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참 먹거리들이 보잘것없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온 식구들이 들에 나가 살다시피 했어도 고기 반찬은 커녕
쌀밥을 구경하는 것도 추수 후 보름 남짓이 고작이었으니까요.
부잣집 옆을 지나다 담을 넘어 솔솔 풍겨오는 쌀밥 냄새를 맡으며
느꼈던 간절함은 그 시절을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를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명절은 달랐습니다.
햅쌀로 빚은 송편이 다른 맛난 음식들에게 밀려날 정도였으니까요.
중추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지만 추석이면 갑자기
흔하게 느껴져서 그랬나 봅니다.
추석에 얽힌 추억들 중 하나가 생각납니다.
추석명절을 쇤 지 며칠 지나고 나면 추석에 만들었던 음식들이
대부분 떨어지는데 가끔은 보름도 더 지났을 무렵임에도
집안 어르신들께서 저희들을 광 앞으로 부르셔서 남은 송편을
나누어 주시곤 했습니다. 이미 말라서 딱딱해진 송편에서
역시 바싹 말라붙은 솔잎을 떼어내는 일도 고역이었지만
냉장 보관이 불가능했던 시절이라 송편에서는 쉰내가 나기 마련이었죠.
그렇지만 그 때의 송편 맛은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습니다.
명절의 잔치가 끝나고 다시 궁핍 모드에 돌입해 있던 터라 더욱 그랬겠지요.
어린 나이였지만 명절에 외면했던 일로 공연히 송편에게 미안해하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생뚱맞습니다.
한화 이글스가 이제 5강 탈락이 거의 확정되면서 잔치가 끝나가고 있네요.
이제 곧 다가올 기나긴 겨울은 야구광인 제겐 궁핍한 시절과 같은 것이라
'아, 이제 또 어떻게 그 긴 시절을 견뎌야 하나?'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이제 남은 잔여 경기들은 그래서 제게 매우 소중합니다.
원년부터 그래왔지만 의미가 없는 경기라고 해서 외면했던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습니다. 마지막 한경기까지 호투, 호수비, 안타,
홈런 한 개에 똑같이 열광합니다.
적어도 제게는 우리 한화 이글스의 잔여 경기들이
고작 몇 알밖에 남지 않은 귀한 송편과 같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한화 이글스 화이팅!!!!!
첫댓글 그 송편 울방님들과 함께 즐겨요^^
헐?
바다건너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
거긴 지금 몇 시입니까? ㅋㅋㅋ
아무튼 송편 맛있게 먹겠습니다.
우리나라와 세시간 차이니까
밤 11시반 경입니다 ^^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윽.....그와 별개로 냉동실에 지난 추석에 쓴 송편이 있단것을 글을 읽다 알았네요. 내일은 먹어치워야겠습니다ㅠㅠ
요즘은 냉동보관이 되니 좋네요.
요즘은 음식들을 먹어도 실제 맛보다
향수나 추억 같은 것들을 곁들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직 안 주무셨군요. 편안히 주무십시오.
그 송편도 함께 먹읍시다 ^^
항상 풍부한 감성에 고개가 절로 숙여 집니다.
몇일전 권용관 선수 방출소식에
그자리에서 우러나오는데로
몇자 적어 올렸는데
올리고나서
청죽님이 쓰셨야 어울릴텐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올린데 대해 자책한 일이 있었습니다.
요즘 분위가 어수선 합니다.
이럴때 일수록 좋은 글로
회원분들 마음이 훈훈해 질수 있도록
달래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제가 어찌 김수님의 마음씀씀이와 이글스 사랑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야구가 끝나가서 아쉬운 하루네요...좋은글 감사합니다 ^_^
아직 남았는데 파장된 것처럼 허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시간 되십시요.
고맙습니다.
올 겨울, 어려운 사람들을 챙기는 인자한 집안 어르신을 보고 싶네요.
누구보다 쾌활하셨었는데 요즘 침울해지신 것 같습니다. 올해는 내년의 첫머리고 올해의 야구는 내년의 서막입니다. 끝이 아니니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마음 다치실까 염려됩니다.
" 올해의 야구는 내년의 서막"
와~~~~ 대박 멋져요!!!
계속 지니까 우울했었는데! 아~~~ 이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내년이 기대되고
힘이 불끈 솟아요~~
저도 어릴때 기억이 나네요..ㅎㅎ 시즌끝나고 여기서 뭐해야하나..당췌..답이 안나오네요 ㅎ
반둥의 겨울에 빈둥빈둥 지내시면...ㅎㅎ 농담입니다. 여기서 가끔씩 모여 이바구나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시죠 ^^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남은 송편을
들기름 두룬 팬에
다시 노릇노릇 구워서
약간 찐득해지도록 만들어
한밤중에 커피와 같이 먹음 진짜 맛납니다.
입맛도 확돌게 해주시고
겜보는 재미도 다시 확 돌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ㅋ 식혜나 수정과가 아니고 커피요?
하긴 제삿상에 바나나가 올라간지가 언젠데^^
제가 하루 스무 잔 정도 마시는 커피광이라 음식들과 커피의 조화를 잘 압니다. 물론 구운 송편과 커피의 조화도 알지요.ㅎㅎ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렸을때 송편 콱깨물었는데, 깨 아니고, 콩이면 진짜 기분 나쁜데 ㅋ
ㅎㅎㅎ 깨송편인지 콩송편인지를 알아내려 호롱불에 비춰보기도 하고 눌러도 봐서 깨송편이라 확신하고 입에 넣고 씹다가 콩이 씹힐 때의 좌절감이 기억납니다.
ㅎㅎㅎ
몇 게임 남지않은 경기는 승패에 연연하지말고 즐겨보자고 어제 글을 올렸었는데...
아무래도 지는것 보다는 이기는 경기가 좋겠지요?
패한 경기는, 마치 입에 넣었을 때 싫어하는 속이 들어있는 송편을 씹은것 처럼 기분이 더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