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행법상 불법이냐 합법이냐에 앞서 현대차의 경영철학의
문제다. 현대차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인다는 명목 아래 임금을 줄이기 위해 편법적 수단으로 사내하청을 악용해왔다. 이로 인해 신분보장이 되는
정규직과 신분보장이 안 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과의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정규직
노동자간의 갈등도 심화됐다.
재판부는 사내하청 근로자가 현대차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현대차 소속 근로자와 동일한 형태의 일을 하고 있는 만큼 하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을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사측이 공정을 결정해야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의 작업내용, 작업인원, 작업위치, 기간도 구체적으로
결정돼기 때문에 사내하청업체에 독자적인 결정권한이 없다”면서“사내하청 근로자의 공정은 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정규직 근로자의 공정과 직접 결합해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사측만이 할 수 있는 공정과 사내 하청만이 할 수 있는 공정이 구별되지 않는다”며“사측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고용과 고용승계에도 영향을 행사하는 등 근로조건에 개입했다”고 덧붙였다.
한 공간에서 같은 근로를 하는데 임금은 물론, 근로조건까지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넘어 행복추구권마저
침해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현대차 소속 근로자와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를 한 공간에 배치해 일하게 하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인 처사다. 현대차가
이 같은 근로형태를 도입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건비인 임금을 줄이고, 해고를 손쉽게 하자는데 있다. 사내하청에 대한 현대차 측 경영철학도
문제지만, 현대차노조 역시 사내하청 근로자의 차별적 대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차 노사가 사내·외 하청업체와의 관계를 종속적인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큰 문제다. 그동안 현대차 노사는 본의든,
아니든 임금협상 마찰로 인한 파업 과정에서 생기는 손해를 고스란히 하청업체와 하청 근로자들에게 전가시켜왔다. 이제 현대차 노사는 변해야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소비자와 생산자, 사와 노가 상생하는 관계로 바뀌어야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는 보편적
기업·노사윤리를 조속히 터득하기 바란다.
기사입력: 2017/02/20 [18:14]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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