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
이영주
이상기온을 등에 지고 온 것도 아닌데 올겨울은
이상기온으로 새해도 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겨울 날씨치고는 너무 싶다 할 정도로 따듯하다.
한창 춥다는 소한부터 사흘 동안 눈이 아닌,
비가 내려 집 앞 장마철에나 들을 수 있는 산골짜기에
물 내려가는 소리가 겨울 산을 울린다.
화천은 산천어축제로 추운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 화천사람으로서는
그리 춥지 않은 것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어르라는 얼음은 얼지 않고 산천어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만 얼어가고 있다.
겨울비가 끝나던 날, 병풍이는 개장 바로 밑에 땅을 파고 강아지 네 마리를 순산했다.
내일부터 기온이 내려갈 반짝 추위가 찾아올 거라는 기상예보에
올겨울은 다를 해보다도 춥지 않아 산천어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한숨을 돌리며 기대를 하게 한다.
아내와 춘천서 집에 도착하니 겨울 해는 서산에 숨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나 차 소리 듣고 우리 부부를 병풍이, 태풍이, 곰, 촉새 4마리의
개들이 우리를 반기건만, 오늘따라 강아지를 순산한 병풍이가
개 목줄을 어떻게 풀고 사라졌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더군다나 땅속을 파고 낳은 강아지 네 마리까지 보이지를 않는다.
개장 주변에 내려앉기 시작한 어둠과 같이 너무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까지 감돈다.
그동안 따듯했던 겨울은 저녁부터는 기온이 네려 가는지 춥다는 생각이 들고
바람까지 더하니 체감온도는 겨울이긴 겨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밥을 주려고 아내가 북어와 미역국을 끓여 병풍이를 불렀다.
개장 근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병풍이는 마루 한쪽에 놓아둔 냉장고 밑에서
나오는 개 아닌가? 가만히 마루 믿을 보니 강아지 4마리도 같이 있었다.
사람들은 기상예보에서 내일부터 추워진다고 해서 알았지만,
병풍이는 직감으로 추워진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냉장고 뒤는 열기가 있으니까 마루 밑에 순산한 새끼들을 물어다가 놓았나 보다.
정확한 예측이다.
연어는 산란 후 알을 지키고 있다가 갓 부화 되어 나온 새끼들이
아직 먹이를 찾을 줄 몰라 어미의 살코기에 의존해 성장한다고 한다.
어미 연어는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새끼들이 맘껏
자신의 살을 뜯어 먹게 내버려 둔다고 한다.
새끼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어미는 결국 뼈만 남게 되어 소리 없이 죽어 간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연어를 지구상에서 모성애가 제일 강한 물고기라고 한다.
오늘 병풍이와 연어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모성애가 얼마나 강한지 느낀다.
그래서 대문호인 셰익스피어는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로다, 강한 자여 그래 이름은 어머니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지난번 자기 자식을 더운물에 넣고 화상을 입히고 구타해서 갈비 16개를
부러트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죽인 계모가 매스컴에 올라 내린 적이 있다.
사람 못한 것은 개보다도 못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병풍이의 오늘 행동을 보면서
셰익스피어가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다면
‘강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로다. 독한 자여 그대 이름은 어머니로다’는
말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모성애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을 것 같다. (2020.1)
2020년
첫댓글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