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 지리라는 타고난 운명 곧 팔자가 있다
- 지리의 힘(원제:지리의 죄수들)을 읽고
서원희
“아이고 내 팔자야” “팔자려니 생각해”. 우리는 살면서 곧잘 팔자라는 말을 쓴다.
이 책은 이러한 팔자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원제목 ‘지리의 죄수들’이 이해가 갔다. 지리는 감옥처럼 벗어날 수 없는 객관적 현실이며 국가는 그 감옥에 갖힌 죄수이자 포로로서 국가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황허∙양쯔∙메콩강의 수원이 있는 티베트는 중국의 급수탑이어서 중국은 티베트를 사수해야한다. 신장지역은 인도를 포함 8개국과 국경을 맞댄 완충지역이자 생산 및 시장의 필요성 때문에 중국은 포기할 수 없다. 이것은 중국과 티베트와 신장지역의 팔자(독립이 요원한)이다.
부동항의 부재와 모스크바 안전을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러시아. 드넓은 육지에 발달한 수로와 대서양∙태평양, 지하자원등 지리의 축복으로 세계최강국이 될 수밖에 없는 미국. 피레네와 알프스산맥, 짧은 하천 때문에 여러나라로 나뉘어지고 국력의 격차로 인해 유럽연합이 견고하지 못한 유럽.
넓은 땅과 천연자원의 풍부함에도 세계 최장의 안데스산맥과 아마존 같은 정글 때문에 발전이 힘들고 해안과 내륙의 불균형한 발전을 보이는 라틴아메리카.
종교와 문화가 무시된 국경선 때문에 갈등과 내전이 끊임없는 중동과 아프리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오는 인더스강물이 인도령 카슈미르를 통과하기 때문에 카슈미르를 포기할 수 없는 핵보유국 파키스탄과 인도의 갈등.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으로 인한 파키스탄과 미국관계.
천연자원이 풍부한 북극에서 막대한 쇄빙선을 보유하고 북극부대 창설을 하는등 주도권을 잡고 있는 러시아와 북극접경국가들의 영유권다툼...
한편 우리나라와 관련한 내용은 매우 분량이 적었다. 분단상황은 풀 수 없고 국제사회가 관리만 할 뿐이라는 서방기자의 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한 국가의 운명은 그 나라의 지리가 가장 큰 상수라는 저자의 통찰은 매우 훌륭하지만 저자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 러∙우크라전은 일어났다. 해양강국을 향한 중국의 야심작 니콰라과대운하사업은 저자의 설명과 달리 기약 없이 중단된 상태다.
이는 이 책이 2015년에 출간된 한계이며 사람의 팔자도 누구를 만나고 누구랑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서 삶이 다르듯이 러∙우크라전은 상수와 함께 변수(국가지도자, 국제관계)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교역을 가로막았던 강들에 수력발전소를 만들고 철도와 도로 건설등 기술이 지리라는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큰 변수임을 아프리카국가들의 중국투자유치에서 보여주고 있다.
오랜기간 국제분쟁지역을 주로 취재하던 기자로서 지정학적 관점에서 세계의 역사∙ 경제∙분쟁등을 설명하다보니 이 책은 지리책이라기 보다 지정학 입문서에 가까웠다.
저자는 7년만에 <지리의 힘2>를 출간하였다. 팀마샬의 관점과 글에 흥미가 있는 사람은 <지리의 힘2>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