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의 섬,
제주에는 특히 여신들이 많은데 이들의 모습은 강인하고 독립적인 제주 여인들의 모습과 닮아있고, 그녀들은 제주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신들이다.
일반 본풀이와 당본풀이, 조상본풀이 안에는 수많은 여신들이 등장한다. 창조의 여신인 설문대할망은 제주섬을 창조하고 한라산과 360여 개의 오름을 만들었다. 여기서 본풀이란 신의 내력을 풀이한 스토리를 말하는 것으로서 무당이 부르는 신의 노래다. 불교에 있어서의 불경이나 기독교에 있어서의 성경처럼 신앙민의 기본적 법전이자 그 신앙을 형성 유지하는 기본적인 바탕이다.
‘삼승할망본풀이’의 삼승할망과 구삼승할망(저승할망)은 인간의 잉태와 출산, 죽음을 관장하고, ‘세경본풀이’의 세경할망인 자청비는 농업의 여신이며, ‘문전본풀이’의 여산부인은 조왕할망으로 부엌의 신이고, 노일저대귀일의 딸은 측간(변소)신으로 좌정한다. 병을 낫게 해주는 일뤠또와 여드레또, 외부에서 들어와 농업을 전해준 백주또 등도 제주사람들과 함께 한다. 삼성신화의 세 처자는 제주에 종자와 가축을 데리고 들어온 여신이다. 가히 제주를 여신의 땅이라고 할 만하다.
제주여신들의 삶은 제주 여인들의 삶의 표상이고 인간들이 지향하는 삶의 한 방편이 아닐까. 제주 신화에서, 제주의 여신들에게서 주변의 이웃 같은 편안하고 친근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참고로 전래의 본풀이를 중심으로 심방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제주도에는 1만8천 신이 있고 신당은 300여 군데이며 이에 따른 심방은 400여명에 이르는데 이들 신들은 모두 한라산 영실당을 기점으로 하여 온 섬에 흩어져 있다고 한다.
고난의 상징 삼다도 (돌, 바람 그리고 여자).. 그때 그 시절 제주 여인의 노래
이어도 사나 / 이미자
한라산 허리에 감도는 구름은
가신님 그리는 비바리 한있네
가면 가고 말면 말지
다시오마 기약마오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승에서 맺은인연 저승엔들 볼리있어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서귀포 나루에 뱃고동 소리는
떠난님 부르는 비바리 원있네
내 한숨은 바람되고
내 눈물은 구름되어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산을넘고 물을건너 님계신데 내려주소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이어도는 제주도의 전설에 나오는 섬으로, 근래에는 파랑도라 불리기도 한다.
제주 여인에게 이어도는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나 남편이 깃든 곳, 자신들도 결국 그들을 따라 떠나게 될 곳으로 굳게 믿는 환상의 섬으로 여겼다.
살아서 되돌아오지 못하지만 사시사철 먹을거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섬이라 여겨지던 이어도는 이승의 삶이 지겹도록 고달플 때 편히 쉴 수 있는 저편의 섬이었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에게 이어도는 죽음의 섬이면서 한편으론 구원의 섬이기도 했다.
이런 이어도가 송악산에서 9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랑도에 대한 해양탐사 결과 이섬이 전설의 섬 이어도일 가능성이 크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어도'가 어떻게 수중 암초로 여간해서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암초뿐인 파랑도가 이어도인지는 과학적으로 규명할 길은 없다.
제주의 삶의 양식이 변화됨에 따라 바다에 의지하는 바가 줄어들고 따라서 이어도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 또한 점차 전설과 상상 속에만 남게 됐지만, 파랑도가 이어도일 수는 없다는 제주사람들의 견해는 적어도 그들이 아직까지는 이어도의 꿈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詩-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있는 고립
성산포에서는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 이외의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아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게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그리운 바다 성산포 5
일어설 듯 일어설 듯 쓰러지는 너의 패배 발목이 시긴 하지만
평면을 깨뜨리지 않는 승리 그래서 네 속은 하늘이 들어앉아도 차지 않는다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아니면 일제히 패배하라
그러면 잔잔하리라 그 넓은 아우성으로 눈물을 닦는 기쁨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성산포에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횡포를 막는 일 그것으로 독이 닳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오늘 아침 하늘은 기지갤 펴고 바다는 거울을 닦는다
오늘 낮 하늘은 낮잠을 자고 바다는 손뼉을 친다
오늘 저녁 하늘은 불을 켜고 바다는 이불을 편다
바다가 산허리에 몸을 굽힌다 산은 푸른 치마를 걷어올리며 발을 뻗는다
일체에 따듯한 햇살 사람들이 없어서 산은 산끼리 물은 물끼리
욕정에 젖어서 서로 몸을 부빈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칼이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양이다
그릇 밖에서 출렁이는 서글픈 아우성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갈증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짐승이 짐승보다 산이 산보다 바다가
더 높은 데서 더 깊은 데서 더 여유 있게 산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하늘이여 바다 앞에서 너를 쳐다보지 않는 것을 용서하라
하늘이여 바다는 살았다고 하고 너는 죽었다고 하는 것을 용서하라
너의 패배한 얼굴은 바다 속에서 더 아름답게 건져내는 것을 용서하라
그 오만한 바다가 널 뜯어먹지 않고 그대로 살려준 것을 보면
너도 바다의 승리를 기뻐하리라..
하늘이여 내가 너를 바다 속에서 너를 보는 것을 용서하라.
첫댓글 내고향 성산라보이는 성산일출봉
보느 곳에따라 모양이
오늘따라 해무덮힌 일출봉이 더 그리워진다
마음만은 언제나 내고향 바닷가에 있는걸
오잉
아지니님
고향생각 좀 하시라공..제가 이랬어요..
넘 좋아서 친구들에게 소개할려고 퍼갑니다
녜.. 그래도 님이 좋타하시니 고맙습니다
그리운 성산포...
조금만 기다리라는...곧 가리라는...고마워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