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아이
틱낫한은 『화해』에서 내면 아이 치유를 이야기한다.
“우리 내면에는 여리고 아픈 아이가 한 명씩 있다.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에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아픈 경험이 만져질 때마다
그 잠정과 기억들을 무의식 깊은 곳으로 밀어 넣는다.
수십 년 동안 이 아이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모른 척한다고 그곳에 내면 아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곳에 있으면서 우리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아이는 속삭인다. ‘아 여기에 있어. 나를 피하지 말아 줘.’
우리는 그 아이를 내면 깊숙이 밀어 넣고 최대한 멀리 떨어짐으로써 고통을 끝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은 고통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픔의 시간을 길어지게 할 뿐이다.
아이를 찾으러 먼 과거로 갈 필요 없다. 우리 안을 깊이 들여다 보기만 하면 그 아이를 만날 수 있다.
상처받은 아이의 고통이 지금 이 순간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한 아버지가 아들의 잠긴 방문을 두드리며 소리친다.
“어서 일어나!”
아들이 문도 열지 않고 말한다.
“일어나기 싫어요, 아빠.”
아버지가 다시 소리친다.
“얼른 일어나! 학교 가야지.”
“가고 싶지 않아요.”
“왜 가고 싶지 않다는 거니?”
아들은 말한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첫째, 학교가 너무 재미없어요.
둘째, 아이들이 나를 괴롭혀요.
셋째, 학교가 너무 싫어요.”
아버지가 말한다.
“네가 학교를 가야만 하는 세 가지 이유를 말해 주지.
첫째, 학교에 가는 것이 너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들이 너를 괴롭힌 건 오래전 일이야.
넌 지금 쉰두 살이야.
그리고 셋째, 넌 학교 교장이야. 어서 일어나! 장남감 그만 갖고 놀고.”
쉰두 살이 되어도, 학교 교장이 되어도, 상처받은 내면 아이는 그곳에 있다.
틱낫한은 말한다.
“상처받은 아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
우리가 할 일은 그 아이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일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어쩌면 아이가 슬퍼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느껴지면 호흡을 하면서 ‘네 안에 슬픔이 있는 것을 알아. 그동안은 내가 바쁘게만 살아왔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너를 안아 줄게.’하고 말한다.
감정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잘 보살피는 것이다.
상처받은 아이를 알아보고 부드럽게 안아 주는 것은 아픔을 덜어 준다.
다루기 힘든 감정은 여전히 남겠지만, 아픔은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