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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자네 사랑방 원문보기 글쓴이: 백금자
요즘 남편에게 심사가 꼬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요즘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는 동안 고쳐지지 않는
두가지 일 중에 하나인데 저녁에 늦게 자는 일인 것이지요.
하루종일 일하고 힘들텐데 남편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잠자리에 들어 올 줄을 모릅니다.
어제도 그제도 저녁 늦게까지 일을 했습니다.
밭에서 깜깜해져서 들어 와서 저는 저녁 준비도 해야지,
여기저기 저녁설겆이도 해야지
분주하여 숨이 넘어 갈 것 같은데 남편은 부엌과 맞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거의 일년째 하룻저녁에 몇 시간씩 들여다 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면 바로 오토바이 클럽에 가서 여러가지 오토바이들을 구경하고
그 소리를 들어 보는 것입니다.
하염없이 그러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언제는
오토바이가 사고 싶은 가를 물어 보았더니 아니랍니다.
그냥 보는 것이랍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주 가끔 미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할적에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 할 계획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그게 안 사고 싶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젯 저녁에도 나는 바빠서 돌아 치는데 한쪽발을 책상위에 얹어 놓고
세상 편한 자세로 앉아서 오토바이를 들여다 보다가
소리를 부릉부릉 하고 켜서 들어 봅니다.
설겆이를 하는 내 뒷통수 뒤로 그러고 앉아 있는데,
영 꼴보기 싫었습니다.
본인은 취미생활 이라는데 나는 왜 그게 그렇게 부담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에 아이가 어릴적에 면소재지에서 식당을 했습니다.
아이는 무엇을 사 달라고 조르는 형이 아니고 남편처럼
뭔가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매일 그것에 대해 그림책을
책이 닳게 보거나
학교 앞 완구점 앞에서 하염없이 그것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가
어떨 때는 밤이 되어야 들어 오기도 합니다.
사 달라는 것을 다 사 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주 어려서부터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으로 못을 박아 놓았기에
아이는 별로 조르는 법이 없이 자랐습니다.
한번은 학교 앞에서 정육점을 하는 친구가
나한테 말하기를 혹시 아이를 어디서 데려 왔냐고 물었습니다.
어이없어 하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벌써 몇개월째 완구점 앞에서 매일 어떤 장난감을 보고 또 보고
하염없이 보기에 건너편에서 건너다 보고 있으려니
본인도 맘이 편치 않고 가까이서 장사하는 다른 분들도
보기에 영 애처로와서 아무래도 애 엄마가 계모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 가지고 ......
내 신념과 고집은 그래서 무너져 내리고 할 수 없이
그 장난감을 사 주고 말았습니다.
남편의 그 모습이 아이의 어릴적 모습이랑 자꾸 오버랩 되는 것은
내 혼자만의 자책감 인지는 몰라도 아무튼지 신경이 쓰이고 꼴 보기 싫습니다.
나는 수돗물을 더 세게 틀고 왈그락 달그락 설겆이를 하고
남편은 설겆이 하는 소리에 오토바이 시동소리가 안 들리니까
더 크게 하고......
남편이 보기 싫을 때는 일찍 자는게 수 입니다.
설겆이가 끝나자마자 침실로 가서 잠을 청합니다.
내일 할 일이 천지인데 좀 같이 일찍 자고 같이 일어나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녁에는 꼭 늦게까지 일하고 저녁을 늦게 먹게 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면 시원할적에 얼마나 일을 많이 하는데.....
그리고 일찍 자야 일찍 일어 나는건데 저렇게 늦게 자면 당연히 아침에 못 일어나지......
혼자 궁시렁 거리면서 기분이 안 좋은 채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밭에는 포트에 심어 놓은 콩 모종이 한자는 자랐습니다.
이제 자리가 좁아서 숨도 못 쉬겠다고 아우성 중입니다.
엊그제 얻어다 놓은 옥수수모종도 얼른 심어야 합니다.
어제는 더 급한 일을 하러 갔는데 수수밭을 보더니 그 밭을 매 주느라고
그 급한 일 하는 것은 잊어 버렸습니다.
한달전에 연필심 같은 수수를 심었는데, 어느새 남편의 허벅지까지 자랐습니다.
더 급한 일이란 비가 오기 전에 효소재료인 돌복숭아를 따 주는 일입니다.
나는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 가지고 전혀 만질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털이 많은 돌복숭아는 옆에만 있어도 재치기가 나고 야단이니
정말 이것만은 남편이 해 줄 일인 것이지요.
그런데 시간도 얼마 없건만 산을 올라 가다가 수수밭에 들어 가더니
나올 줄을 모릅니다.
수수밭에 풀도 얼마 없거니와 이건 나중에 아주 제일 나중에 뽑아 주어도 됩니다.
왜냐하면 수수가 우거지면 작은 풀들은 당연히 햇볕이 모자라
저절로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여봇! >
앙칼지게 불러 대는 내 목소리에 뜨끔 해 가지고
<가 ~ 가고 있다구~>
하면서도 손은 연실 풀을 뽑아 내 던집니다.
이건 그저께 저녁의 상황이었구요.
어제 저녁때도 역시나 일을 끝내고 남편이 같이 해 주어야 할 일이 있어서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고구마밭에 풀을 뽑아 내느라고 나올 줄을 모릅니다.
봄에 그렇게 정성을 들여 죽어가는 고구마싹을 살려내고
옮겨 심고 하더니,
이제 제법 고구마밭은 빈틈이 별로 없이 고구마순으로 덮였습니다.
저 위에 빈자리가 많은 것은 고라니가 비오는 하룻저녁에 거의 다 뜯어 먹은 겁니다.
저기에는 이제 다른 것을 심어야 할 것 같구요.
고구마 밭에만 들어 가면 나올 줄을 모릅니다.
아무튼지 제 생각은 좀 일찍자고 새벽에 하면 날도 시원해서 좋고,
얼마든지 계획성 있게 일을 할 터인데
저녁에 늦게 자므로 인해 아침에 일을 못하니
저녁이 꼭 늦어진다는 것.....
결론은 그겁니다.
잔소리를 잘 안하는 편이라 그냥 자기는 하지만
자면서도 속이 막 상합니다.
한잠을 자고 일어 났는데 남편은 아직도 그 자세로
컴퓨터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속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하지만 얼른 자자고 말을 못하고 안 보는데서 약간 노려 보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시 한참을 잤습니다.
몇시인지는 모르겠으나 거의 일어 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늘 하는 행동이지만 어두운데 손을 뻗쳐 옆에 남편이 자고 있나
더듬어 보았는데, 만져 지는게 없습니다.
갑자기 혈압이 확 올라 갑니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30분 입니다.
<아니 이 양반이 정말~>
하면서 이제는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
하고서는 옷을 줏어 입는데,
남편이 거실 불을 끄고 들어 왔습니다.
<아니 지금 시간이 몇시에요?
새벽 3시가 넘었어......
눈만 뜨면 할 일이 천지인데 지금껏 잠을 안자고
그러고 있으면 언제 일어나서 저 많은 일을 하려는 거요,
장마가 코 앞이라 효소꺼리들은 자꾸 쇠 가고
밭에 일은 또 어떻고 아이구~ 속상해 정말
하루이틀도 아니고 애도 아니고
애 같으면 때려 주기나 하지......>
속사포처럼,
따발총처럼 속에 말을 막 쏟아 냈더니
남편은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더니
내 말이 다 끝나기를 기다려서,
<이 양반이 자다 말고 왜 이러시나?
난 열한시 반부터 자다가 배탈이 나서 화장실 갔다 온건데.....>
하고 말했습니다.
할말이 없었습니다.
잠도 다 깨버리고 .....
혼자 어두운 곳에서 한참을 앉아 생각해 보았습니다.
금새 어젯저녁부터 남편을 미워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저녁잠이 없어서 억지로 잘 수가 없으니
늦게 자는 것이고
나는 저녁에는 세상없어도 자야하고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 뽀시락 거리고 뭣을 하니......
그나마 나 같은 성격이 아니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뽀시락 거리는 내 행동도
충분히 거슬릴 일입니다.
남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참 동안은 내게 맞춰 준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잠이 안와서 뒤척거리고 어떨 때 보면 왕방울만한 눈알을 어둠속에서
굴리고 있는 소리도 들립니다.
표현 안하고 사는 우리부부
서로 마음속으로 생각해 주는 것은 누구 못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표현하는 방법 때문에 가끔 싸움도 하고
삐지기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며칠전 카페 친구 스티그마님이 보내주신
표현 안하는 부부에 대한 글이 오늘 내 마음에
강하게 들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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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사랑해..그리고 용서해
육십이 넘은 노부부가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 했습니다.
성격 차이로 이혼한 그 노부부는 이혼한 그날,
이혼 처리를 부탁했던 변호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주문한 음식은 통닭 이었습니다.
주문한 통닭이 도착하자 남편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날개 부위를 찢어서 아내 할머니에게 권했습니다.
권하는 모습이 워낙 보기가 좋아서 동석한 변호사가 어쩌면
이 노 부부가 다시 화해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내 할머니가 기분이 아주 상한 표정으로 마구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지난 삼십 년간을 당신은 늘 그래왔어. 항상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더니
이혼하는 날까지도 그러다니...
난 다리 부위를 좋아한단 말이야.
내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당신은...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 "
아내 할머니의 그런 반응을 보며 남편인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날개 부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야 ~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삼십 년간 꾹 참고 항상 당신에게 먼저 건네 준 건데...
어떻게 그렇게 말 할 수가 있어. 이혼하는 날까지..."
화가 난 노 부부는 서로 씩씩대며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각자의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편 할아버지는
자꾸 아내 할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나는 한번도 아내에게
무슨 부위를 먹고 싶은가 물어 본 적이 없었구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부위를 주면 좋아 하겠거니 생각했지.
내가 먹고 싶은 부위를 떼어내서 주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아내에게
섭섭한 마음만 들고... 돌아보니 내가 잘못한 일 이었던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과라도 해서 아내 마음이나 풀어 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남편 할아버지는
아내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핸드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 남편 할아버지가 건 전화 임을 안
아내 할머니는 아직 화가 덜 풀려 그 전화를
받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전화를 끊어 버렸는데 또 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이번에는 아주 밧데리를 빼 버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이 깬 아내
할머니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지난 삼십 년 동안
남편이 날개 부위를 좋아 하는 줄 몰랐네.
자기가 좋아하는 부위를 나에게 먼저 떼어내 건넸는데
그 마음은 모르고 나는 뾰로통한 얼굴만 보여 주었으니
얼마나 섭섭 했을까?
나에게 그렇게 마음을 써 주는 줄은 몰랐구나.
아직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헤어지긴 했지만 늦기 전에 사과라도 해서
섭섭했던 마음이나 풀어 주어야겠다."
아내 할머니가 남편 할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지만
남편 할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내가 전화를 안 받아서 화가 났나? 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낯선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전 남편께서 돌아 가셨습니다"
남편 할아버지 집으로 달려간 아내 할머니는
핸드폰을 꼭 잡고
죽어 있는 남편을 보았습니다.
그 핸드폰에는 남편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보내려고
찍어 둔 문자 메세지가 있었습니다.
"미안해, 사랑해, 그리고 용서해"
우리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말들을 쏟아내며 살아가게 됩니다.
사랑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는 상대로 하여금
커다란 자긍심과 용기를 심어주기도 하지만
무심코 던진 날카로운 말 한마디는
오래도록 날개를 달고 다니면서
누군가에게 평생 씻을 수 없을만큼 깊은 상처와
한으로 남겨질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말을 하고 살지만,
오래지 않아 자신이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
말을 한 사람은 금방 잊어버리게 되지만
그말로 인해 용기를 얻어
세계적인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된
가난했던 어느 소년의 이야기를 문득 떠올리게 됩니다.
부부라는 인연의 끈으로 매여 30년을 해로 하면서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다 알거라 믿으며
정작 꼭 해줘야 할 말을 해주지 않은 탓에
행복하고 아름답게 보낼 수 있었던 사연의 주인공들인
노 부부의 사랑도 끝내 가슴 아픈 비극으로
마지막 생을 마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사랑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
남자는 사랑하는 마음만
가슴에 담고 있으면 그만 이라고들 하지만
여자들은 한사코
그 가슴 속에 담아둔
사랑을 꺼내서 보여 주기를 원하지요.
그러나 남자들도 가끔은...
여자들처럼 속 깊은 사랑을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거 아세요 ? ...
- 옮겨온 글 -
거의 아침이 다 밝을 때까지 그렇게 앉아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부부는 왜 표현이 안되는 것일까 ?
아니 정확히 말해 나 자신은 왜 남편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고, 좋으면서도
입 밖으로 말을 내서 표현을 못하는 것인지.....
말은 안하지만 남편이 나에게 섭섭하고 맘에 안드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남편도 분명 나처럼 뭔가 맘에 안드는 것 몇가지는 있을 터인데....
역시 사람은 말을 해야 알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침이 밝아 오도록 그러고 앉아 있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오는 날은 농부가 공식적으로 맘 편하게 놀아도 되는 날이기에
남편이 실컷 자도록 놔두고 저도 오랫만에 컴퓨터에서 오래도록 여러가지 일을 했습니다..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남편은 일어 날 생각을 안합니다.
오늘은 아주 잠의 뽕을 빼 버리려나 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몇개월동안 못 일어나는 아침을
내 성의에 차지는 않지만 일찍 일어나서 늘 일을 하느라고
실컷 자 본적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다가 나도 오랫만에 툇마루에 나가 앉아
비 내리는 마당을 구경했습니다.
금새 물이 고여 호수처럼 된 마당~
베어 준지 며칠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마당가는 온통 잡초가 무성합니다.
비가 그치면 그것들부터 해결해야 될 것 같습니다.
새로 이사하는 집은 마당이 좁기도 하지만 모두 다 세멘트로 해 달라고 해야 겠습니다.
정원을 가꿀 시간도 여유도 없으면서 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는 그 방면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꽃이야 몇 걸음만 나가면 산과 들에 핀것들을 실컷 볼 수 있으니 .....
그나마 지금집은 길에서 좀 떨어졌는데
새로 이사 할 집은 제일 꼭대기기는 하지만 아무튼지 길하고 붙었으니
더 할 것입니다.
비 구경을 한참 하며 그런 계획들을 세웁니다.
빗방울은 땅에 떨어져 동그랗게 동그랗게 큰 동그라미 작은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하고
왕관을 만들기도 합니다.
거미는 잠시 그친 비 사이에 집을 보수 하느라 야단입니다.
얼마전부터 다시 집을 짓는 딱새부부는 이 빗속에서도
집 지을 꺼리를 물어 옵니다.
아름다운 집을 지으려는 마음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같은지
어디서 색깔 있는 나이론줄을 가져다 집 앞을 치장 한것이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마당가에 너무 자란 옥수수 때문에 길에 차소리가 나고
아랫집 개가 짖는데도 알아 볼 방법이 없습니다.
다음주면 옥수수를 베어내고 들깨를 심을 터인데,
그 때까지 좀 답답하게 살기로 합니다.
어느새 점심 때가 다 되었습니다.
남편은 아직도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는데 일찍 일어난 나는 배가 고픕니다.
늘 그래왔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나는 배가 고픕니다.
이제는 30년에 가까와서 안 그렇지만 젊을적에는 남편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고,
저녁에 늦게 자니까 아침을 안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혼자 먹기가 그래서 안 먹기 시작한것이 그렇게 오랜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대신 남편은 야식을 먹는 버릇이 있어서 안 먹으면 섭섭해 하지요.
나는 그것이 영 이해가 안가더니 몇 년전부터는 그것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을 무엇을 먹을까 궁리를 하다가 약초 감자 수제비가 생각 났습니다.
이런 날에 딱 어울리는 메뉴입니다.
이것은 마당가에 있는 주목나무 입니다.
오늘처럼 습이 많은날에 그 물을 달여서 먹으면 정신도 맑게 하고
무엇 보다도 습으로 인한 통증등에 좋습니다.
하지만 독성이 있어서 꼭 이렇게 달걀을 하나
넣어서 그 물을 우려내야 하지요.
달걀은 삶아 진것을 버려야 합니다.
독성이 그 속으로 다 흡수되어 동물도 주면 안됩니다.
그 물에 다시 국물을 우려 먹을 수 있는 작은 새우를 넣고,
작년에 말려 두었던 송이도 좀 넣었습니다.
무우차 해 둔것을 두어조각 넣어 은근한 불에 우려놓고,
감자를 깍아 팔이 아프게 강판에 갈아서 옹심이를 만들었습니다.
동글동글 빚어지는 감자 옹심이~
다 만들어 졌을 즈음에 남편이 일어나 나왔습니다.
있던 밥과 옹심이를 내 주었는데 남편은 한마디도 안하고 먹기만 합니다.
이 음식을 만들려고 거의 한시간을 노력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거든요.
먹으면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이 국물은 주목나무 새순을 삶아서 우려내고
여기 새우도 들어가고 송이도 들어 갔어
감기도 예방해 주고 살도 안찌는 다이어트 음식이야~>
꽤 길게 말했는데 남편의 대답은 한마디 입니다.
<응>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맛있지 않아?>
<맛있네~>
우리는 어쩌면 저 위에 노부부 같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남편은 이 감자옹심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척 좋아하지요.
어떨 때 저것이 무척 먹고 싶어서 그 음식 전문점에 좀 데려다 달래면
너무 비싸다, 맛도 하나도 없다, 하면서 가 주지 않고
그때마다 나는 섭섭했는데, 남편은 정말 맛이 없고 비싸서 안 데려 갔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같은 날
남편이 좋아하는 직접 밀어서 굵게 썰은 칼국수를 해 주었어야 할까요.
칼국수 하나만 가지고도 저는 아주 얇아 씹을것도 없이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고
남편은 우동처럼 굵고 쫄깃한 것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다른 우리부부
그래도 남들은 너무나 사이좋은 부부라고 합니다.
언젠가 영월에 사는 지인이 영월에서 사이좋은 부부 세팀을 선정했는데,
거기서 우리부부가 으뜸이었다나요~
얼마 동안이나 우리부부가 같이 살 날일까요.
그 날 동안 서로를 맞추어 가면서 잘 살아야 겠지요.
비 오는 날 우리부부 이렇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