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회 첫 부부동반 해외여행, 고마움 그리고 은혜 충만
여행에서 돌아온 후, 태생이 어리버린데다, 시차, 환차, 기후차 등등으로 현실 적응이 안되던 중, 어제 학희의 글을 읽고 정신이 버쩍 들어 나도 한마디 저지를란다.
* 정(正)
먼저 허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모두 개(犬)성이 강하고 취향도 지리멸렬한 회원들의 의견을 잘 버무려 기어이 여행을 성사시킨 회장님의 노고와 영도력에 무한 존경을 보낸다. 그리고 신 총무님의 숨은 자리에서의 헌신과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린다. (진시기는 무슨 복이지?) 고마회 초창기 여행 사진까지 카톡에 올려 여행 분위기를 한껏 띄우기도 했다. 고마운 마음, 회원 모두가 한 마음이리라. 다만, 그렇게 거액의 회비를 집행하면서, 예고 없는 황급한 지출이 여러 차례 발생하였음에도, 3개 도시가 서로 다른 복잡한 환율 계산에도 불구하고, 딸랑 10만 원 정도의 적자를 만들어 내어, 그 부족분을 회장님의 희사로 마무리하게 함으로써 그 분의 종신 군림을 고착화시키는 원치 않은 분위기가 조성된 것에 대해 일부 회원들의 의혹 제기가 있다는 점은 심히 유감이다.
둘째, 어리버리한 남자들과 아무 조건 없이 같이 놀아주신 김경혜, 신문자, 안명화, 이양순, 정현영, 조선덕(가나다순), 여섯 분 싸모님들께 감사드린다. 60줄에 들어선 세상 모든 남자가 지 부인에게 어떤 천덕꾸러기, 애물단지가 되는지 잘 알 것이다. 이번 여행의 발단이 순전히 저거 재미에 빠진 남정네들끼리의 작당에서 출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명을 차마 밝힐 수 없는 모 수석 씨는 마치 이 여행의 의의가 부인네들에 대한 남자들의 일방적인 봉사 내지는 시혜라는 식의 간 큰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그분은 평소에도 양순씨에 대한 대차대조표가 상당히 불리한 지경이라고 알고 있다. 그 남자는 대오각성하고, 이번 여행에 동행‘해준’이 여사님의 은혜를 두고두고 갚을 일이다.
셋째, 김학희와 정현영씨 부부에게 감사드린다. 이미 예견된 불편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열외자 없이 전 회원 100% 참여를 원하는 무언의 압력에 호응해 주었다, 고맙다. 가족여행을 가는데 누구 한사람이라도 없으면 그 부재의 자리가 나머지 일원들에게 못내 신경쓰이듯, 그런 맥락을 읽어준 두 사람의 배려 덕에 모두가 흔쾌히 가벼운 마음으로 여정에 오를 수 있었고, 일정 내내 사심 없이 즐거울 수 있었다. 학희의 글에서 언급한, 본인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이 여하했더라도 나머지 일행들이 누렸던 충일한 행복감으로 상쇄시켜 작은 위안으로 삼기 바란다. 그럴 각오로 동행을 결심했던 김학희 부부의 충정에 건배!
말이 난 김에 학희의 이야기 중 그가 오해하고 있는 몇 가지가 있어 짚고 넘어갈까 한다. 첫째, 해외여행을 자신이 발의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고마회라는 가당찮은 모임이 시작된 이후, 허구헌날 국내에서만 삐대었기 때문에 한 번쯤은 물건너 가서 놀아보자는 여론은 이미 형성이 되어 있었다. 그런 차중, 행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부유하던 중 학희가 마카오를 제안했었다. 그렇다고 하필 마카오냐는 점에서 학희가 심적 부담을 가질 수도 있겠으나 그것도 언어도단이다. 지난 여름 수석이네 집 모임에서 해외여행이 심도있게 논의되었고, 본인이 선호하는 다른 여행지가 있으면 1, 2개월 내로 차연상에 추천하여 의논을 거쳐 최종 결정하자 하였다. 그런데 이후 아무도 행선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마카오행에 전원 동의한 것이다. 그러니 해외여행의 촉발이나, 여행지가 마카오로 결정된데 대한 학희의 심적 부담은 어불성설이다. 아닌 말로, 나는 김하키가 고마회에 대한 자기의 영향력이 그토록 막강한가에 대한 착각에 오히려 아연하다. 추가 비용 발생이 자기 탓이란 말도 그렇다. 홍콩-심천-마카오는 모든 여행사의 셋트 코스다.
매일 밤 마련된 단합 모임 불참도 학희의 사과 이유가 되었다. 사과는 오히려 내가 해야 한다. 첫날밤, 정, 김, 변이 모였다. 내가 주도해서 내 방에 모였다. 첫날의 일정이 나도 엄청 힘들었다. 학희가 얼마나 피곤했을지, 술꾼들의 폐해가 얼마만한지 그만한 분별은 있어 학희를 일부러 청하지 않았다. 비주류 황도 마찬가지 배려를 했다. 그리고 부부끼리의 오붓한 시간을 배려하고 싶었다. 모임하는 그 방 사모님도 신경써야 하고. 둘쨋날, 회장님이 주관했던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피곤해 보였던 황옹도 안 불렀다. 사실, 고마회 모임의 과거 행태를 볼짝시면 남녀 회원 전체가 저녁 뒷풀이를 한자리 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부부끼리 따로 각방이었고 회원 전체가 함께 할 공간 자체가 안됐다. 그래서 그랬던 거다. 마지막 밤은 모두 호출했고 학희도 참석하였다. 이번 여행의 제약된 여건 속에서 그나마 모두 최선을 다했다.
학희가 적은 글 중 우리가 정작 새겨 들어야 할 부분은 담배에 대한 충고다. 워낙 중독 정도가 깊어 어줍잖은 내 한마디가 어떤 쓰나미를 몰고 올지 알기에 여기선 침묵하겠다. 다들, 김유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집 앞에 멈춰 선 말의 목을 벨 날을 제각기 택일하고 있으리라.
이 모든 오해와 해명은 학희가 평생 원칙으로 삼고 있는 반듯함, 염치, 결벽, 守分의 기준이 최소 나의 기준에 비해 너무 엄혹하다는데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제안컨대, 내가 학희 너의 미덕을 반 닮을테니 학희 너도 나의 악덕을 반만 닮아다오. 세상 살기가 한결 수월할게다.
* 반(反)
내 입장에서 이번 여행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우리 고마회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다. 차후 내가 음주운전 사망사고 뺑소니를 저지른다 할지라도, 이번 여행이 발단되고, 진행되고, 실현되는 꼴을 방조하고 동조한 일보다는 죄의식이 덜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서 어떤 패륜의 실수를 하더라도 이번 여행 이하는 아닐 것이란 사실에 안심입명한다. 나는 이점에서 내 개인의 불찰이 아닌 고마회 전원의 공동 책임이라고 선고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이다. 현금 부담만 해도 팀 전체 비용이 2천 만 원을 훌쩍 넘었다. 궁디 무거븐 진시기, 유한방담을 즐기는 하키, 문밖을 나서지 않아도 천하의 기미를 꿰뚫는 황옹, 짜다라 수서기, 억시기 윤배미, 모두 해외여행과는 계-문-강-목-과-속-종, 어느 하나에도 속하는 데가 엄다. 눈 내린 설악 한 골짜기를 찾아 들어가 널널한 방 한 칸 잡아 궁디 뜨끈뜨끈 찌지면서, 묵고접을 때 묵고 자고접을 때 자고, 7080도 하고 색소폰도 불고, 한 사나흘 니리 퍼졌다 와도 한 2백만 하면 덮어 씨고도 남았을 것을! Everybody's task is nobody's task.였다.
* 합(合)
이미 저세상으로 가신 정자봉 교수님의 금언, 여행의 본질이“미운 사람과 금강산을 가느니 고운 사람과 마고 뒷산을 같이 가는 게 훨 낫다.”는 말씀을 기억하는지. 그만큼 동행이 중요하다는 얘기고 그래서 우리가 마카오를 가든, 바이칼 호수로 가건, 사하라 사막을 가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맘 편한 친구끼리 부부끼리 함께 여정을 같이 한다는 것, 같은 시간과 공간에 함께 존재하면서 같은 경험,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에 제일 큰 의미를 두었다. 그것이 우리가 전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여행이 흘러가게 방조, 동조했던 결정적 까닭이었다.
여행사나 가이드의 농간에 일행 전원이 힘들었고 일행 사이에도 알력이 있었다. 허나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진시기가 어원을 짚어 주었듯,‘travel'과 ’trouble'은 같은 뿌리다. “여행을 하는 것과 병에 걸리는 것은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다케우치 히토시의 말도 시사하는 바 크다. 오시범도 시범, 실패도 값진 경험이라 치자. 한편, 추가 경비를 책정한 탓에 조금은 더 안락하고 호사스런 여행을 기대치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MT(membership training)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학희가 고생을 많이 했고 후회와 반성과 여한을 이야기했지만, 그래서 이번 여행을 모두 더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자주 씨씨이야(시달려야) 정이 든다.”는 옛 어른들 말 뜻을 한 번 더 새기자.
한 번 날개를 쳐서 구만리를 나는 붕새의 화엄한 경지를 왜 모르겠는가! 가시덤불 사이에서 짹짹거리는 뱁새의 즐거움을 왜 또 모르겠는가? 쪼잔한 도토리들끼리 모인 이번 여행을 두고두고 안주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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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배미의 정성스러운 글에 감동한다. 이렇게 반론이 많은 글을 써 본 지도 참 오랜만이다. 기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다가 끝내 설움에 빠지는 것이 배미처럼 술꾼들만 하는 행우지가 아님을 깨달았다.
다시 한번 반복하마, "한다리 몬쓰는 빙시라도 다른 한다리로 디밀고 좀 낑가도라고 드러누워 보께! " 배미야 애썼다.
내 할 말 사돈 하네, 운제 우리가 사돈 사이가 됐노?
나도 한참 모자라는 내 대가리 디밀고 들어간다, 보듬어 도라.
역시,
범이는 열을 받아야 이런 쌈박한 글을 길어올린다.
내 진즉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술잔 들기가 쉽다는 거 알고부터는 그냥 쉬운 짓만 하더라고..
학희는,
범이를 위해서라도 '미안하다' 라는 멘트를 한 번씩 날릴 필요가 있겄다. 이번에 니가 한 번 미안하다 카니까 전부 설레설레 하면서 어줍잖은 진심을 내 보이는데....예네들 진심어린 말, 나 얼마만인지 모르것다..
말 나온 김에
이번 여행에 대해 니가 미안하다고 할 일이 없다. 내 목표도 카지노 였걸랑.. 저네들은 멀라고 그 멀리 갔는지 깜빡하는 스타일이거든...이런 짓 내 평생 겪었다..앞으로도 그럴거고. 너는 좀 크게 놀랐겄네..얘네들은 니가 왜 그러는지도 잘 모른다.
부족해서 한 마디 더 해야것다.
내 평생 이런 거 당하며 살아왔다.
쌍계사 가자고 했으면 쌍계사 가는거 맞지? 그런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가다가 그냥 퍼질러 앉아버린다..
학희 넌 좀 황당했을거다.
마카오 가는 게 목표인데, 이기 지금 머하는 동영상인가 싶었을 거다. 내가 미리 좀 언급해 둘걸 그랬다. 난 워낙 단련이 되어 있는 편이어서 으레 그러려니 했었거든. 그리고 역시나 했고..
도대체 마카오 왜 간다고 했는지 함 물어봐라.
대답이 얼마나 휘황찬란한지..그냥 말이 안통한다. 니가 아무리 빛나는 이성으로 선후를 따져도 안된다..난 포기한지 오래거든..
니가 감동한다고 했는데...거 보라. 넘어갔지? 너 실수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