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이재무
싸락눈이 내리고 날은 저물어
길은 보이지 않고
목쉰 개 울음만 빙판에 자꾸
엎어지는데 식전에 나간 아부지
여태 돌아오시지 않는다
세 번 데운 황새기 장국은 쫄고
벽시계가 열한 시를 친다
무거워 오는 졸음을 쫒고
문고리를 흔드는 기침 소리에
놀라 문 열면
싸대기를 때리는 바람
이불 속 묻어둔 밥
다독거리다 밤은 깊어
살강 뒤지는 생쥐 소리
서울행 기적 소리 들리고 오 리 밖
상엿집 지나 숱한 설움 짊어지고
된바람 헤쳐오는 가뿐 숨소리
들린다 여태 아부지는 오시지 않고
ㅡ시집 《섣달 그믐》 천년의 시작, 2003.
첫댓글 그랬지요 ... 울 엄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