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거의 정각에 출발했다고 봐야지.
4시 예약된 버스는 네시 십분이 되자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천년 고도 바라나시를 떠나 아그라로 향한다.
열두시간 관짝같은 박스안에 꼼짝말고 붙어 있어야 한다.
버스는 이층 버스 크기쯤 되겠다 이층으로 구성되어 졌고 승객들은 관짝 두 개를 붙여 놓은 크기의 박스안에 갇혔다. 콜라 두병을 사서 먼길을 잘 모셔다 둘 줄 운전기사와 스페어 기사에게 주었다. 콜라는 각성제역할을 한다. 졸지 말고 운전 잘부탁 한다는 뜻이다.
무섭게 딱딱 거리던 운전기사가 코를 벌름거리며 웃는다. 됐다.
‘아고라에서 내려줘’..... ‘알써 걱정마’ ‘돈 워리, 돈워리’
다행이다. 이른새벽 아고라 근교 고속도로에 내려놓고 가거나 자이푸르까지 디립다 델고가는 일은 없을 거이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다. 방송이 있어도 알아듣질 못하고 안내도 없다 알아서 스톱을 불르라고, 내리는 이 없으면 근냥 간단다.
뇌물이된 콜라가 모닝콜인 셈이다. 어쨌든 지금 에어컨에 침대에 충전기도 들어오는 볼보버스 안에서 여유있는 자세로 앉아 아그라로 향한다. 이른바 퍼스트 클래스다.
창문을 여니 힌두스탠의 긴 평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후면 어둠이 올 거이고 버스는 힌두스탠의 평원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어쨌든 나는 아고라를 지나는 자이푸르 행 버스를 무사히 탓고 낼 아침 네 다섯시면 아고라에 타지마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볼 것이다.
샤자한이 죽은 왕비를 위해 세웠다는 타지마할, 그 곳으로 간다.
한 시간 여 달렸을까? 버스가 고속도록서 멈춘다. 왼일? 유턴을 한다. 뒤따라 오던 트럭이 줄줄이 선다. 고속도로서 유턴이라니? 아무튼 따라오던 트럭과 버스, 오토릭샤와 오토바이들까지 줄줄이로 서있다. 왔다리 갔다리 슬리핑버스가 고속도로서 유턴을 하더니 다시 오던길로 가고 있다. 왜 ? 안내 방송도 없고 묻는이도 없다. 그냥 고속도로를 역주행 해서 시크하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버스는 제갈길을 갈뿐이다.
정주행 하던 차들도 따라서 고속도로소 유턴을 한다. 그제서야 앞길에 무슨일이 있구나.
필경 사고가 나서 고속도로가 막힌것이고 우리를 태운 버스는 돌아서서 다시 정주행을 시작했다. 아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노프라블럼 이다.
제시간에 도착하기 어렵겠구나 싶다.
차는 다시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그리고 여전히 빵빵거리며 ‘나여기 가고 있다’는 신호를 주변의 차에게 알리고 가는게 여기 운전 매너다. [플리즈 혼] 차 뒤에 쓰인 글씨다
네시간을 달려 어느 소읍 휴게소에 도착하자 네모의 관짝같은 캐빈에서 나온 이들이 줄줄이 급했던 볼일들을 본다. 남자들은 대충 수로변에 죽 서있다. 조용했던 시골 휴게소는 버스가 도착하자 부산해진 것 같다. 다리를 저는 열 서넛 되어 보이는 소년은 보온병에 소주컵만한 종이컵을 들고 하차한 손님들 사이를 부산하게 다니고 있다. 차에서 내린 몇몇은 배가 고팠던지 반짝거리는 종이접시에 든 음식을 손으로 비벼 먹는다,
나는 바라나시서 점심을 먹으며 사둔 치킨 비리야니를 차안에서 먹기로 하고 소년을 불러 짜이를 거푸 두잔 마셨다. 소줏잔으로 차를 주다니 이건 무슨 인심이더냐 ?
옆자리 윗칸에 탄 아가씨가 어디서 왔느냐? 인도 인상이 어떠냐 ? 블라블라 ....
한구석에 운전기사와 스페어 기사 차장 넷이서 밥을 먹고 있길래 ‘해브어 나이스 디너’ 라고 콩글리시로 인사했더니 지들끼리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날더러 먹어보냐고 하길래 차안에 치킨 비리야니가 있다고 이따 먹겠다고 했다.
다시 출발이다.
지금 시간 아홉시 여덟시간 더가야 한다. 오전 다섯시경 아그라에 내리면 수많은 툭툭이, 오토 릭샤가 우리를 향해 웃으면서, 어쩌면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달려올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눈빛이 선량한 놈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점지해 주어야 한다.
오늘 네가 나의 착한 말이 되어야 한다고 ...
어쨌든 아홉시가 넘으니 사위는 조용하고 야간 버스는 순조롭게 항진 하고 있다. 노프라블럼
.... 중략
어찌되었건 나는 지금 슬리핑 버스 안에서 예약한 아그라 타지마할 에어비앤비 하숙에 도착해서 이글을 올린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