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는 한국인의 추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나무이지요. 높이가 30미터까지 자라는 큰 나무입니다. 미국 고층 빌딩 마천루와 어감이 비슷합니다.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라가는 미루나무는 자유분방하면서도 고고한 느낌을 주지요.
미루나무는 본래 미류나무라고 불렀지요. 미국에서 건너온 버드나무라는 의미에서 미류 (美柳) 나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1988년 편찬된 국어사전의 표준어에서 미루나무로 바뀌지요. 이리 바뀐 것은 두 가지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류가 미국산 버드나무가 아닌 아름다운 버드나무란 뜻으로 불리게 되자 그와 구분하고자 '미루나무'로 바꿔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 미류나무보다는 발음하기 쉬운 미루나무란 이름이 널리 쓰인다는 이유로 바꾼 것이라고 하지요.
한국에서는 미루나무를 포플러 (poplar) 라고도 부르곤 했지요. 엄밀히 말하면 포플러는 특정 나무 이름이 아니라 나무 종류를 부르는 명칭이라고 하지요. 즉 포플러 속 (populus) 안에 미국이 고향인 미루나무와 유럽이 고향인 양버들이 있지요. 두 나무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엄연히 다르지요. 두 나무는 수명이 수십년에서 수백년까지 이른다고 하지요.
미루나무와 양버들 중에서 우리나라에 압도적으로 많은 건 양버들입니다. 미루나무는 가지가 좀 더 옆으로 퍼져 부채꼴인데 비해 양버들은 싸리 빗자루를 거꾸로 꽂은 것처럼 생겼지요. 옛 시골 신작로에 꼭 싸리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높다란 나무들이 양버들입니다. 미루나무와 양버들 모두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됩니다. 식물학자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유럽 선교사들이 양버들이 들여왔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요. 미루나무 역시 조선정부가 미국과 교류를 추진하던 19세기 말에 도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제시기 미루나무와 양버들이 많이 식재되었지요. 두 나무는 외관상 쉽게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양버들을 미루나무로 착각한 경우도 많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즉 당시 사람들은 두 나무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미루나무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조선총독부는 신작로를 만들면서 도로가에 미루나무를 식재했습니다. 또 미루나무는 학교, 마을 광장 등에 미관용으로 많이 심었지요. 성장이 빠른데다 이식이 잘된다는 이유였지요. 미루나무는 일회용 도시락이나 나무젓가락, 성냥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미루나무는 미덕이 많은 나무입니다. 중심가지 없이 잔가지들이 길어지며 자라는 덕분에 사람이 오르기 어려워 까치가 집짓기를 좋아하지요. 그리고 나비·나방 애벌레가 나무가지에 기대 살면서 작은 생태계 를 만듭니다. 미루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 있으니 새들은 안정감을 느껴 둥지도 많이 짓고 애벌레를 먹지살지요.
한국에서는 해방 이후에도 한동안은 미루나무가 가로수의 주류를 차지합니다. 1950년대 이래 1970년대 농촌사진을 보면 신작로에 미루나무들이 도열한 것을 볼 수 있지요. 나무기둥은 일렬로 서있고 나무가지는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장관이었지요.
그러다가 미루나무는 1980년대 비극적인 운명을 당하지요. 바로 미루나무의 하얀 솜털 부분이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었지요. 하얀 솜털로 싸인 부분은 꽃가루가 아닌 씨앗 이었는데 오해를 받은 것이지요. 나무가 너무 크고 가끔 쓰러진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그 결과 전국의 미루나무는 마구 베어지고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벚나무 등으로 대체되지요.
요즘은 전국 어디를 가나 벚나무가 많이 도열하고 있습니다. 벚나무는 10일 동안 화려한 꽃의 향연을 마친 다음 잠잠해지지요. 미루나무같은 장관은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미루나무가 속한 포플러의 어원은 라틴어 민중(Populus) 이지요. 미루나무는 어원같이 민중의 사랑을 받던 나무였습니다. 하늘 가까이로 향해 가는 미루나무는 자유를 동경하는 나무같습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속에서 굳건히 우뚝서서 마을을 지키는 큰 나무는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미루나무는 그 중 하나이지요.
미루나무를 노래한 가요는 희소한 편입니다. 박인희 님이 1974년 작사, 작곡한 <미루나무>가 대표적이지요.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라가는 미루나무를 동경하는 곡이지요. 주인공은 미루나무의 무성한 잎과 푸른 줄기에서 진한 향기를 맡습니다. 자신들도 높이 솟은 미루나무같이 높은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꿈을 꿉니다.
이 곡의 가사는 다음 같습니다.
https://youtu.be/jx4WDzQlfUo
잊히면 다시 또 푸른 잎 돋아나는 우리들의 마음은 한 그루 미루나무
하늘을 치솟는 무성한 잎새마다 푸르른 줄기마다 찬란한 향기여라 음 라~라
아름다운 우리들 너와 나 함께일 때 기쁨도 있느니라 라~라 라~라 라~라 라~라
우리들의 마음은 한 그루 미루나무
하늘을 치솟는 무성한 잎새마다 푸르른 줄기마다 찬란한 향기여라 음 라~라
아름다운 우리들 너와 나 함께일 때 기쁨도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