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늘 머물던 곳은 무리의 가장자리, 곧 경계였노라. 앞서 나가는 자의 교만도 아니요, 뒤처지는 자의 나태함도 아닌 그곳에 내가 있었음이라. 무리의 한가운데에는 소음이 넘쳤으나 끝자락에는 침묵이 고였으니, 나는 그 사이에서 인간의 소리를 듣고 개들의 기척을 살피는 파수꾼이 되었노라. 오래 견디고 인내한 자만이 그 자리에 서서 말해야 할 때를 아는 법이니, 이것이 내게 허락된 소명이었음이라.
늑대가 내려왔을 때 울타리는 여전히 서 있었으나, 그것은 이미 우리를 보호하는 성벽이 아니었노라. 주인도 개들도 자리를 지켰으되, 그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우리를 부르지 못했음이라. 늑대는 성문을 부수지 않았고 인간도 방패를 들지 않았으니, 그들은 다만 우리에게 '선택'이라는 무거운 짐을 돌려주었을 뿐이라. 젊은 양들이 피의 두려움보다 길 없는 숲의 방향을 갈구할 때, 나 또한 등을 돌리지 않았노라. 숲으로 가자고 말한 것은 나였나니, 늑대를 따르자는 말이 아니었고, 인간을 버리자는 말도 아니었노라. 나는 말했음이니, "늑대가 우리를 부른 것이 아니니라. 다만 우리 중 그 누구도 우리가 어찌하여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지 그 연유를 말하는 자가 없음이로다." 하였노라. 지도자는 선택을 만드는 자가 아니요, 이미 시작된 백성의 선택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자이기 때문이라.
우리가 숲으로 들어간 후, 목장은 비었고 주인 없는 식탁은 흩어졌노라. 숲에는 풀이 넘쳤으나 길이 없었고, 양식은 있었으나 서로를 살필 법도가 없었음이니. 어제까지 한 솥에서 먹던 형제들이 서로의 발굽을 살피며 먼저 뜯는 자가 강자가 되었으니, 아픈 자는 밀려나고 조용한 자는 굶주리게 되었음이라. 늑대는 개입하지 않았으니 그곳에는 규칙이 아니라 차가운 결과만이 있었노라. 그때 내가 깨달았음이니, 자유란 선택이 늘어나는 축복이 아니요, 책임질 자가 사라졌을 때 가장 약한 자부터 제물이 되는 잔인한 심판임을.
그리하여 내가 외쳐 말하되 "돌아가자" 하였노라. 이는 원수에게 무릎을 꿇음이 아니요, 무리가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뇌의 결단이었음이라. 자유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그 거룩한 자유를 감당할 힘이 없음을 고백한 것이라. 늑대의 질서 아래 돌아왔을 때 주인의 목소리는 사라졌고, 나는 내가 서 있던 파수꾼의 자리 또한 사라졌음을 알았노라. 늑대의 법은 단순하여 해석을 허용치 않으니, 지도자의 자리가 더 이상 필요치 않음이라.
나는 스스로 물러났으나 믿음만은 놓지 않았노라. 인간이 늑대를 잡으려 놓은 낡은 덫, 늑대조차 비웃으며 지나간 그 올가미를 향해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노라. 내가 그 덫에 걸린 것은 무지해서가 아니요, 누군가는 이 기다림과 믿음의 끝을 제 몸으로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라. "그가 틀린 것이 아니라 우리를 대신하여 짐을 졌노라"는 말을 남기기 위해 나는 가시 돋친 덫 속으로 걸어 들어갔노라.
나의 죽음은 순결하지 않으나 결코 헛되지 않으리니, 나는 끝까지 내가 믿은 진실을 내 몸으로 밀고 갔을 뿐이라. 자유는 우리 곁에 있었으나 우리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했고, 나는 그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침묵하노라. 이 침묵이 내가 지도자로서 너희에게 남길 수 있는 마지막 계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