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는 전국 17개 지역에서 창업, 지역창조경제의 플랫폼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창업붐을 이끌다’는 제목으로 주요성과를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센터는 멘토링, 원스톱서비스, 판로개척 등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창업을 지원하여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기업 1:1
매칭을 통해 대기업의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어 창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특히 한국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의적 아이디어에
ICT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을 융합하고 기술과 혁신,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주요성과 지표로는 1175개
창업기업 육성, 1664개 중소기업 혁신, 2850억원 투자 유치를 내 세우고 있다.
울산은 지난해부터 조선해양산업의 침체로 구조조정의 비바람이 아직 멈추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베이비부머세대 대부분이 비자발적으로
일터를 떠나야 했거나 기존의 일자리를 옮겼다. 이대로 간다면 제조업계도 사오정(45세)을 넘어 삼팔선(38세) 고용의 지지선이 위협받을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하였다는 우려도 있다. 실지로 산업현장 여기저기서 내년 초 위기대응 사례들이 표면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고용불안
상황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대로 된 역할만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는 즈음에 직업인들은 어떤 전망들을
하고 있을까. ‘한국고용정보원’이 설문결과를 내놨는데 응답자의 44.7퍼센트가 인공지능이나 첨단기술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 대답했다.
반대로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3.0퍼센트에 그쳤다. 이밖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감소가 가장 적을 것으로 전망되는
직종으로는 인간의 감성을 아우르는 사회복지사업이나 종교관련직을 꼽았다. 정부의 정책 홍보방향과 설문조사결과를 종합하여 미루어 살펴보자면 모두가
기다리는 고용시장이 특별히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베이비부머들은 3단계의 산업화과정을 모두 경험한 세대이다. 농어업사회, 공업화사회, 서비스산업화사회를 거치며 평생 공부만이
살길이라는 목표가 분명했던 분위기를 업고 달려온 세대이다. 우리나라에 ‘평생교육’이 보편화된 것이 필자가 느끼기엔 불과 10여년 남짓이다. 5,
6년전‘베이비부머 대상의 평생교육지원프로그램’, ‘사랑해요 영식씨’라는 부제가 붙은 요리교실을 진행했을 때 일화이다. 은퇴이후 혼밥(혼자 밥먹는
사람)에 익숙해지고, 나아가 집 밥을 통해 가족 구성원과 소통의 방법을 배워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집에서 한 끼도 안 먹는 아빠가
사랑받는다는 우스개로 장중은 씁쓸한 미소가 돌았다. 베이비부머들은 서글플 수 있지만 현실에 가깝다는 후일담도 있다. 가족과 가정을 위해 평생
일만하며 자신은 물론 주변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회한과 자조가 섞여있다. 그래도 이제는 쉴 틈 없이 100세 시대 맞춤교육을 서둘러 가야 할 필수
코스다. ‘TV 집밥 백선생’의 영향으로 더 이상 남자가 앞치마를 두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사회분위가 되어가고 있다. 평생교육 바람과
2010년 소호창업 열풍을 타고 오픈마켓 창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하는 소셜커머스 창업, 보따리 무역 등 무점포 1인 창업을
알리는 강좌가 한창일 때 울산은 무심하였다. 그러나 창업은 자존감을 일깨우고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인문학 활동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경험하였겠지만, 한 눈파는 직장인을 달가워 할 회사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려온 그들이 지금과 같은
고용절벽 앞에 서게 된다면 불현듯 잠재적 빈곤층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당시 창업지원강좌에 참여했던 베이비부머 예비창업자 한 사람이 며칠 전 동울산시장 안에 조그만 반찬가게를 창업하였다. ICT기술을
접목하진 못했지만 인생 60을 목전에 둔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철학과 장인 혼으로 첫 수를 시작했다. 종목은 집 밥의 주인공 ‘집반찬’을
만들어 파는 예사롭지 않은 반찬가게다. 인생 2막을 준비해야할 대목에서 ‘절치부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집밥’하면 떠오르는 것이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아닐까? 그 정성이 침샘을 자극해 입맛을 돋울 때 맛깔스런 토속 재료들은 음식이상의 양식으로 옷을 입고 팔려나간다.
그는 이른 봄부터 지리산 자락의 청정한 곰치를 비롯한 온갖 나물들로 장아찌를 담는다. 그리고 명인에게서 수법을 전수받은 방식 그대로
서해와 동해에서 건저올린 재료들로 젓갈을 담아내고 있다. 모두 세월이 빚어낸 맛을 얻기 위한 노력들 일 것이다. 어머니의 향수를 물씬 풍미하는
‘집반찬’은 상위의 인문(人文)이다. 일상에서 고갈된 영양을 보충하기위해 맛깔스럽게 구워낸 갈비 한 점과 간이 잘 배어난 장아찌가 어우러지듯,
진한 행복을 선사해주길 기대해 본다.
기사입력: 2016/10/26 [14:26]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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