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거짓말 / 은희경 / 문학동네
시대소설이면서 성장소설이다. 정정욱 인생의 험난함과 그로인해 두 아들의 성장통, 갈등과 화해 등을 그리고 있다.
줄거리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설명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서일것이다. 지리적 배경은 K읍으로 전라도이며 사대적 배경은 3공화국과 8,90년대를 아우른다. 2대에 걸친 것이니 주요 시대는 그때쯤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할아버지 때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무시하자.
정씨 집안과 몇대에 걸친 악연이 있는 최씨 집안이 있고 정정욱은 토목회사를 운영한다. 영세업체이고 재재하도급 업체이다. 정욱이 사업으로 가정에 소홀하다. 그때는 다 그랬다. 큰 아들 영준은 아버지의 의견대로 저항없이 모범적인 생활을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결정한 인생이 아님을 늘 괴로와하다가 결국 영화 감독이 된다. 자신의 뜻대로 무엇인가를 이루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둘째 아들 영우는 큰집으로 입양되었다. 큰 아버지가 아들이 없어 제사를 모실 후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형과 다르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항상 아무말없이 뒷처리를 하는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의 결정으로 삶이 나아가는 것에 저항이 심하다. 형과 동생은 서로를 부러워한다.
두 아들에게 아버지는 임종하면서 숙제를 남긴다.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시골의 집을 팔아서 정명선에게 넘기라고 한다. 정명선은 오래전 어렸을 때에 분명히 저수지에서 죽었다.
아버지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비밀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일까?
자라는 과정에 사람들은 자신도 알 수 없는 그 무엇을 추구한다. 지나온 족적을 돌아보면서 그 기간 동안 무엇을 앙망하며 지냈는지 알 수 있다면 미소 지을 수 있으리라. 그것을 모르기에 심리 분석도하고 받은 상처가 현재를 억누른다면 치료도 받는다. 비단 전문가에게만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주위에는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줌으로 아픔을 치유하도록 돕는썩 괜찮은 사람이 한 둘은 있게 마련이다.
지나온 족적에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비밀로 감추어야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악의에서든 선의에서든 관계없이 어떤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그것을 비밀로 간직하기 위해 새빨간 거짓말이든 하얀 거짓말이든 필요하다면 사용하는데 굳이 양심의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인생에서 비밀은 없다. 사람이 숨을 쉬고 사계절이 멈추지 않고 돌나 간다면 비밀의 유효기간은 지극히 짧은 것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온갖 종류의 거짓말도 때가 되면 녹아 없어지고 베일은 걷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때란 모두가 적당히 감당할만한 때가 아닌가 싶다. 감당하지 못한다면 이 세계에 발 붙이고 서 있을 수는 없을터이다.
누군가는 과거에 머물며 비밀을 간직하고 갈등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 수 있을 것이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은 법이다. 모든 것이 드러날 때가 있는 것이다. 베일이 벗겨지고 거짓말이 들통이 난다 할지라도 모든것이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하더라도 어떤 부분은 나의 이성과 감정을 통해서 정리되어야하고 어떤 부분은 그럴 가치조차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가 없지 않은가!
때론 비밀은 비밀로 거짓은 거짓으로 남겨 두어도 좋을 것이다.
70. 거짓된 태양을 향한 갈망으로 제 몸이 타들어갔던 시절, 그때의 불에 대해 영준은 모르지 않았다.
148. 자신의 고향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아직 어린애와 같다. 타향이 다 고향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세계가 다 타향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야말로 완성된 인간이다. (어디선가 옮긴 것이라고 등장인물이 언급한다 누구의 어록일까?)
181. 그들은(촌놈) 언제나 세상과 부분적으로만 접촉하고 있다.
191. 인간은 강인함으로 인해 위대해지지만 약점을 통하지 않고는 완성되지 않는다.
192. 비밀이나 거짓말은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 수단이다. 진실이라는 공의에 의해 쫒겨다니다가 마지막으로 도달하여 몸을 숨기는 막다른 골목의 어둠이라 할 수 있다.
225. 성장이란 자신이 서 있는 시간과 공간을 자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위치한 보잘것없는 좌표를 읽게 되면 그때 비로소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년들은 일찍부터 자기라는 존재를 자각하지만 그것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을 만나기까지는 아직 어른이 아니다. 소년이 성정을 향해 나아가는 한 가지 연료는 환멸이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독후감 앞부분을 보면서 맞다 한국에서 참으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 집안간의 이권문제 이런 것이 많았던 기억이다 하면서 읽기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