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약초산책 78>
기침· 설사· 도한· 구토· 출혈 - 매실나무(烏梅)
선천적 허약, 노환 또는 오랜 병으로 원기가 쇠약해진 사람은 마른기침, 천식들을 달고 산다. 수척, 설사, 피로, 식욕부진, 만성통증, 구역, 자한, 도한, 자반(피하출혈), 눈 코 입의 건조 등의 증상과 함께 몸에 늘 허열이 숨어있다. 허열(虛熱)이란 실열(實熱)의 대칭 개념으로, 체온계에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스스로 느끼는 열’이며, 몸의 열원(熱源, 음 또는 진액)이 고갈되어 발생하는 마른 열, 은근한 열을 뜻한다. 허열을 흔히 잿불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는 불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쓰는 표현일 것이다.
이에 비해 바이러스 감염(독감)으로 처음부터 기침 고열 동통이 심한 감기는 실제 체온이 상승되는 실열의 병기이다. 이 감기는 주로 찬 성질의 약재(금은화 황금 상백피 현삼 석고 등)을 써서 사열(邪熱)을 끄고 진해(鎭咳)한다. 일반감기 또는 초기감기는 실열과 허열의 중간쯤에 서있다. 몸에 한기(寒氣)가 들면 인체는 체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급히 피부를 닫고 근육을 수축한다. 수축된 몸이 가끔 강한 재채기와 기침반사로 외기에 저항하는 순간 살짝 땀을 보이기도 하지만 오한과 함께 금세 몸이 굳고 땀도 더는 나지 않는다. 한방에서는 맵고 따뜻한 성질의 약재(생강 계피 세신 등)로 체온을 올리고 기혈의 순환을 도와(진피 오약 천궁 등) 땀을 조금 흘리게 하면(방풍 갈근 마황 등) 금세 체표가 풀리면서 기침도 사라진다. 이 두 유형은 위의 허열성 마른기침과는 병리적 근원이 다르다.
허증의 병은 몸이 야위고 얼굴에 윤기가 없으며 밭은기침을 하거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이런 허약증은 우선 몸의 음 기운(精血)이 새나가지 못하도록 거둬들이면서 보양 보익하여야 한다. 한방의 수삽약(收澁藥)들은 수렴하고 고섭(固攝)하는 작용으로 각종 활탈(滑脫)이 그치지 않는 증후에 쓰는 약물이다. 시고 떫은맛이 특징으로, 출혈 자한 도한 설사 대하 해수를 그치게 하고 정액이 흐르는 것을 막는다. 폐가 부족해서 오는 오래된 기침이나 천식, 기력이 쇠약해져 양기가 줄고 신경이 날카로우며 가슴이 뛰는 허번(虛煩), 위산결핍에서 오는 소화불량, 유뇨, 탈항, 붕루 같은 질환에 좋은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신맛의 이러한 원리는 당뇨도 개선할 수 있다. 기와 음이 허한 대부분의 당뇨환자에겐 강당방(降糖方)으로 <황기 당귀 천화분 현삼 구기자 산수유 지황 맥문동 백출 갈근 단삼 각 등분>의 구성이 매우 좋은데 여기에 수삽력의 오매를 추가함으로써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약재 오매(烏梅)는 장미과에 속한 낙엽소교목 매실나무의 푸른 열매를 찌고 말려 까맣게 변한 것이다. 오매는 대표적인 수삽약이다. 성질은 따뜻하고 간, 비, 폐, 대장경으로 들어가 강한 수렴작용을 나타낸다. 수렴한다는 것은 몸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기운을 거둬들인다는 의미다. 신맛으로 절로 땀이 새는 것을 막고, 폐기를 안정시켜 오래된 해수나 천식을 가라앉히며, 진액을 생성하여 각종 마름증, 갈증, 주독을 풀고 구토를 진정시킨다. 떫은맛은 과한 장운동을 조절하여 설사를 멎게 하고, 혈을 간직하며, 기를 안으로 당겨 자궁출혈이나 대하 등을 다스린다. 비장의 활동력이 약해 영양이 부족하거나, 충임맥(衝任脈, 생식을 관장하는 인체의 정중앙을 흐르는 경맥)의 부실로 인한 붕루 치료에도 빠지지 않는다.
사실 심한 허증에서 오는 자한 도한증의 병인 병기는 좀 복잡하다. 보통 다른 병의 치료과정에서 병발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소아의 초기감기를 병원에서는 모두 해열제로 꺼버린다. 이때 허약한 아이는 쉽게 호전되지 않고 작은 열이 큰 열로 변하고 또다시 강제해열과 고열반등이 반복되는 사이 백혈구과다증, 혈소판감소증 같은 혈액이상으로 병성이 바뀐다. 바로 이 현상이 혈액암의 징후(피로, 발열, 쇠약, 피하출혈, 마른기침, 자한, 도한 등)와 유사하여 오판하기 쉽기 때문. 병정을 잘 살펴서 황기로 익기(益氣)하고, 백출로 보비(補脾)하여 한공(汗孔)을 튼튼히 하고, 음허 혈허에 당귀 작약 맥문동 등을 갖추며, 지골피 지모를 배오하여 음이 부족해서 내열이 발생하는 조열도한(潮熱盜汗, 주기적으로 열이 나면서 잠든 사이에 땀이 나고 깨면 멎음)에 대응해야 한다.
오매의 약리는, 간에 작용하여 포도당의 에너지전환율을 증가시킴으로써 피로회복에 유효함이 밝혀졌다. 또한 타액선을 자극하여 프로틴을 분비시킴으로써 전신 조직의 노화를 막고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피부를 맑히고 모발을 윤택하게 한다. 또한 대장균, 이질균, 탄저균(장염, 식욕부진, 구토, 복통, 발열, 설사 등을 일으킴), 황색포도알균(식중독, 피부염, 중이염, 방광염을 일으키는 원인균 중 하나)에 대하여 항미생물 효과가 있으며, 구충작용(회충의 활동은 신맛이 강한 상태에서 마비되어 체외로 배출된다)도 잘 알려져 있다.
오랜 허약으로 생긴 기침 구토 설사 도한 출혈 치료의 배오는 <오매 황기 백출 사삼 맥문동 각 3, 당귀 작약 지골피 산약 각 2. 오미자 생강 감초 각 1>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기침이 심하면 자완 2, 구토증이 있으면 반하 1, 설사나 이질이 잘 낫지 않으면 가자 2, 폐기와 신기가 허하여 피하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자한 도한이 그치지 않을 때는 토사자 보골지 육계 각 2를 추가한다. 상기한 대로 오매는 수렴성이 강하므로 땀을 내야할 초기감기에는 맞지 않으며, 실증의 열감기에도 금한다. 덜 익은 청매는 강한 유기산이 치근을 손상할 수 있으며 소화기 점막을 자극하며 흉격에 열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청매실
오매(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