤 유래가 있었다면 제게 꼭 좀 말씀해 주세요 ."
"자네가 꼭 알고 싶다면 말해 줌세 .... 옛날에 왕적 (王積 )이라는 시인이 길을 가다 보니 , 길가에 몽중몽이라는 술집이 있었네 . 그러나 그는 그 술집에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네 .
그리곤 잠시 후에 나무 그늘에 누워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점을 쳐보았더니, 몽중몽이라는 술집에 꼭 들르라는 점괘가 나왔다고 하는 게야 . 그래서 꿈에서 깨어난 왕적은 몽중몽이라는 술집을 다시 찾아오면서 이런 시를 지었다네
夢中占夢罷 (몽중점몽파 ) 꿈속에서 꿈을 점쳐 보는 꿈을 꾸고
還向酒家來 (환향주가래 ) 그 술집을 다시 찾아 오노라 .
"이렇게 꿈속에서 꿈을 점쳐 보고 그 술집을 찾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
주모도 고개를 끄덕이며,
"옛날에도 우리 집처럼 몽중몽이라는 술집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 그렇지만 제가 우리 집 이름을 몽중몽으로 지은 데도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아요 ."
"자네는 어떤 연유로 그런 이름을 지었는가 ? 이왕이면 그 애기도 한번 들어 보세 그려 ."
그러자 주모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5, 6년 전 , 주모가 연월 (娟月 )이라는 기명으로 기생 노릇을 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 그 당시 연월에게는 그녀를 짝사랑하는 칠십객 부자 노인이 한 사람 있었다 . 물론 연월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늙은이였다 .
그런데 그 늙은이가 어느 날 밤 꿈속에 나타나더니, 잠자리를 같이 하자고 치마끈을 부여잡고 성화같이 졸라대는 것이 아닌가 . 연월은 거절을 하다못해 , 늙은이 소원을 들어주는 셈 치고 꿈속에서 늙은이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안겨주면서 몸을 허락하고 말았다 .
잠시 후 잠에서 깨어나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꿈이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을 하여 보니 , 비록 꿈속이었지만 늙은이에게 몸을 허락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 아니었던가 . 그러자 연월은 그 날로 그 부자 늙은이를 일부러 찾아가 지난밤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며 스스로 자진해서 몸을 허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그렇게 하게 된 이유는, 꿈속의 일이었지만 신의를 꼭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단다 . 이렇듯 꿈이 인연이 되어 연월은 노인에게 많은 돈을 받아 술집을 시작하게 되었고 , 그때 문을 열게 된 술집 이름은 꿈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는 뜻으로 몽중몽으로 했다는 것이었다 .
"음 ---- 기가 막힌 인연이군 , 그래 . 그럼 자네에게 술집 밑천을 대준 노인은 아직도 생존해 계신가 ?"
그러자, 주모는 얼굴에 슬픈 빛을 띠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
"그 어른은 5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셨답니다 ."
"저런 ... 5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구 ? 그렇다면 자네에게 술집을 차릴 수 있는 돈을 내어 주신 그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그 노인이 돌아가셨을 때 , 상 (喪 )을 입어 드리는 도리였을 텐데 자네는 어찌하였나 ?"
"그야 물론이죠 . 그 어른은 양기가 워낙 신통치 않으셔서 우리가 육체관계를 가진 것은 단 한 번뿐이었지요 . 그러나 제게는 바깥어른이나 다름없는 어른이셨기 때문에 돌아가신 뒤에는 3년상을 치르느라고 저는 술장사도 하지 않았답니다 ."
화류계 여성으로 일을 하면서도 노인에 대한 은혜와 도리를 생각해 3년 동안이나 절개를 지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음 , 요즘 세상에 자네처럼 의리와 은공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인 걸 ."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서로 간에 신의를 소중히 여기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 옛 글에 ‘사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士爲知己者死 : 사위지기자사 ), 여인은 자기를 기쁘게 해 주는 사람을 위해 얼굴을 가꾼다 (女爲說己者容 : 여위설기자용 )’라는 말이 있지 않아요 ?"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지금 자네가 한 말은 예양전 (豫讓傳 )에 나오는 말인데 , 자네는 그런 책도 읽었는가 ?"
"저는 그런 책은 읽어 보지 못했어요 . 그러나 기생질을 오래 하다 보니 , 귀동냥으로 못 들어 본 말이 없답니다 ."
"기생 노릇을 오래 했다면 돈도 많이 벌었겠군 그래 ?"
"저는 돈에 대해서는 별로 욕심이 없어요 . 사람이 죽고 나면 그만인데 무슨 돈이 많이 필요하겠어요 ."
"허어 ... 자네는 금과옥조 같은 말만 하고 있네 , 그려 . 대단허이 , 하긴 시인이었던 백낙천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네 ."
" 身後堆金 桂北斗 (신후퇴금 계북두 ) 죽은 뒤에 돈을 하늘까지 쌓아 보아도
不如生前 一杯酒 (불여생전 일배주 ) 살아 생전에 술 한 잔만도 못하느니라 .
그러나 그처럼 간단한 진리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
"그렇게도 어리석은 것이 인생이 아니겠어요 . 그러기에 옛날부터 ‘미자불문로 (迷者不問路 : 길을 잃은 자가 어리석게도 길을 물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지 않아요 ."
한다는 소리가 모두 도통(道通 )한 소리뿐이었다 .
"여보게 ! 이런 시골에서 자네같이 도통한 여인을 만날 줄은 정말 몰랐네 . 기분이 매우 좋으니 오늘은 술을 마음껏 마시기로 하세 !"
김삿갓이 잔을 비워 주모에게 건네 술을 한 잔 따라주었다.
그러자 잔을 받은 주모가 또 한마디 하는데,
"세사는 금삼척 (世事琴三尺 )이요 , 인생은 주일배 (人生酒一杯 )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 저 역시 멋진 풍류남아를 만나 여간 기쁘지 않습니다 . 둘이 함께 마음껏 취해 보십시다 ."
그리고 주모는 술상을 새로 보아 오는 것이었다.
김삿갓은 본시 두주를 불사(斗酒不辭 )하는 호주가 (豪酒家 )가 아니던가 . 그러나 주모 연월이도 술에는 강호 (强豪 )인지 아무리 마셔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
"여자로서 자네같이 술이 센 사람은 처음 보았네 ."
"술이라는 것은 상대방에 따라 주량이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까 ? 미운 사람을 상대하려면 첫 잔부터가 역겨운 것이지요 ."
"나 같은 걸객이 백마강 나루터에서 자네와 같은 미인과 더불어 인간사 진리를 논하면서 호음 (豪飮 )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 아마도 이것도 우리 두 사람의 전생의 인연일 걸세 ."
이렇게 오가는 술잔에 정이 오가다 보니, 방안의 취흥이 점점 도도해 왔다 .
김삿갓은 활짝 열려 있는 방문으로 밖을 내다보니, 무심한 강물은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데 , 풀밭에서는 누렁 송아지가 풀을 뜯다 말고 허공을 향하여 ‘음 ~메 ~...’하고 엄마를 부른다 .
취기가 도도해진 김삿갓의 눈에는 그러한 전원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어 보였다. 더구나 강의 이름이 백마강인데 송아지의 빛깔은 누런 것이 무척 대조적이어서 무심결에 ,
"백마강두 황독명 " (白馬江頭黃犢鳴 : 백마강 가에서 누렁 송아지가 울고 있네 )
하고 한마디 씨부려보았다. 그러자 주모 연월이도 맞은편 노인산에 소년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
"노인산하 소년행 " (老人山下少年行 : 노인산 밑으로 소년이 걸어가오 )
하고 대뜸 댓구를 놓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이 白과 黃을 대조적으로 표현한 데 대해 , 주모는 老와 少를 대조적으로 표현해 놓았던 것이다 .
김삿갓은 주모의 절묘한 화답에 크게 감동되었다. 본인의 말로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술자리에서 귀동냥만 많았을 뿐이라고 했지만 , 화답을 응구첩대 (應口輒對 )로 멋지게 하는 것을 보니 시재 (詩才 )가 비범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
그리하여 이번에는 뜰에 있는 연못을 내다보며,
澤裡芙蓉深不見 (택리부용심불견 ) 연못 속의 연꽃은 물이 깊어 보이지 않네 .)
하고 또 한 구절 씨부려 보였다. 그러자 주모는 즉석에서 복사나무를 내다보며 ,
園中桃李笑無聲 (원중도리소무성 ) 뜰에 있는 복사꽃은 웃어도 소리가 없소 .
하고 또다시 멋들어진 대를 놓는 것이 아닌가.
"여보게 ! 자네는 술보다도 시를 더 잘하네그려 !"
"마음이 통하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김삿갓은, 주모 연월의 그 대답이 더욱 멋이 있었다 .
김삿갓은 술을 마셔가며 연월에게 우스개소리를 하였다.
"시를 잘 짓는 여자는 공교롭게도 자네처럼 이름에 ‘월 ’ 자가 들어간다네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시를 잘 짓는 기생 중에 개성 기생 명월 (明月 )이가 있었고 , 평양 기생 계월 (桂月 )이가 있다네 , 게다가 얼마 전에는 강계에서 시를 잘 짓는 추월 (秋月 )이라는 기생을 만난 일이 있었는데 , 지금 자네도 연월이란 이름으로 시를 잘 짓고 있으니 , 이름 자에 달 월 (月 ) 자가 들어 있는 기생은 시를 잘 짓는다고 봐야 할 게 아닌가 ?"
"아이 , 선생님두 ! 명월과 계월은 소문난 시인이었지요 . 저 같은 게 어찌 감히 그들 속에 낄 수 있겠습니까 ... 그런데 , 강계에서는 추월이라는 기생을 직접 만나셨던 모양이죠 ?"
"응 , 그 여인도 시재가 보통이 아니었네 ."
김삿갓은 그렇게 대답하며 잠시 지난날의 추억에 잠겼다. 추월은 김삿갓의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 그때 만약 어머니의 꿈을 꾸지 않았다면 김삿갓은 지금도 추월의 집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었던 것이다 .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술을 따라 주고 있는 연월도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여인은 아니었다.
어느덧 밤이 깊어 어디선가 새벽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오고 있었다. 연월은 종소리를 듣자 김삿갓에게 은밀한 시선을 보내며 ,
"강계에서는 언제 떠나셨습니까 ?"
하고 물었다. 김삿갓은 대답 대신에 ,
離家正初今三月 (이가정초금삼월 ) 정초에 집을 떠났는데 어느새 삼월이 되었네 .
하고 시 한 수를 읊어 대답해 주었다. 연월은 그 소리를 듣더니 , 즉석에서 이렇게 화답을 한다 .
對客初更復三更 (대객초경복삼경 ) 손님을 초저녁에 만났는데 어느새 삼경이오 .
김삿갓은 연월의 화답에 마음이 몹시 동요되었다. 그리하여 ,
良宵可興比難於 (양소가흥비난어 ) 이 밤의 흥겨움을 무엇에 비기리오 .
하고 유혹의 시를 한마디 던졌더니, 연월은 대뜸 이렇게 화답하는 것이 아닌가 .
紫午山頭月正明 (자오산두월정명 ) 자오산에 떠 있는 달이 무척 밝으옵니다 .)
그 화답에는 김삿갓의 유혹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마지막 술잔을 들며 ,
"이제 술은 그만 하고 잠이나 잘까 ?"
하고 말하자, 연월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
"금침을 준비하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
하고 속삭이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이런 수작은 , 그야말로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바람이 격의없이 상통된 탓이다 .
김삿갓은 돈도 권세도 없는 따분한 신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오는 까닭에 , 어디를 가나 여자들은 대환영이었다 . 마음속에 추호의 사심 (邪心 )이 없음을 알고 , 여자들은 안심을 하고 접근해 왔던 것이다 .
세상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염복가(艶福家 )라고 부른다 . 김삿갓은 이렇게 염복이 많은 덕분에 오랫동안 방랑 생활을 계속해 오면서 많은 여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아왔었다 . 특히 , 시를 좋아하고 음률을 숭상하는 노류장화의 여성들은 김삿갓을 각별히 좋아하였다 .
뭇사내들의 멸시와 탐욕에 시달려야 하는 그들에게는, 김삿갓처럼 허심탄회한 남성이 한없이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 강계의 명기 추월이도 그래서 김삿갓을 좋아하였고 , 부여의 몽중몽의 주모 연월이가 김삿갓을 좋아한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이다 .
김삿갓은 연월이 안내하는 대로 그녀의 안방으로 짐짓 취한 척 비틀거리며 따라 들어갔다. 그리곤 몸을 못 가누는 척하며 , 연월이 깔아 놓은 금침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
이불 속에서는 농염한 여인의 향기가 풍겨나왔다. 등잔불을 끈 연월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옷을 벗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러자 김삿갓도 어둠속에서 급하게 옷을 벗었다 . 이윽고 김삿갓의 이불 속으로 연월이 살그머니 들어왔다 . 두 사람은 말이 없이 서로를 껴안았다 . 그리고 잠시 아무렇지도 않게 그대로 있었다 . 누군가 먼저 어떻게 해주기를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
그것은 이미 서로 인생을 살아올 만큼 살아왔기에, 함께하는 사람에 취향에 따라 능동적인 자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김삿갓은 이런 경우에 남자인 자신이 리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그는 먼저 손을 뻗어 풍만한 연월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 두 사람이 같이 술을 마셔서인지 김삿갓은 가뜩이나 취한 술이 한 잔을 더 마시는 것 같았다 . 쪽쪽 소리가 나도록 연월의 입 속을 훔치던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혀를 연월에게 내주었다 . 그랬더니 그녀도 그가 한 것처럼 , 그의 입 속을 달콤하게 훔쳐갔다 .
그는 그녀의 옥문을 더듬었다. 그러자 그녀는 짐짓 꿈틀거리며 손을 뻗어 김삿갓의 물건을 향해왔다 . 이렇게 전희를 끝낸 두 사람은 한데 엉켜 아낌없이 서로를 나누었다 . 방 안은 어제 이곳 몽중몽으로 올 때 거의 그쳤던 봄비가 다시 내리는지 고즈넉하고 ... 등잔조차 꺼진 방안은 두 사람의 열기에 식을 줄 모르고 마냥 타오르고 있었다 .
어제 내린 비
어제는 비가 내렸네
키 작은 나뭇잎 새로
맑은 이슬 떨어지는데
비가 내렸네
우산 쓰면 내리는 비는
몸 하나야 가리겠지만
사랑의 빗물은 가릴 수 없네
사랑의 비가내리네
두 눈을 꼭 감아도
사랑의 비가 내리네
비를 막아도
쉬지 않고 비가 내리네
눈물같은 사랑의 비가
피곤한 내 몸을 적셔다오
조그만 길가 꽃잎이
우산없이 비를 맞더니
지난 밤 깊은 꿈속에
활짝 피었네
밤새워 창을 두두린
간절한 나의 소리여
사랑의 비야 적셔다오
사랑의 비야 적셔다오
적셔다오
연월은 한번 관계를 맺고 나자 김삿갓을 더없이 좋아하였다. 그리고 돈은 한 푼도 필요치 않으니 얼마든지 오래만 있어 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것이었다 . 그녀는 돈보다도 참된 인정이 그리웠던 것이었다 .
그러나 김삿갓은 누구에게나 오랫동안 폐를 끼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애정과 원한은 서로 엇갈려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 정에 이끌려 오래 머물다 보면 그 애정이 모르는 사이에 원한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
몽중몽에서 열흘 가까이 편히 쉬고 난 김삿갓은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행장을 꾸리고 나섰다. 연월은 김삿갓의 마음을 대뜸 알아본 듯 서글픈 얼굴로 물었다 .
"저희 집을 떠나려고 하십니까 ? 불편하신 일이 많으셨던 모양이지요 ?"
"무슨 소리 ! 만나고 헤어지는 데는 때가 있는 법이네 . 더 이상 머무는 것은 자네를 괴롭힐 뿐이야 . 적당한 때에 떠나려는 것일세 !"
"언젠가는 이별의 날이 있을 줄은 알고 있었으니 굳이 붙잡지는 않겠습니다 . 그러나 이제부터 어디로 가시려고 하옵니까 ?"
"나는 갈 곳을 정해 놓고 다니는 사람이 아닐세 . 일단 나룻터에 나가 강을 건너 놓고 보기로 하겠네 ."
"그러면 저도 나루터까지 전송을 나가겠습니다 ."
연월은 옷을 갈아입고 나루터로 따라 나오며,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루터는 이별이 많은 곳인가 봅니다 ."
"나루터란 본시 많은 배들이 오고 가는 곳인지라 이별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
김삿갓은 거기까지 말을 하다가, 문득 연월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
"참 , 내가 오늘 떠나려는 나루터의 이름을 뭐라고 했지 ?"
두 사람은 어느덧 나루터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나룻배는 보이지 않았다 . 연월은 모래사장에서 나룻배를 기다리며 김삿갓의 질문에 대답했다 .
"이 지방에서는 이 나루터를 구두레 나루라고 부릅니다 ."
"구두레 나루의 구두레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
"구두레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 그러나 백제가 멸망하게 되자 , 많은 왕족들이 배를 타고 일본으로 망명을 떠난 곳이 바로 이 구두레 나루였다는 것을 보면 , 이 나루를 옛날부터 구두레라고 불러왔던 것은 확실합니다 ."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눈을 커다랗게 뜨며 놀랐다.
"뭐야 ? 백제가 망할 때 수많은 왕족들이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간 곳이 바로 이 나루터였다고 ? 여보게 , 그게 사실인가 ?"
"일본 사람들은 지금도 백제를 구다라라고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 백제 왕족들이 일본으로 건너가기는 하였으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다 보니 , 그들이 ‘어디서 온 사람들이냐 ’고 물어보자 , 백제사람들은 ‘구두레에서 왔노라 ’고 대답했는데 , 일본 사람들은 ‘구두레 ’가 나라 이름인 줄로 알고 그때부터 ‘구두레 ’를 일본식 발음으로 ‘구다라 ’라고 부르게 된 것이 백제를 뜻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얼마든지 수긍이 가는 이야기여서 김삿갓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나라가 망하고 보니 , 나라의 이름조차 엉뚱하게 변해버렸군 그래 !"
하고 자못 처량한 심정이 되었다.
그 옛날에 부귀와 영화를 한 몸에 누리던 백제 왕족들이, 나라가 하루아침에 망하는 바람에 남부여대 (男負女戴 )를 하고 해로만리 (海路萬里 ) 일본으로 망명을 떠날 때의 그들의 심정이 과연 어떠했을까 생각하니 , 김삿갓은 자기 자신의 일처럼 처량한 심정이 다시 밀려왔다 .
그리하여 머리를 들어 강물을 바라보니 무심한 강물은 넓고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는데, 여기저기 떠있는 낚싯배에서는 구성진 노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강물은 거울처럼 맑고 언덕에는 푸른 풀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 물 위에는 갈매기조차 훨훨 날고 있는 것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김삿갓은 눈앞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윽이 바라보다가, 문득 연월에게 이렇게 말했다 .
"여보게 ! 눈 앞에 강상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 문득 홍우원 (洪宇遠 )의 시가 머리에 떠오르네 그려 . 그 시를 한번 읊어 볼 테니 들어 보게나 ."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平沙如雲綠江回 (평사여운녹강회 ) 모래밭은 구름인 양 푸른 강을 굽이 돌고
白鳥飛飛去復廻 (백조비비거복회 ) 흰 갈매기는 훨훨 날아오고 가고 하노나
忽有小船歌側過 (홀유소선가측과 ) 지나가는 조각배 노랫소리 들려오니 )
輕風一棹浪花開 (경풍일도랑화개 ) 가벼운 바람에 꽃물결이 일어나네 .
그러자 연월은 즉석에서 이렇게 대를 놓았다.
"금강을 노래한 시에는 이런 시도 있습니다 ."
江南江北草처처 (강남강북초처처 ) 강언덕 좌우에는 방초만 무성하여 )
滿目春光客意迷 (만목춘광객의미 ) 봄빛이 눈에 가득 나그네 맘 애달퍼라
愁上木蘭尋古跡 (수상목란심고적 ) 조각배 비껴 타고 옛 자취를 찾으려니
靑山無言鳥空啼 (청산무언조공제 ) 청산은 말이 없고 새만 홀로 우짖노나 .
비록 귀동냥으로 얻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연월의 시심(詩心 )은 보통이 아니었다 .
아무리 기다려도 나룻배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때마침 포구에서는 짐을 가득 실은 커다란 범선 (帆船 ) 한 척이 먼 길을 떠나려고 닺을 올리고 있었다 .
"여보시오 . 그 배는 어디로 가는 배지요 ?"
김삿갓이 가까이 다가가서 큰 소리로 물어보니 뱃사공이,
"이 배는 곡식을 실으러 강경포 (江景浦 )로 가는 중이라오 ."
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그 말을 듣자 불현듯 자기도 강경포까지 배를 타고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여보시오 . 그러면 강경포까지 나도 좀 타고 갈 수 없겠소 ?"
"그러시구려 ! 이런 기회에 돈 안 받고 적선이나 한 번 해보기로 하지요 ."
김삿갓은 동행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자, 연월을 돌아보며 ,
"나는 저 배를 타고 강경포로 갈 생각이니 자네는 어서 들어가 보게 . 그동안 자네에게 너무도 신세가 많았네 . 부디 잘 지내기를 바라네 ."
하고 작별 인사를 하기 무섭게 배에 올랐다. 연월은 뱃전에서 눈물을 씹어 삼키며 ,
"어디를 가시거나 부디 몸 평안하시옵소서 ."
하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올 때와는 달리 혼자 쓸쓸히 돌아서면서 , 입속으로 신세 한탄조의 노래를 얼빠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
눈 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마세요 ~ ~
하루 하루 바다만 바라 보다 ~
눈물 지으며 힘 없이 돌아오네 ~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
아 ~~ 아 ~~
이별의 눈물 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남자는 다 그래 ~~~~
매달리고 싶은 이별의 시간도~
짦은 입맞춤으로 끝나면~
잘가요 쓰린 마음 아무도 몰라주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
아주 가는 사람이 약속은 왜 해~
눈멀도록 바다만 지키게 하고 ~
사랑했었단 말은 하지도 마세요 ~ ~
못 견디게 내가 좋다고~
달콤하던 말 그대로 믿었나~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 ~
아 ~~ 아 ~~
쓸쓸한 표정 짓고 돌아서서 웃어 버리는
남자는 다 그래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