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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오지팀이 계획한 코스에 따라 '신월리 → 우암사 → 석이바위 전망대 왕복 → 기우산 왕복 → 701.2봉 → 653.4봉 → 628봉 → 조양산 → 성불사 → 59번 국도 → 정선 제1교 → 정선아리랑시장 → 아라리공원'의 7km 구간을 3시간 산행 후 2시간 30분 동안 맛 기행을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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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산[鳥鳳山]
높이: 648m
위치: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복실리
정선읍에서 조양강 건너에 있는 해발 648m의 조양산은 봉우리가 뾰족하여 상투봉 또는 남산이라고도 부른다. 가을철 단풍과 겨울철 백설은 절경을 이루고 굽이굽이 흐르는 조양강은 등산객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정선 시내가 마치 봉황이 품은 둥지 안에 있는 것처럼 아늑하게 보인다.
조양산과 기우산은 한 능선으로 이어졌기에 따로 등산하기보다는 함께 이어서 등산하는 경우가 많다. 기우산(해발 869.9m)은 산 중턱에 우암사가 있으며 가을철 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우암사로 올라가는 길 초입에 있는 넓은 바위는 나무막대기로 두드리면 쿵쿵하며 북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쿵쿵 바위라고 부른다. - 한국의 산하
매주 목요일은 일정이 겹치지 않는 한, 한 안내산악회의 오지 전문 인솔 대장을 따라, 전국 각지의 오지 산행을 다닌다. 그리고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은퇴했기에 가능하다. 이 오지팀에 참여한 게 2022년이 처음이나, 이 산행이 시작된 건 꽤 오래전이라는 걸 산악회 과거 자료를 확인하다가 발견했다. 그리고 당시의 산꾼이 여전히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월급쟁이가 평일인 목요일 그것도 매주 산에 다니는 건 힘들다. 고로 당시부터 현재까지의 구성원은 남녀를 불문하고 사장 눈치를 보지 않거나 사장이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물론 전자는 소수고 후자가 대부분이라, 평균 연령이 환갑 이상이다. 그런데, 평일에 산행을 다니는 다른 팀과 비교해도 노년이 많다. 아니 대부분이다.
이 팀 산행이 공지되면, 사흘이 지나지 않아, 자리를 다 채우고 대기자가 줄을 서기 일쑤라, 공지가 게시되자마자 신청해야 그나마 원하는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신청자 대부분은 익히 아는 산꾼이다. 8월 10일 목요일은 정선의 잘 알려지지 않은 기우산, 조양산을 연계해 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공지를 확인했을 때는 위에서 언급한 산꾼들이 이미 좋은 자리를 선점해 어쩔 수 없이, 가능하면 피하는 뒷자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공지 후 5~6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그렇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대기자만, 10여 명이 넘었다. 8월 3일 송암산, 화채봉 연계 산행을 다녀오는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이 산행을 쉬어 가는 맛 기행이라고 했으나, 이미 대부분 신청자가 공지를 보고 알고 있었다. 꼭 말로 해야 아는 게 아니다.
이런 이유로 신청자가 몰려 이 팀의 다른 산행과 비교해도 놀라울 정도 일찍 자리를 다 채운 거로 보인다. 그런데, 산행 5일 전에 변화가 없나, 신청 현황을 둘러보다가, 로열석이 빈 것을 발견해, 재빨리 자리를 바꿨다. 그리고 이 팀의 주요 회원이 산행을 취소해 최대 7자리가 비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유는 하나밖에 없어, 기상청의 산악날씨와 중기예보 등을 찾아봤다. 예상대로 비다. 그것도 태풍! 당연히 태풍의 영향권인 날짜의 다른 산행은 취소자가 속출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물론 이 산행도 취소자가 많아, 연기될 거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신청자가 늘어 이제는 빈자리가 다섯에 불과하다. 이러면 울며 겨자 먹기로, 우중 그것도 바람이 11~13m/s 속도로 부는 산행에 참여하게 생겼다. 뭐 이런 날씨에는 우산도, 뭐도 다 소용없다. 그저 비를 즐겨야지! 태풍 상황에서 산행을 강행하는 산악회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예상은 상황에 따라서는 산악회 버스가 들머리로 가지 못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리고 간다고 해도, 여러 여건상 산행은 불가하고 주변에서 놀다 귀경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끝까지 취소하지 않고, 남은 노년의 산꾼들도 비슷한 예상을 하는 거 같다. 다만, 다른 산행이 다 취소돼,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신청한 거로 보이는 생소한 별명을 가진 산꾼? 등산객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공지에 '* 위 계획은 교통상황 및 날씨 등 현지 여건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라고 못을 박았으니, 어디다 하소연할 수도 없다. 어쨌든 태풍에 우산은 의미가 없어 오랜만에 우의를 가져간다. 그리고 갈아입을 옷도. 먹지 않을 확률이 높으나, 사당에서 김밥도 한 줄 사 간다. 그 외 준비는 다른 산행 같다.
그러다 산행 이틀 전 버티던 팀원 중 취소자가 속출해 성원에 두 명이 모자라자, 산악회에서 산행을 8주 후인 10월 5일로 연기했다. 물론 그때까지 유지하고 있던 신청자는 모든 게 그대로 이월됐다. 그 산행 일이 이번 주 목요일이다. 연기 직전과 달라진 건 취소했던 팀원들이 다시 신청하고, 우천으로 다른 산행은 다 취소됐으나, 마음에 드는 산은 아니지만, 강행할 걸 기대하고 신청했던, 진정한 산꾼들이 취소했다. 와중에 선호하는 자리가 바뀌는 아주 사소한 변화도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어쨌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기록을 위해 당시의 신청자를 캡처했는데, 그때와 현재 신청자를 비교해 보니, 각 산꾼의 특성과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어 재밌다. 준비는 처음과는 달리 맛 기행을 우선으로 해, 물만 한 통 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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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기상해 볼일을 본 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배낭을 다시 쌌다. 처음에는 물 한 통만 들고 갈 생각이었으나, 오히려 그게 더 번거로울 거 같아, 숄더힙색에 비상식과 물 한 통, 사과 하나를 넣는 거로 바꿨다. 그리고 6시경 집을 나서, 사당에 6시 48분경 도착했다. 물론 평소라면 지하철 승차장 종합 판매대에서 김밥을 준비하겠지만, 짧은 산행이라 일찍 하산해 정선 오일장 맛집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라,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역에서 나와 공영주차장으로 들어가자, 평소 보지 못하던 관광버스 두 대가 승객을 태우고 있어, 그 정체가 궁금해 앞창의 LED를 봤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야유회 차량이다. 두 대의 버스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는 사람들이 시인이라는 얘기다. 혹시 아는 사람이 있나 잠깐 살펴보고,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기역으로 꺾인 곳을 돌아가니 눈에 익은 빨간 버스와 그렇지 못한 버스가 나란히 서 있다. 그런데, 눈에 익을 빨간 버스의 목적지가 조양산이 아닌 민주지산이라, 조양산행 버스를 찾아 깊이 들어가 보니, 제일 뒤에 서 있다. 주변에 볼 것도 없어 바로 버스에 타, 먼저 슬리퍼를 꺼낸 숄더힙색을 선반에 얹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태블릿으로 계속 책을 읽었다. 그러자, 예정보다 1분 빠른 6시 59분 버스가 출발해,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정선으로 향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막히는 고속도로를 달려 8시 30분 문막 휴게소로 들어가 20분가량 휴식했다.
휴게소에 도착하기는 했으나 딱히 볼일은 없어, 버스에 앉아 있다가, 문막에는 뭐가 있나 궁금해 차에서 내려 먼저 화장실로 갔다. 이후 휴게소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건물 끝에서 '별빛 소공원'이라는 걸 발견했다. 하행의 문막 휴게소는 초행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언젠가 왔었던 곳이라는 걸 알았다. 안 가본 휴게소가 있기는 할까? 기념으로 소공원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버스로 돌아가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다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버스가 출발하고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채 7km도 안 되는 코스라 산에 관한 것보다는 산에서 오일장을 찾아가는 코스 설명에 더 긴 시간이 걸렸다.
와중에 다리를 건너야 하는지를 두고 승객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산행 후 헤매지 않기 위해서 이 건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지도를 확인하고, 만약에 대비해 캡처했다. 다리를 건너는 게 맞다! 그 승객은 인솔 대장이 준비한 지도를 가지고 둘이 해결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감은 16시 즉 오후 4시다. 오일장에서 마시고 먹은 후에도 시간이 남는 사람은 정선역을 다녀오라는 말로 코스 설명을 끝냈다. 대장이 설명하는 동안, 물 한 통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아무것도 안 들고 가기로 했다. 이후 책을 읽다가 잠깐 자다가 다시 책을 읽기를 반복하다가, 차가 정선에 도착한 순간 등산화로 갈아 신고, 바람막이 안에 만약에 대비해 입고 있던 조끼를 벗는 거로 산행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10정도 지난 10시 20분경 버스는 기우산 들머리인 신월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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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에 있는 숄더힙색은 그대로 두고, 벗은 조끼는 의자에 올려두고 버스에 내려, 등산 앱을 기동하고 고도를 확인했다. 어느 정도 오차는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높은 360m다. 조양산이 600m가 조금 넘으니, 반 넘게 먹고 들어가는 산행이다. 배낭도 없이 홀가분하게 떠나는 산행이라, 급한 것도 없어, 일행의 반 정도가 출발한 후 중간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들머리에서 1km가량이 시멘트 포장도로인데, 그 경사 정도가 거의 깔딱 수준으로, 거의 해발 500m 부근까지 올라갔다. 고로 100여 미터만 올라가면 정상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등산로 앞의 지도를 보고 그게 망상이라는 걸 알았다. 기우산 또한 조양산과 비슷한 높이로 알고 있었는데, 그 지도에 의하면 기우산은 869.9m로 우습게 볼 산이 아니다. 그리고 조양산은 620m로 알고 있는 대로다.
여기까지 인솔 대장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왔는데, 등산로에 도착하자, 대장이 앞서가는 일행이 가고 있는 등산로를 가리키며 경사가 심해 계속 갈지 자를 그린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 주저앉아, 등산 지팡이를 조립하고 있어, 먼저 그 갈지자를 그리는 등산로로 정상을 향해 갔다. 그런데, 지난 지리산 화대종주의 후유증으로 산행이 평소보다 더 힘들다. 그래서 다리를 풀기 위해 짧은 이번 산행을 선택한 것이지만. 숨이 가쁘지 않을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올라가는데, 앞에 부도가 보인다. 대장이 길목에 암자가 있다고 얘기했을 때는 평범한 암자라 생각했는데, 그 아래 부도가 있을 정도면 그렇지 않다는 거라 약간 기대가 됐다. 부도의 음각된 글을 보니, 불기 2533년 10월 17일 세운 거로 서기로는 1989년이다.
부도가 있는 곳에서 8분가량 올라가자, 암자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금칠을 한 범종각이다. 범종각만 놓고 보면 암자가 대단할 거 같은데, 범종각과는 달리 모르고 보면 암자라기보다는 평범한 나무꾼의 집처럼 보인다. 다른 일행이 암자 옆으로 난 등산로로 정상으로 올라가는 동안, 절 구경을 위해 범종각으로 갔다. 범종각 아래에 종무소로 보이는 건물이 있고, 범종각 뒤에 대웅전이라 생각되는 건물 있어 현판을 보니, 대웅전이 아니라 '우암사(雨岩寺)'다. 고로 중의 숙소이자 수양관이다. 그리고 그 뒤 삼성각처럼 보이는 건물이 대웅전이다. 당연히 본존불에게 신고해야 해서, 대웅전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니, 내부 구조는 완전히 삼성각이다. 일단 본존불에게 신고하고 문을 닫은 후 건물 주변을 둘러보니, 대웅전 현판 옆에 건물 일련번호가 있는데, 거기에는 삼성각이라 적혀 있다.
그걸 보고 든 생각이 아래 부도의 주인인 응념당대선사(應念堂大禪士)가 입적한 후, 후임이 대웅전을 삼성각으로 옮기고 그걸 차지하고 있는 거 같다. 원래 숙소는 종무소로 만들고. 대웅전에서 보이는 경치를 기록으로 남긴 후, 범종각 앞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받아 마시고, 다른 일행의 뒤를 쫓아 산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우암사를 떠나며 보니, 그 옆으로 새 건물을 짓기 위해 기초를 닦은 곳이 있다. 아마, 대웅전을 다시 지을 계획이었으나, 응념당이 열반에 들면서 그 계획이 망가진 거 같다. 자세한 내막이야 알 수 없는 거고, 이 모든 게 내 추측일 뿐이다. 이런 추측을 하며, 다시 급경사 등산로로 정상을 향해 갔다.
숨이 가쁘지 않게 조절하며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더워서 벗어 허리에 맨 바람막이가 계속 내려가고 걸리적거려, 목으로 옮기려다가 목이 졸려 숨쉬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 가사처럼 대각선, 즉 크로스로 묶었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자, 돌탑이다. 암자가 아래에 있으니, 놀라운 건 아니라,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옆으로 산성이다. 그것도 쌓은 지 얼마 안 된! 상식적으로 과거 유적을 복구하는 게 아니라면 현대에 산성을 쌓을 일은 없을 거라, 주변에 과거 유적에 관한 안내문이 있나 찾아봤으나, 없다! 그럼, 산성이 아니라 집터?! 어쨌든 그 돌벽 뒤가 전망대 갈림길이다. 당연히 2분 거리의 전망대로 갔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나무가 시야를 가려 제대로 보이는 게 없다. 해서 금줄을 넘어 아래로 내려갔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그냥 갈 수는 없어, 정선 시내의 모습만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다시 돌탑이 있는 갈림길로 돌아와 10분 거리라는 기우산 정상을 향해 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때 시각이 11시 19분으로 산행 시작 1시간가량 됐다. 하지만, 아직 정상은 멀었다. 이 등산 앱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3분 정도 가자, 정상 갈림길이다. 이정표에 의하면, 정상까지 2분 거리다. 해서 이정표에서 50여 미터 올라간 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11시 24분에 도착했다. 와중에 정상에서 내려오던 일행이 아무것도 안 들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정상에 두고 온 게 있는지 묻는다. 아니라고 하자, 아무것도 없는 게 두고 온 배낭을 가지러 올라가는 줄 알았단다. 그런 오해를 살 만도 하다. 어쨌든 정상에 도착해 보니, 일행 한 명이 셀카봉을 이용해 인증을 찍고 있어, 찍어줄지 물어봤다. 돌아온 답은 '괜찮다!' 고로 나도 안 찍어 주겠다는 의미라, 그동안 들고 다니던 삼각대는 지리산 마고가 가져갔고, 아직 다른 걸 준비하지 못해 별수 없어 손에 들고 셀카를 찍었다.
이후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상석의 한자를 봤다. 기우산(祈雨山)으로 비를 기원하는 산이다. 그럼, 기우제를 지냈던 봉우리라는 의미인데, 그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어쨌든 그렇게 인증을 남기고, 한쪽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는 일행을 뒤로하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가, 이번 산행의 주요 목표인 조양산으로 향했다. 870m의 높이에서 620m의 봉우리로 내려가야 하니, 당연히 급경사다. 그 급경사 등산로로 2분가량 가자, 이정표가 있다. 그 이정표에 의하면 좌로 성터가 있다는 정보라, 좌회전해 성터로 갔다. 그런데, 성터는 없고, 성터가 있었다는 비석만 서 있을 뿐이다. 그럼, 전망대 갈림길의 산성이 복구한 거라는 얘기다. 그런데, 비석이 있는 이곳은 왜 복구를 안 했을까?
1984년에 세운 비석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조양산을 향해 갔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기는 했으나, 높이는 높지 않았고, 울창한 숲이라 조망은 전혀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갔다. 당연히 찍을 대상도 없어 기록도 없다. 그렇게 가다 보니, 12시 14분 진성주유소 갈림길에 도착했다. 조양산까지 남은 거리는 10분! 다 왔다. 앞에 있는 봉우리가 조양산이 아닐지 생각하며 올라가는데, 등산 앱이 전혀 반응을 안 한다. 그리고 봉우리에 도착해 보니, 정상석은커녕 갈림길 이정표만 있다. 고로 여기는 조양산이 아니다. 실망하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12시 27분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당연히 조양산이라 생각하고 폰을 꺼내 확인했다. 그런데, 조양산이 아니라, 금시초문의 '계봉'이다.
조양산 전에 계봉이라는 봉우리라고 더 있는 거로 생각하고 다시 조양산을 향해 가는데, 등산 앱은 반응이 없고, 앞에서 등산객이 주고받는 대화가 들린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12시 30분경 조양산 정상에 도착했다. 추측건대 원래 조양산이 아니라, 기우산의 계봉인데, 정선을 휘감아 도는 조양강 조망이 좋은 위치라 조양산이라는 이름을 최근에 얻은 거 같다. 어쨌든 정상에는 전망 갑판이 있고, 그 갑판에는 앞선 일행이 점심을 먹고 있다. 해서 일단, 전망대에서 정선과 조양강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점심을 다 먹은 일행에게 부탁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미련 없이 계봉을 떠나, 오일장으로 향해 갔다. 그런데, 그 등산로가 칼날 능선으로 약간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경사가 급해 기우산에 오를 때와 같은 갈지 자를 그리는 등산로로 내려가, 1시 1분 등산로 옆 성불사에 도착했다. 당연히 본존불에게 신고하기 위해 등산로에서 벗어나 절로 갔다. 그런데, 우암사도 그렇고, 이 절 또한 범종각은 금칠을 했다. 둘이 관련 있나? 어쨌든 범종각 뒤의 대웅전으로 가 문을 찾아다니는 동안, 일행 중 한 명이 옆문을 열고 본존불에게 열심히 신고하고 있어, 먼저 삼성각으로 갔다. 이후 다시 대웅전으로 돌아가 본존불에게 신고하고 성불사에서 나와 도로로 내려갔다. 차량이 오가는 도로에 도착한 시각이 1시 11분으로 사실상 산행은 끝났다. 하지만 맛 기행도 산행에 포함된 거라, 그대로 트랙을 기록하며 오일장을 찾아갔다. 가면서 여기는 고도가 얼마나 되나 확인했는데, 325m로 들머리보다 약간 낮다.
조양강을 건너 오일장으로 가며, 맛집을 검색해 보고, 평도 봤다. 50대 이후만 최고 점수를 줬을 뿐 나이가 낮아질수록 점수가 낮다. 그리고 그 맛집이라는 것도 다 메뉴가 대동소이하다. 그걸 보고 나자,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해서 순댓국이나 먹을까 하고 검색해 보니, 없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오일장으로 향해 1시 28분경 도착했다. 앞서가는 일행을 멀리서 관찰하며 따라갔는데, 인솔 대장이 추천한 집으로 가더니 들어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간다. 원래 줄 서서 먹는 집이라더니, 그런 거 같아 가까이 가보니, 밖에서 서성이는 손님만 대여섯이다. 내게는 없는 강원도 사람의 옛 추억을 감상하기 위해 줄까지 서서 먹을 생각이 없고, 혹시 자리가 난다고 해도, 4시까지 죽치고 있어야 하는데, 눈치 보며 먹을 생각도 없어, 다른 맛집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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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돌아다니며 보니, 다들 같은 메뉴의 식당이다. 그중 손님이 좀 있는 '제일 맛집'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가, 남들 다 먹는 메밀국수가 아니라, 더덕구이를 주문했다. 물론 이슬이도. 그리고 내부를 둘러보니, 유명인의 사인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그럼 믿을 만하고 생각하며, 먼저 이슬이를 한잔하고, 안주로 밑반찬을 먹었다. 도저히 짜서 먹을 수가 없다. 해서, 더덕구이는 좀 낫을 걸 기대하며 이슬이만 홀짝였다. 그리고 더덕구이가 나와 맛을 봤는데, 이 좋은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밖에 만들 수 없는지 주방에 있는 사람에게 분노가 치솟았다. 물론 사인을 남기 유명인에게도! 도저히 그냥은 먹을 수 없는 상태라, 예정에 없던, 곤드레나물밥을 주문했다. 그것들을 안주로 이슬이 두 병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난 시각이 2시 45분경이다.
마지막으로 개그맨 전유성에게 분노가 솟아 그가 남긴 사인을 다시 보니, '산초두부구이'가 맛있다는 글이다. 전유성답다! 진작에 그걸 봤으면, 같은 걸 주문했을 텐데, 후회해 봐야 늦었다. 어쨌든 식당을 나와,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아라리공원 주차장으로 갔다. 남은 시간은 버스에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잘 생각이었다. 그리고 주차장 끝에 있는 빨간 버스를 발견하고, 그리로 가 버스에 올랐으나, 기사를 포함해 사람은 아무도 없어,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비닐봉지에 넣고, 슬리퍼를 신고,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로 오며 보니, 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섬이 있어 그곳으로 가 씻기로 했기 때문이다. 해서 섬으로 건너가 먼저 씻은 후, 알람을 맞춰놓고 누워서 잤다. 이후 3시 35분경 기상해, 다시 조양강을 건너 버스로 갔다.
버스에 올라서 보니, 대여섯 자리만 비어있고, 대부분 일행은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런데, 갑자기 볼일이 급한데, 화장실은 멀어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강 옆에 임시 화장실이 보여 그리로 들어가 볼일을 보고 왔다. 이후 자리에 앉아 잠을 청하고 있는데, 다들 탔는지 버스가 예정보다 5분 정도 일찍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시 문막이다. 이번에는 상행. 목이 말라, 버스에서 내려 먼저 볼일을 보고 편의점으로 가 식혜를 하나 사서 마셨다. 그리고 다시 버스로 돌아와 잠을 청해, 죽전 승객 준비하라는 대장의 마이크 소리에 잠이 깨, 선반에서 숄더힙색과 조끼를 내렸다. 그리고 조끼를 입고, 슬리퍼는 힙색에 넣었다. 하차 준비가 끝나고 조금 있으니, 죽전이다. 그리고 18시 54분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내리는 거로 조양산행을 최종 종료했다.
안내산악회 오지팀 계획대로 '신월리 → 우암사 → 석이바위 전망대 왕복 → 기우산 왕복 → 701.2봉 → 653.4봉 → 628봉 → 조양산 → 성불사 → 59번 국도 → 정선 제1교 → 정선아리랑시장'의 9.1km(램블러) 구간을 3시간 11분 동안 탐방했다. 이동 3시간 7분, 휴식 4분!
다소 춥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맑고 따뜻해 산행에는 최고의 날씨였다.
조양산 정상 전망대 조망을 빼면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산이다.
오일장의 맛집이라는 것도, 못 먹던 시절의 추억거리일 뿐 맛을 논할 수준도 못 된다.