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을 만나다/김필로
강아지풀이 나풀댄다
풀꽃들이 고만고만하다
은빛 바다 같은
비닐하우스를 지나
나는 그에게 왔다
그는 그곳에 없었지만
거기에 있었고
나는 그곳에 있었지만
나는 거기에 없었다
나는 종종 늦은 걸음으로
대통교 아래 흐르는
동네를 걸었다
좀 더 깊은 곳에서
진짜 그를 보았고
만났고, 손을 잡았다
그는 작지 않았다
아름드리 큰 나무 곁에는
딱정벌레 같은 사람들이
자라목을 길게 빼고
그 여부를 생생하게 보고있다
석양빛처럼 잘 삭아 고조된
그는 시론에 날개를 달았고
나는 가까이 더 가까이
시심으로 발을 옮겼다
시인은 자고로
시인은
내가 사는 둘레를
간사함 없이
맑은 사심으로 만지면서
드러내는 건 아닐까
선물 같은 고뇌는
풀꽃처럼 오래 보고
자세히 보아야
그 모양과 그 모습으로
오래 내게 머물 듯 하다
첫댓글 저도 보았습니다
시인님은 틀림없이 크셨습니다
까치발을 하지 않고서는
감히 바라볼 수가 없는 분이셨습니다
한데, 그분 곁으로
엔돌핀님이 다가서자
아 엔돌핀님보다는 작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