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아침이 다 밝을 때까지  그렇게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부부는 왜 표현이 안되는 것일까 ?

아니 정확히 말해 나 자신은 왜 남편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고, 좋으면서도

입 밖으로 말을 내서 표현을 못하는 것인지.....

 

말은 안하지만 남편이 나에게 섭섭하고 맘에 안드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남편도 분명 나처럼 뭔가 맘에 안드는 것 몇가지는 있을 터인데....

역시 사람은 말을 해야 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침이 밝아 오도록 그러고 앉아 있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오는 날은 농부가 공식적으로 맘 편하게 놀아도 되는 날이기에

남편이 실컷 자도록 놔두고 저도 오랫만에 컴퓨터에서 오래도록 여러가지 일을 했습니다..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남편은 일어 날 생각을 안합니다.

오늘은 아주 잠의 뽕을 빼 버리려나 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몇개월동안 못 일어나는 아침을

내 성의에 차지는 않지만 일찍 일어나서 늘 일을 하느라고

실컷 자 본적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다가 나도 오랫만에 툇마루에 나가 앉아

비 내리는 마당을 구경했습니다.

 

금새 물이 고여 호수처럼 된 마당~

베어 준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마당가는 온통 잡초가 무성합니다.

비가 그치면 그것들부터 해결해야 될 것 같습니다.

새로 이사하는 집은 마당이 좁기도 하지만 모두 다 세멘트로 해 달라고 해야 겠습니다.

 

정원을 가꿀 시간도 여유도 없으면서 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는 그 방면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꽃이야  몇 걸음만 나가면 산과 들에 핀것들을 실컷 볼 수 있으니 .....

 

그나마 지금집은 길에서 좀 떨어졌는데

새로 이사 할 집은 제일 꼭대기기는 하지만 아무튼지 길하고 붙었으니

더 할 것입니다.

 

비 구경을 한참 하며 그런 계획들을 세웁니다.

빗방울은 땅에 떨어져 동그랗게 동그랗게 큰 동그라미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하고

왕관을 만들기도 합니다.

거미는 잠시 그친 비 사이에 집을 보수 하느라 야단입니다.

 

얼마전부터 다시 집을 짓는 딱새부부는 이 빗속에서도

집 지을 꺼리를 물어 옵니다.

아름다운 집을 지으려는 마음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같은지

어디서 색깔 있는 나이론줄을 가져다 집 앞을 치장 한것이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마당가에 너무 자란 옥수수 때문에 길에 차소리가 나고

아랫집 개가 짖는데도 알아 볼 방법이 없습니다.

다음주면 옥수수를 베어내고 들깨를 심을 터인데,

그 때까지 좀 답답하게 살기로 합니다.

 

 

어느새 점심 때가 다 되었습니다.

남편은 아직도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는데 일찍 일어난 나는 배가 고픕니다.

늘 그래왔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나는 배가 고픕니다.

 

이제는 30년에 가까와서 안 그렇지만 젊을적에는 남편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고,

저녁에 늦게 자니까  아침을 안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먹기가 그래서  안 먹기 시작한것이 그렇게 오랜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대신 남편은 야식을 먹는 버릇이 있어서  안 먹으면 섭섭해 하지요.

나는 그것이 영 이해가 안가더니 몇 년전부터는 그것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을 무엇을 먹을까 궁리를 하다가 약초 감자 수제비가 생각 났습니다.

이런 날에 딱 어울리는 메뉴입니다.

 

 

 이것은 마당가에 있는 주목나무 입니다.

오늘처럼 습이 많은날에 그 물을 달여서 먹으면 정신도 맑게 하고

무엇 보다도 습으로 인한 통증등에 좋습니다.

 

하지만 독성이 있어서 꼭 이렇게 달걀을 하나

넣어서 그 물을 우려내야 하지요.

달걀은 삶아 진것을 버려야 합니다.

독성이 그 속으로 다 흡수되어 동물도 주면 안됩니다.

 

그 물에 다시 국물을 우려 먹을 수 있는 작은 새우를 넣고,

작년에 말려 두었던 송이도 좀 넣었습니다.

무우차 해 둔것을 두어조각 넣어 은근한 불에 우려놓고,

 

 

 

감자를 깍아 팔이 아프게 강판에 갈아서 옹심이를 만들었습니다.

동글동글 빚어지는 감자 옹심이~

 

다 만들어 졌을 즈음에 남편이 일어나 나왔습니다.

있던 밥과 옹심이를 내 주었는데 남편은 한마디도 안하고 먹기만 합니다.

 

이 음식을 만들려고 거의 한시간을 노력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거든요.

먹으면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이 국물은 주목나무 새순을 삶아서 우려내고

여기 새우도 들어가고 송이도 들어 갔어

감기도 예방해 주고 살도 안찌는 다이어트 음식이야~>

 

꽤 길게 말했는데 남편의 대답은 한마디 입니다.

<응>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맛있지 않아?>

<맛있네~>

 

우리는 어쩌면 저 위에 노부부 같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남편은 이 감자옹심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척 좋아하지요.

어떨 때 저것이 무척 먹고 싶어서 그 음식 전문점에 좀 데려다 달래면

너무 비싸다, 맛도 하나도 없다, 하면서 가 주지 않고

그때마다 나는 섭섭했는데,  남편은 정말 맛이 없고 비싸서 안 데려 갔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같은 날

남편이 좋아하는 직접 밀어서 굵게 썰은 칼국수를 해 주었어야 할까요.

칼국수 하나만 가지고도 저는 아주 얇아 씹을것도 없이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고

남편은 우동처럼 굵고 쫄깃한 것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다른 우리부부

그래도 남들은 너무나 사이좋은 부부라고 합니다.

언젠가 영월에 사는 지인이 영월에서 사이좋은 부부 세팀을 선정했는데,

거기서 우리부부가 으뜸이었다나요~

 

 

얼마 동안이나 우리부부가 같이 살 날일까요.

그 날 동안 서로를 맞추어 가면서  잘 살아야 겠지요.

비 오는 날 우리부부 이렇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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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벌이 사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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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렴&백금자님 ........ 흙내음 사람내음 스크랩 7월 14일 토요일-비 내리는 날 우리부부-
백금자 추천 0 조회 35 12.07.16 08:5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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