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저지레
최 화 웅
지난달 돌을 지낸 손녀 유나는 하루가 다르게 잘 자란다. 병원에서 체크한 발육상태는 키, 몸무게, 머리 둘레가 상위 95%대다. 돌 한달 전부터 걸음마를 시작한 유나는 만나면 하얀 얼굴로 활짝 웃고 함께 놀다 헤어지려면 가지 말라고 찡찡거린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도 분리불안을 느끼는 걸까? 그만큼 다정다감 하고 감정표현이 섬세하다. 귀여운 유나는 저지레의 명수다. 보행기를 타고 이 방 저 방을 쏘아 다니며 보이는 대로 뒤지며 닥치는 대로 물건을 끄집어낸다. 서랍 속에 든 옷을 끄집어내 집어 던지는 일에 재미를 붙였나 보다. 책장에 꽂힌 무거운 책을 뽑아서 방바닥에 흩어놓기도 하고 최근에는 라디오와 전축, 전등의 스위치를 켰다 끄고 휴대폰을 켜거나 복사기 보턴을 눌러 작동하는 소리에 놀라 돌아서며 울기도 한다. 손으로 벽을 짚고 쏘아다닐 때는 무언가 알아듣지 못할 소리로 옹알이를 한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는 모두 엄마로 통하고 인형을 보고 ‘아가’, ‘언니’라는 어른들의 발음을 따라 하고 외출 때마다 신는 양말을 따라 발성한다. 기적이 따로 없다. ‘저지레’에 열중하는 유나는 우리의 어린 날 모습 그대로다.
지 애미는 유나를 ‘저지레 긑판왕’이라고 부른다. ’저지레‘는 동사 ‘저지르다’의 명사형이다. ’저지레‘의 사전적 의미는 “(일·물건 따위를)버르집어 그르치는 짓.” 또는 “말썽부리는 짓”이라고 풀이한다. ’버르집다‘라는 말은 ”숨은 일을 들추어내거나“, ”오므라진 것을 벌려서 편다.“는 뜻이다. 유나의 성장과 발육상태에 따라 장난감과 놀이기구가 바뀌고 다양한 학습이 따른다. 직구를 통해 유럽의 음악 그림책과 클래식 소품을 연주하는 장난감을 가진다. 요즘 들어서는 유독 안방의 옷장과 서랍장, 그리고 책상 위의 전자제품과 스탠드에 유독 관심을 보이고 의자를 밀고 다닌다. 지난 일요일에는 가구점에서 유아 책상과 의자를 구입해서 노래하는 수업과 몬테소리 학습을 구몬수업을 준비했다. 놀이터에 나가면 마냥 즐겁고 만나는 언니 오빠들과 친교를 맺는다. 손을 잡아주려고 하면 기어이 뿌리친다. 아직 낮은 턱이나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지 못한 채 앞만 보고 걷는다. 그네와 시소를 타고 돌아오려고 유모차에 태우면 싫다고 버둥대며 더 놀다가자고 울며 보챈다. 그럴 때는 "엄마에게 가자."고 꾀거나 미리 준비한 과자를 준다.
짝자궁과 잼잼을 곧잘 하며 양치질을 하자고 유아 칫솔을 쥐어주며 “아~~”하고 소리를 먼저 내면서 입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며 칫솔질을 곧잘 한다.어른들의 행동을 곧잘 따라한다. 이제 분유를 줄이는 만큼 하루 두 차례의 간식을 먹는다. 불루베리와 치즈, 두부와 바나나, 때로는 스파게티를 그릇에 담아주면 하이체어에 앉아서 손으로 곧잘 집어 먹는다. 오전 오후 하루 두 차례씩 놀이터에 나가면서부터는 밤 열 시쯤에 잠들면 이튿날 아침까지 숙면을 취한다. 돌을 앞두고는 발육 상태가 하루하루 달라지면서 유나의 변화가 뚜렷해졌다. 아직 말은 못하지만 의사표현과 표정이 할아버지의 마음에 놀라운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6월 들어 돌을 앞두고는 걷는 동작이 훨씬 안정적이다. 집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중얼거리고 외갓집 나들이에서는 신기한 듯 이 곳 저 곳을 드나든다. 특히 소리 나는 곳을 놓치지 않고 좋아하는 곳은 할아버지 서재의 책장이다. 책을 뽑고 옆걸음으로 짚고 다니며 혼잣말과 웃음으로 다양한 의사를 표현한다. 유나의 안전을 위해서 키높이 만한 곳에 놓인 화분과 장식소품을 높은 곳으로 치우고 식탁과 책상, 장식장의 뽀족한 모서리에는 쿠션가드를 붙이고 방문마다 손발 끼임을 방지하는 안전쿠션을 끼웠다.
턱이 있는 곳은 어른이 따라 다니며 눈과 몸으로 유나의 안전을 지켜주기에 한눈을 팔 틈이 없다. 2019년 6월의 두 번째 일요일에 집안가족들이 모여 돌잔치를 앞당겼다. 친할머니의 수술을 앞둔 배려였다. 거실 한쪽에 포토존을 마련하고 과일과 맞춘 떡을 차렸다. 그 곁에는 돌금팔찌와 봉투를 놓고 옆에는 하이체어에 앉혔다. 평소보다 의젓하게 앉아서 포즈를 취했다. 초청인사는 친할아버지와 할머니, 외갓집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돌잔치의 이벤트 돌잡이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유나가 무엇을 집을 것이냐를 맞히면 상금과 선물을 주기로 한 것이다. 돌잡이에 진열한 물품은 판사봉과 실타레, 2 달라 짜리 지폐와 청진기였다. 몬테소리 교육과 노래하는 크레용 수업, 구몬 동화읽기 수업을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는 음악이 저장된 동화책의 보턴을 누르고 기저귀를 갈 때 핑크퐁에서 제작한 동요〈상어가족〉과〈거북이〉를 들려주면 관심을 집중한다. 더 먹고 싶다거나 싫다는 의사 표현을 칭얼거리는 소리로 대신한다. 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저녁 두세 시간에서 서너 시간으로 늘렸다. 다음 주부터는 미술관과 백화점 나들이와 함께 자기주도형 간식 먹기와 놀이를 유도한다.
나는 매일 같이 보는 손녀, 유나는 나를 깊은 묵상으로 이끈다.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일찍이〈무지개〉를 통해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A child is the father of men)’라고 노래했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은 뛰노라./ 어렸을 때도 그러하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다./ 먼 후일 늙어서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난 죽으리라.ꁚ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컨대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순진한 경건으로 이어가기를…”이라는 시적 표현은 어린이의 순수함과 해맑은 마음을 본 것이리라. 마태오복음서 18장에서는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하늘나라에서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하고 묻는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한 어린이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자 큰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손녀, 유나는 분명 그 어린이들 중 하나로 나에게 다가와 행복을 전하는 천사다.
첫댓글 국장님 축하드립니다.
다복하고 행복한 가정 되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유나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서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손녀보시는 기쁨에 더해서 묵상까지 하시니 좋은 일입니다.
유나와 가족 모두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
율리 자매님, 감사합니다.^^*
유나를 보고 흐믓해하시는 그리움님의 모습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유나 첫 돌을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