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열풍과 옥에 티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지난 경자년(2020) 한 해는 두 가지의 독특한 현상과 기류가 휘몰아치지 않았나 싶다. 하나는 중국우환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여 전 세계를 강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 일어난 일로서 이상 현상이라고 할 만큼 휘몰아친 트롯열풍이 그것이다. 이 열기는 해를 넘겨서 2021년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바라건대 코로나19는 제발 금년을 마지막으로 종식이 되었으면 좋겠고 트롯 열풍은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왜냐하면 심신이 지쳐서 우울해진 국민에게 더없는 위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내가 제멋대로 상상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방송에서 트롯경연이 펼쳐지면 시청률이 거의 25퍼센트를 상회하는 것이다.
여타, 프로도 대부분 10프로 대를 넘지 못하는데 대단한 열풍이며 위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런 경연이 펼쳐지는 날은 거의 밤12시가 넘어도 아파트 창문 불빛이 꺼지지 않고 환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노래를 시청하느라 밤잠을 미룬 현상이다.
엊그제는 어느 종편에서 시즌2로 진행한 여자트롯 예선을 치른데 이어, 다른 지상파에서 남자 보컬의 결승전이 열렸다. 단 최종 네 팀이 두 차례로 나눠 벌이는 경연이었지만 그 열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이에 앞서서 어느 종편에서는 두 차례의 트롯 경연이 있었다. 한번은 미스트롯, 한번은 미스터트롯이었다. 이 경연은 두 번다 대 히트를 쳐서 당사자는 유명가수로 우뚝 올라선 것을 비롯해, 방송사에도 광고매출을 올리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텔레비전을 켜면 경연에서 배출한 가수들이 광고를 독식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에 따른 부(富)도 상당할 것이다. 그런 경연에는 나름의 심사 방법이 작동한다. 즉 개인이 부른는 노래로써 혼자서 부르기, 팀 미팅으로 함께 부르기, 1:1대결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그리고 심사위원도 각 방송사마다 특색이 있게 위촉이 되어 운영이 된다.
하나 개인 역량 때문인지 아니면 방송사와 인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양쪽을 겸해서 참여하는 사람도 보인다. 이것은 나쁘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나의 심사기준을 통일시켜주면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데는, 나의 개인적인 견해도 들어 있지 않나 싶다. 어느 경연에서 보니 특정 심사위원이 주는 점수가 너무 편향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노래 경연을 보면서 물론 참가자가 펼치는 노래도 집중해서 듣지만 어느 심사위원이 얼마나 일관성을 가지고 심사를 하는가도 본다. 그런데 어떤 경연에서 어느 심사위원은 나무나 편파적이었다.
다른 사람은 100점 만점을 주는 반면에 그는 88점이라는 야박한 점수를 주었다. 그가 대체로 다른 사람에게도 남보다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가 대체로 다른 사람에게 95점 전후의 점수를 주는데 비해 그에게만 형편없는 점수를 주었다. 그리하여 그는 순위에서 하위로 쭉 밀리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모르고, 또한 무슨 사감을 가지고 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본다고 해도 남득은 가게 심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옛날 나라 구석구석을 살피던 암행어사가 필수적으로 지참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유척(鍮尺)이라는 것으로 부정부패를 막는 기구였다. 고을의 원에서 워낙에 부정부패가 만연하여 바로 잡고자한 것이었다. 친불친, 호불호에 따라 세금을 주먹구구식으로 징수하면 누가 공감을 하며 부당함을 당한 백성은 얼마나 원통할 것인가. 그것을 막고자 한 것이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심사위원이 자기 호불호에 따라 다른 사람과 달리 형평성을 잃고서 심사를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옛이야기에, 노래 대회에서 잘 부르는 꾀꼬리 대신에 목소리가 안 좋은 부엉이에게 상을 주었다는 우스갯말도 있지만, 그러한 우(愚)는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나는 점수를 박하게 받은 그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다른 심사위원은 새로운 스타가 나타났다며 노래며 춤 솜씨가 뛰어나다고 하는데,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이유가 무엇일까.
옥에 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사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내가 보았던 대로 실시간 문자 투표에 의하여 톱3 안에 들어가 다행이긴 했지만 씁쓸한 여운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2021)
첫댓글 트롯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딱 어울리는 장르인 듯합니다 방송사마다 불이 붙어 백병전의 혈투를 벌이는 형국이네요
발굴된 신인가수들의 가창력이 실로 진국이고 보니 새 얼굴 탄생의 순기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저도 가끔 좀 편파적이다싶은 심사결과가 마뜩잖은 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는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니 그게 옥에 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심사에도 개인 취향이 어느 정도 작용할 수 있겠지만 자꾸 그렇게 표나게 심사하다보면 문제가 되겠지요 방송사나 시청자들이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요 세상에 완전무결한 구슬 곧 완벽은 없다고하나 한눈에 띄는 흠이 있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요즘 트롯프로를 보는 재미에 빠져서 지냅니다. 코로나19로 우울하던 참에 딱 좋은 프로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엊즈제 치뤄진 경연에서는 어느 심사위원이 특정인에게 너무 야박한 점수를 주어 속이 상했습니다.
다행이 그가 실시간 국민투표에 힘입어 3위안에 든 것은 대행이었습니다.
드라마 같은 전개가 사람마음을 훔치긴 하더이다.
기존 가수들은 잘하던 못하건 가수라는 이름하에 노래를 했지만 오히려 경연을 붙여놓으니 정말 잘하는 사람들이 노래하는 형국이 이루어 지고 기량이 뛰어난 사람들이 우승하는건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시청하면서 '왜 이지' 라고 의문이 들긴 들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신다니 좋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답답하고 우울하게 지내던 참에 좋은 구경거리를 찾았습니다.
아주 흥미진진하더군요.
그런데 다소 편파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쪽을 띄우거나 야박한 점수를 주는 것을 보면서
속도 많이 상했습니다.
그런데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도 트롯을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거 같아 식상한 면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게다가 선생님의 지적처럼 심사위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군요. 제작자들이 배끼기에 급급하지말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트롯에 빠져 지내는것 같습니다.
방송사마다 비슷한 진행은 좀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열심히 쓰시고 활동하니 보기 좋습니다.
공감합니다. 선생님 저도 요즘 자주 보는편입니다.
노래와 아주 무관한 심사 위원도 있고 트롯 경기에
전통 트롯이 아닌 노래를 불러도 고움만 내면 좋은 성적을 주는 심사위원이 있고
상 한번 받았다고 심사위원 하고 있는게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문학은 상 받아도 연륜이 아주 오래 되어야 심야 위원이 될수 있지요.
공감을 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심사위원도 좀 경륜이 있는 분이 했으면 싶더군요.
물론 젊은사람의 감각도 무시 못하지만 창법의 오묘함이나 탁월한 곡해석등을
보려면 뛰어난 작곡가들이 심사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