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린 3,1-9; 루카 4,38-44
+ 오소서 성령님
제1독서에서 코린토 1서의 말씀을 듣고 있는데요, 바오로 사도는 1장에서 십자가 신학을 선포하신 후, 2장에서는 하느님의 지혜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오늘과 내일 듣게 되는 3장에서는 복음 선포자의 역할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어떤 이는 “나는 바오로 편이다.” 하고 어떤 이는 “나는 아폴로 편이다.” 하고 있으니, 여러분을 속된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씀은 1장에서도 나온 바 있습니다.
1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는데요, <여러분이 저마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나는 케파 편이다.”, “나는 그리스도 편이다.” 하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갈라지셨다는 말입니까? 바오로가 여러분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기라도 하였습니까? 아니면 여러분이 바오로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까?>(1코린 1,12-13)라고 울분에 차서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그리스 문화권에 속한 지역에는 여러 종교 집단이 있었는데요, 이들은 때로 비밀스러운 입문 예식을 통하여, 유명한 스승을 중심으로 제자나 신도들을 모아들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코린토 교회 공동체는 이러한 종교 집단들을 흉내 내어, 바오로파, 아폴로파, 베드로파, 심지어 그리스도파까지로 갈라졌으니, 바오로 사도가 얼마나 통탄했겠습니까? 겉으로는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 신자가 되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종교 집단들을 흉내 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말은 우리 또한 언제나 되새겨야 할 말입니다. 우리가 속한 모든 공동체, 교구, 본당, 구역, 단체는 우리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있습니다. 공동체들 사이의 세속적 경쟁과 갈등은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세속적 경쟁이 아니라, 오늘 화답송의 말씀이 우리 기쁨의 근원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이 당신 소유로 뽑으신 백성!”
오늘 복음에는 세 개의 시간이 나오는데요, 첫째는 예수님께서 회당을 떠나 시몬의 집으로 가실 때입니다. 둘째는, 해 질 무렵입니다.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을 앓는 이들을 예수님께 데려오고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며 고쳐주십니다. 셋째는, 다음 날 새벽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가셔서 기도하셨고,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가서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붙듭니다.
오늘 복음은 ‘카파르나움에서의 하루’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듯한데요, 예수님의 하루는 이처럼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시고, 기도하시며 아버지의 뜻을 듣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예수님께서 열병에 시달리고 있는 베드로의 장모에게 다가가셔서 열을 꾸짖으시니 열이 가셨습니다. 베드로의 장모는 ‘일어나’(아나스타사) 시중을 드는데요, ‘일어나’라는 단어는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사흘 만에 일어나신다’는 표현으로, 즉 부활하심을 뜻하는 말로 루카 복음에 세 번(18,33; 24,7. 46) 나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새로운 부활의 삶을 체험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부활의 삶에 대한 응답은, 베드로의 장모가 그랬듯 봉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24,27)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본받는 것입니다.
나자렛에서 배척을 받고 오신 예수님을, 카파르나움 사람들은 떠나지 말아 달라고 붙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자렛을 떠나셨듯 카파르나움도 떠나십니다. 예수님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이 거부하느냐 열광하느냐가 아닙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아버지로부터 파견되셨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신 후,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시러 떠나십니다. 그것은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파견되어 이곳에 왔습니다. 저를 파견하신 주님께서는 제가 복음을 전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는 모두 이 미사가 끝나면 주님께 파견을 받고 파견 성가를 부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도 같은 사명을 주십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이 말씀이 우리가 할 일과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잘 식별해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시몬의 장모를 일으키심, 14세기 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