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단체장은 전북에서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장 문제해결에 나설 방법을 찾지 못해 입술이 타들어가고 있다.
노-사 대립의 정점에는 현행 1교대에서 2교대로의 전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사측은 일관되게 주야간 맞교대(10시간-10시간)를 노측은 주간 2교대(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8시간-8시간)를 주장하고 있다. 전주공장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이 문제를 갖고 6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였지만 6개월 동안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신형 버스‘유니버스'를 출시하는 발표회장에서“최근 공장을 못 돌려서 버스 주문을 아예 못 받고 있다. 우선 버스 생산라인만 2교대를 먼저 도입하고 트럭은 시간당 생산대수를 늘리는 식으로 하자고 요구했지만 노조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교대를 대비해 700명 가량의 신입사원도 거의 뽑아놓은 상태인데 아직 발령을 못 내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 같은 노조의 반대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버스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비쳤다.
이에 대해 노조는‘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심야근무를 도입하자는 회사 측 요구는 지난해 9월 현대차 노사가 2009년부터 새벽근무를 폐지하고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주간 2교대 근무만을 시행하기로 한 입단협 합의의 방향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전주공장 노조 관계자는“기존의 심야근무도 폐지하는 상황에서 안 하던 심야근무를 도입하는 건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방향과 다른 것이며 새벽 근무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유독 우리나라만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며“갑자기 늘어난 주문량을 핑계대 11년간 주간 근무를 해 온 공장에서 느닷없이 주야간 맞교대를 하자는 요구 자체가 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공장이 생산하는 버스와 트럭은 전시장 등에 재고를 쌓아놓고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문생산에 가까운 방식이기 때문에 그동안 판매 추이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와 공장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2교대 방식을 적용한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해외 주문 물량이 늘어나면서 생산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남아있다. 노사가 각각 주장하는 주야간 맞교대와 주간 2교대를 변형한 새로운 근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노조측은“2009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주간 2교대 방식을 전주공장에 미리 적용하는 것이 부담된다면 8-9 혹은 8-10 등 근무시간 조정도 논의해 볼 수 있다”며“다만 이 문제는 전주공장장이 아닌 그룹 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핵심인사는 이번 주 중 울산 본조 노조위원장과 전주공장 본부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적정한 선에서 2교대 문제를 매듭지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사의 팽팽한 대립을 지켜보는 지자체는 답답할 뿐이다. 김완주 도지사는 최근 현대차 노사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등 사태해결에 나섰지만, 구조적으로 뾰족한 해법을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다.
도 관계자는“현대차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으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지자체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어 속만 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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