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모(鄭漢模, 1923 ~ 1991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출생한 그는 일본 오사카[大阪]에 있는 나니와 상업학교(難波商業學校)를 졸업한 뒤, 1955년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1959년 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휘문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58년 동덕여자대학 교수로 부임하였고, 1966년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1988년 퇴직 때까지 재직하였다. 서울대학교 교수, 문예진흥원장, 노태우 정부 시절에 문공부 장관 등을 지냈다.
문단 등단은 8·15광복 직후 김윤성(金潤成)·구경서(具慶書) 등과 함께 동인지 『백맥(白脈)』을 발간함으로써 시작활동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활동은 1955년『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멸입(滅入)」이 당선된 뒤부터이다. 1958년 제1시집 『카오스의 사족(蛇足)』에 이어 다음해 제2시집 『여백을 위한 서정』을 발간하였다. 그 외에도 ‘아가의 방(1870), 나비의 여행(1983), 원점에서(1989)가 있다.
그에게 비춰진 이미지는 ’아가‘이다. 아가라는 心象(이미지)의 시적 의미는 ’순수‘이다. 단순히 아가가 지닌 순수성만을 노래한 것이 아니고, 시에서 ’아가‘의 순수를 위협하는 현실의 고통도 들어있다,
이 시기에 정한모는 생명의 영원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노래하였다.
(여기에 소개하는 ’정한모 론‘을 내가 이해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하여간에 그를 소개하는 글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시 전공하신 분들은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식민지 시대와 8 15광복 그리고 6·25동란, 4·19의거 등과 같은 시대적 격변기를 겪으면서 그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속에서 이상과 현실의 부조리한 모습을 끊임없이 타개하고자 노력하였다. 그의 시작품에 나타난 의식세계의 큰 흐름은 부정적인 현실을 긍정적 인식으로 희망적 미래를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내면의식을 볼 수 있다.
정한모의 초기시는 그의 시대적 체험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작품에 드러나는 대립적인 이미지들을 병치한 것은 어둠속의 밝음을 보여주는 시대적 상황의 체험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을 가진다는 역사의식을 나타내었다. 그가 겪은 시대 상황이란 8·15 해방부터 6·25동란까지를 겪은 체험의 연장선상에 쓴 시와 시집들이 빛을 보기 시작하였다. 정한모 시는 50년대 시를 꽃피우는 밑거름이자 연결고리로서의 과도기적 역할을 수행한 것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끝까지 아가와 나비, 새벽 등의 이미지를 창출하여 휴머니스트로서의 순수 서정적 시의 면모를 갖춘 것이 그의 문학이다.
정한모 시에는 휴머니즘적 인간성 탐구와 미래지향의 역사의식, 에로티시즘적 미학, 고전정신의 구현 그리고 고독과 상실감의 표출 등을 담았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휴머니즘적 인간성 탐구는 그의 시 전편에서 나타나는 것으로서 시대인식에 기인한 것이다.
<나비의 여행>
정한모
아기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
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
수면(睡眠)의 강(江)을 건너
빛 뿌리는 기억(記憶)의 들판을,
출렁이는 내일의 바다를 날으다가
깜깜한 절벽(絶壁),
헤어날 수 없는 미로(迷路)에 부딪히곤
까무라쳐 돌아온다.
한 장 검은 표지를 열고 들어서면
아비규환하는 화약(火藥) 냄새 소용돌이,
전쟁(戰爭)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
연자색 안개의 베일 속
파란 공포(恐怖)의 강물은 발길을 끊어 버리고
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
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焦燥)
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
꿈길에서 지금 막 돌아와
꿈의 이슬에 촉촉이 젖은 나래를
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
아가야!
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
공포의 독수리를 만나
소스라쳐 돌아왔느냐.
- [사상계](1965. 11) -
【해설】
정한모의 <나비의 여행>은 <아가의 방>이라는 연작시의 다섯 번째 시로서, 반전사상을 담고 있다. '휴머니즘의 추구'는 정한모의 시적 모티프다. 그가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서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주제와 천착하고 있는 세계는 인간성의 옹호와 인도주의 정신이다. 그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와 세계 질서의 중심에는 언제나 휴머니즘이 있다.
'나비의 여행'과 '아가의 꿈'은 이 시인이 추구하는 휴머니즘을 보여 주는 다른 이름의 같은 상징이자 심상이다. 현실이 지닌 야수적 폭력성과 비이성적 폭압성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나비(아가)의 여행(꿈)을 통해서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비인간적인 가치와 질서를 부정하는 가운데 휴머니즘의 참된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